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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 대리점주들 "밀어내기 증거 삭제 분통"
"최초 데이터 복구 불가능…절망적 상황"
2015-09-21 09:00:00 2015-09-21 11:29:11
2년전 '밀어내기' 사건의 핵심증거인 '최초발주량'이 사라진 것과 관련해 추가 민사 소송을 준비 중인 남양 대리점주들이 막막함을 호소하고 있다.
 
최초발주량이 구체적인 밀어내기의 수량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자료라, 향후 소송에서 피해금액을 입증하기 어려워진 점주들이 소송 제기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도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남양을 상대로 추가 소송을 준비하던 30여명의 대리점주들은 최초발주량 복구가 어렵게 되자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한 대리점주는 "36명 내외의 점주가 회사측의 보상 이행에 대해 납득하지 못하며 추가 소송을 준비하고 있었다"며 "3~4개월 전 쯤 간신히 찾아낸 데이터가 삭제된 후 복구가 불가능해지면서 절망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본인 사업장의 자료는 아니지만 다른 점주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송을 제기해 밀어내기 피해를 어느정도 입증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하지만 다른 사람의 피해 금액이 당사자까지 적용되지는 않는다는 것이 담당 변호사들의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최초발주량은 대리점 제품 주문 프로그램 '팜스21'을 통해 각 대리점 PC의 하드디스크에 저장돼왔다. 주문내역은 로그파일 형식으로 저장돼 왔는데 이를 이용하면 대리점들이 제품을 주문한 날짜와 수량을 알 수 있다.
 
주문량과 함께 실제 발주량을 비교해보면 밀어내기의 규모를 알 수 있다. 가령 '최초 주문량 50박스, 발주량 100박스'의 기록이 있다고 가정하면 남양 측이 대리점주에게 50박스의 밀어내기를 강요했다고 해석할 수 있어 가장 중요한 증거 중 하나다.
 
하지만 최근 팜스21의 최신 버전이 자동 업데이트되면서 대리점 PC 하드디스크의 로그파일이 삭제되고 복구할 수 없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남양이 시스템 관리 업체를 통해 해당 기록을 지웠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관해 회사측은 "로그파일 삭제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짧게 밝혔다. 이원구 남양 대표도 지난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의 증인으로 출석해 "사건 당시 대표가 아니어서 상황을 자세히 모르겠다. 결코 삭제를 하거나 은폐를 시도하지 않았다" 등 책임회피성 답변으로 일관했다.
 
다만 이 대표는 추궁이 이어지자 "프로그램은 전산외주업체가 운영한다"며 "(로그파일에는) 전체적인 개인정보가 들어있기 때문에 개인정보를 암호화하는 과정을 지난 3월까지 진행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리점주의 대리인인 차태강 법무법인 정우 변호사는 "로그기록은 과거 배상금 소송에서 일부 대리점주가 승소했을 당시 중요 증거 중 하나였다"며 "이 대표의 주장과 달리 최초 주문내역은 점주 자신의 PC에 보관하는 것이기 때문에 개인정보보호법의 영역에 속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원구 남양 대표이사가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이철 기자 iron62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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