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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대기업 내부거래공시 엉터리 점검…13곳 한 번도 안 받아
분기별 위반 과태료 1위 STX 6억1700만원, 한화·LS·롯데 순
유의동 “기업 단순 업무 실수보다 고의적 누락 가능성이 더 커”
2015-09-17 16:28:00 2015-09-17 16:28:00
공정한 시장 경쟁을 위해 대기업들은 대규모 내부거래를 할 때 이를 공시해야 하지만, 소관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점검이 허술하게 실시될 뿐만 아니라 위반 시 제재도 미약해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유의동 의원은 17일 “공정위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48곳의 대기업집단 가운데 13곳은 공시위반점검을 단 한 번도 받지 않았고, 15곳은 10년 전에 단 1번의 공시위반점검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내부거래공시규정’을 통해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 등)에 속한 회사가 특수관계인(계열사, 그룹 오너와 친인척 등)을 상대방으로 하거나 특수관계인을 위해 자금, 유가증권, 상품 및 용역 등을 일정규모(자본금의 5%, 50억원) 이상 거래시 사전에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이사회 의결을 통해 이사회의 책임강화와 사외이사들에 의한 경영진 견제를 유도하는 한편, 정보 공개로 소액주주와 채권자들을 통한 외부감시를 가능하게해 부당한 내부거래를 사전에 예방하고 결과적으로 공정한 시장경쟁을 촉진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를 위해 공정위는 2002년 이후 대기업집단에 대한 공시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2010년까지는 매년 1~12개 기업집단을 대상으로 공시점검을 했지만, 2011년부터는 상·하반기에 한 번씩 6곳 정도의 대기업집단을 대상으로 순차적으로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유 의원의 자료에 따르면 삼성, 현대자동차, SK 등 재계순위 20위 정도까지가 4~5년에 한 번 꼴로 점검을 받고 있을 뿐이다.
 
반면 현대백화점, OCI, 효성, 영풍, KCC, 동국제강, 코오롱, 한국타이어, KT&G, 한국GM, 태광, 현대산업개발, 대성, 하이트진로, 한솔 등 15곳의 대기업집단은 2003년~2004년에 단 한 차례 점검을 받았다.
 
심지어 부영, 대우건설, S-오일, 미래에셋, 한진중공업, 한라, 홈플러스, 교보생명보험, 세아, 이랜드, 태영, 삼천리, 아모레퍼시픽 등 13곳의 대기업집단은 단 한 번도 점검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2011년부터 4년간 대기업의 공시위반은 231건에 달했지만, 공정위가 부과한 과태료는 불과 50여억원에 불과해 기업들의 위반을 사실상 방조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기업이 공시규정을 위반해 얻는 이익이 벌금보다 크니 굳이 규정을 준수할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다.
 
유형별로는 지연공시가 70건으로 가장 많았고, 공시를 하지 않은 경우가 65건, 이사회의결을 거치지 않고 공시도 하지 않은 경우 41건, 주요내용 누락이 33건, 이사회의결을 거치지 않은 경우가 22건 순으로 드러났다.
 
분기-기업별로는 2011년 상반기 12건이 적발된 STX가 6억17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2011년 하반기 18건 적발된 한화가 4억6562만원, 2014년 하반기 22건 적발된 LS 4억4760만원, 2013년 상반기 11건이 적발된 롯데가 4억4705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특히 LS의 경우 2011년 하반기에도 22건이 적발돼 4억1515만원을 납부, 총 합계 8억 6275만원으로 2011년~2014년 기준 기업들 가운데 가장 많은 과태료를 납부했다.
 
유의동 의원은 “대기업집단에서 이사회 의결도 거치지 않고 내부거래를 하거나 그나마 이사회를 거쳐도 이를 공시하지 않은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면서 “게다가 내부거래 주요내용을 빼놓은 채 주먹구구식으로 공시하거나 공시자체를 허위로 하는 등 단순 업무 실수보다는 고의적 누락 가능성이 큰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연례행사처럼 이어진 점검과 적발에도 기업들의 공시 위반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며 “공시제도가 투자자에게 회사 경영상황에 대한 정보를 충실히 전달하고, 부당 내부거래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공시점검 기간 확대, 공시위반 적발시 처벌 강화 등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관계당국에 촉구했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왼쪽)이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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