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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몰아주기 의혹' 재벌 절반 이상, 규제대상서 제외
법망 느슨…서기호 의원 "관련 규정 강화해야"
2015-09-13 16:06:13 2015-09-13 17:24:20
느슨한 관련법 규제로 최근 재벌승계의 핵심 수단인 일감몰아주기 의혹이 있는 기업 중 50% 이상이 현행법 규제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상법 및 공정거래법의 지분요건을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정의당 서기호 의원이 13일 발표한 국정감사 정책자료집 '상법상 회사기회유용 및 일감몰아주기 규제의 실효성'에 따르면 재벌그룹 30곳의 계열사 중 일감 몰아주기가 의심되는 곳 137곳 가운데 70곳이 지배주주 등 내부지분율이 규제대상 기준 50% 이하인 것으로 조사됐다.
 
서 의원은 "지배주주의 사익편취가 의심되고 있지만 규제대상에서 제외됐으며 규제대상기준이 높아 규제효율성이 반감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는 재벌총수 일가의 사익편취를 막기 위해 2011년 지배주주 지분율을 50%로 제한하도록 상법을 개정하고 2013년에는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상장회사의 경우 지배주주 지분율을 30%로 제한했다. 그러나 재벌그룹들은 이같은 규제기준 바로 직전까지 지분비율을 낮추는 방법으로 법망을 빠져나가고 있다는 게 서 의원의 설명이다.
 
자료/정의당 서의호 의원실
 
실제로 삼성SDS는 내부거래 비중이 70%를 상회하지만 지배주주 일가 지분이 20% 미만이므로 상법상 자기거래 사전 승인 대상이나 공정거래법상 규제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서 의원에 따르면, 삼성SDS 내부거래 비중은 2011년 68.89%, 2012년 72.45%, 2013년 71.44%, 2014년 73.16%로 매년 증가했다. 
 
그러나 2013~2014년까지 지배주주 일가 지분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1.25%(870만4312주),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와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경영기획담당 사장이 각각 3.90%(301만8859주)으로 총 19.05%(1474만2030주)를 보유 중이다. 2011~2012년 기준 지분율 17.17%(1240만2175)보다 늘었지만 규제 기준아래로 유지했다.
 
서 의원은 이 부회장 등의 지분 상승이 '상속세 및 증여세법' 과세 대상이지만 합병 이후 지배주주 일가 지분 하락으로 증여의제이익이 감소해 과세 대상에서 벗어나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자료/정의당 서기호 의원실
 
현대글로비스는 지분을 대량 매각해 공정거래법 규제기준 바로 직전까지 지분율을 낮춰 법망을 피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계열사간 거래로 공정위로부터 부당지원행위에 따른 과징금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서 의원에 따르면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갖고 있는 현대글로비스 지분은 2008년 57.54%, 2009년 54.87%, 2010년 52.17%, 2011~2014년 43.39%로 매년 줄기는 했지만 2015년 29.99%로 올해 지분매각은 공정거래법 회피가 목적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자료/정의당 서기호 의원실
 
SK C&C는 설립 당시 SK(주)와 SK건설이 100% 출자했으나 1994년 최태원 회장과 가족이 각각 70%, 30%를 주당 400원에 매입했고, 최 회장 등이 일부 지분을 SK텔레콤과 SK증권 등에 증여하면서 지분율이 변동돼 2009년 상장 직후 최 회장 등의 지분은 55%였다.
 
2015년 8월17일 현재 SK(주)와 합병으로 최 회장 등 지배주주 일가 지분은 30.88%까지 감소했지만 30%를 초과하기 때문에 공정거래법상 규제 대상에는 해당된다. 그러나 지배주주 일가 지분을 조금만 매각해도 지분율을 규제기준 30% 아래로 떨어뜨릴 수 있어 규제를 회피할 수 있는 상황이다.
 
또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사회가 전혀 기능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내부거래는 상법상 이사회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지만 원안이 부결된 사례가 없었다.
 
지난해 현대차, 기아차와 현대글로비스간의 거래 규모는 각각 7248억원과 6844억원 규모였으며, 최근 5년간 현대차와 기아차 이사회가 내부거래 관련 사업을 검토한 안건 수는 각각 41건과 37건이었다. 그러나 이중 원안이 ‘부결’되거나 ‘수정가결’된 사례는 단 한건도 없었다.
 
SK C&C와 가장 거래가 많은 SK텔레콤은 이사회내 감사위원회에서 내부거래를 심의했으나 2010년~2015년 상반기까지 23건의 안건 모두 원안 가결됐다.
 
서 의원은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아도 지배주주 지분율을 낮춰 규제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며, “상법 및 공정거래법의 지분요건을 동일하게 20%로 낮춰 규제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배주주와 경영진 전횡을 견제하려면 사외이사 및 감사의 독립성 강화되어야 한다"며 " 소액주주 의결권 강화를 전제로, 소액주주들이 집중투표제를 통해 이사 선임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의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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