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토마토칼럼)약속만 있고 결과는 ‘나몰라라’
2015-08-30 14:03:19 2015-08-30 14:15:47
광복절 특별사면을 계기로 주요 재벌 대기업들이 앞다퉈 투자 및 고용 계획을 내놨다. 최태원 회장이 가석방과 동시에 복권된 SK는 반도체 사업에서만 오는 2024년까지 46조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약속하며 대통령에게 보은했다. 이외 삼성과 현대차 등도 나름의 청사진을 제시하며 정부의 경제살리기 행보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문제는 실행 여부다. 계획만 있을 뿐, 결과에 대한 검증은 단 한 차례도 제대로 이뤄진 적이 없다. 그러다 보니 지킬 수 없는 공수표만 남발한다. 이행률을 묻는다고 해도 답변을 꺼리는 데다, 계획과 집행과의 차이에 대해서는 입을 맞춘 듯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을 이유로 든다. 그러는 사이 30대 그룹의 사내 유보금은 710조원까지 급증했다.
 
본지 특별취재팀이 지난 한 달 간 연간 투자계획을 발표한 30대 그룹을 대상으로 공시자료에 근거, 이행률을 확인한 결과 당초 계획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2013년 기준 삼성·현대차·SK·LG·롯데·포스코·현대중공업·한진·한화·신세계 등 10개 그룹(한화 제외)이 약속한 투자금액은 121조원이었던 데 반해, 실제 집행금액은 85조5000억원에 그쳤다. 또 2014년의 경우 투자계획을 따로 내놓지 않은 롯데·현대중공업·한화를 뺀 나머지 7개 그룹의 목표치는 107조6559억원이었지만, 집행금액은 10개 그룹 모두 합쳐 78조9000억원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국내외 투자가 구분되지 않아 정부와 재계가 장담한 낙수효과를 검증하기에는 미흡하다.(자세한 내용은 2일치 본지 탐사부 보도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사정이 이런 데도 정부는 손을 놓고 있다. MB 정부 시절인 2012년부터 매해 두 차례 30대 그룹과 간담회를 열고 투자 및 채용계획을 발표하지만, 점검이 된 적은 없다. 2013년 8월, 당해 상반기 투자실적에 대한 발표가 있었으나 이마저도 재계를 대변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 발표를 옮겨다 놓은 수준이었다. 언론도 투자 및 고용계획 발표 때만 호들갑 떨며 ‘사상 최대’를 외칠 뿐, 검증은 뒷전이었다. 물론 국회 차원의 지적도 아직 접해보지 못했다.
 
예산만 있고 결산은 없는 재벌 약속에, 대한민국 경제는 오늘도 춤을 추고 있다.
 
김기성 탐사보도부장 kisung0123@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