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지금 이 상황, 매우 유감이다
입력 : 2015-08-29 06:00:00 수정 : 2015-08-29 06:00:00
지난 25일 새벽 2시, 남한과 북한은 남북 고위당국자접촉을 기점으로 팽팽했던 긴장관계에 쉼표를 찍었다. 남북 대리인들이 이날 일궈낸 이산가족 상봉 진행 등 합의는 분명 평가받을 만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 급등에서 보듯, 이번 회담의 성과는 현 정부의 치적으로 남을 것이다.
 
그러나 영 개운치가 않다. 이번 회담은 최근 전방에서 일어난 북한의 목함지뢰 폭발사건이 시발점이 됐다. 명백한 도발로, 우리 젊은 군인 두 명은 영구장애를 입었다. 그런 만큼 이번 회담의 최우선 목표는 북한의 명백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책임자 처벌이었다. 박 대통령도 이를 강조했다. 그러나 사흘 밤낮을 꼬박 새워 채워 온 합의문 6개항 안에는 이중 어느 것도 없다.
 
정부는 합의문 2항이 사과의 표현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우선 전체적인 맥락이 그렇고 '유감'이 사과의 외교적 표현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유감의 주체로 '북측은'을 주어로 명시한 것을 두고 직접적인 사과표명을 받았다고 해석하고 있다.
 
'유감'의 사전적 의미가 곧 사과가 아님은 재론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외교적 관례로서의 '유감'의 의미를 살펴봐야 하는데, 그 전에 북한이 우리의 외교적 상대인지를 따져봐야 한다. 외교는 '다른 나라와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관계를 맺는 일'이다.
 
헌법은 대한민국의 영토를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정하고 있어 북한을 '나라'로 보고 있지 않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역시 북한을 '나라'로 인정하고 있지 않다. '평화적 통일을 위한 대화와 협력의 동반자'로 볼 뿐이다. 그렇다면 북한이 했다는 '유감' 표명은 외교적 관용어로서의 '사과'로 해석하면 안 되는 것이다.
 
북한도 이를 알고 있다. 황병서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은 회담 후 조선중앙TV에서 "남측이 근거 없는 사건을 만들어 자극했다"고 말했다. 사과는커녕 책임도 회피했다. 책임이 없으니 재발 방지와 관계자 처벌은 당연히 없는 것이 됐다.
 
그런데도 정부는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서둘러 얼버무려 넘어가고 있다. 일부 언론도 나서 극적 합의니, 박 대통령의 '원칙'이 승리했다느니 박자를 맞추고 있다.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정색을 하면 추석 이산가족 상봉을 두고 웬 딴죽을 거느냐는 분위기다.
 
'유감'에 대한 우리말의 사전적 정의는 '마음에 차지 아니하여 섭섭하거나 불만스럽게 남아 있는 느낌'이다. 지금의 이 상황, 매우 유감이다.
 
 
 
최기철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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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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