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한·중·일 수출경쟁력 변화와 대응
중국의 추격 받는 한국, 90년대 일본과 유사한 상황
중국 성장잠재력이 큰 TV제조업 등에 더욱 큰 타격 우려
구조조정으로 탄력적이고 효율적인 경제구조 구축해야
2015-07-28 11:00:14 2015-07-28 17:24:44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추격 관점에서 살펴본 한중일 수출경쟁력의 변화와 대응책’이란 주제발표에서 “우리가 일본의 수출산업을 벤치마킹하면서 추격했던 것처럼 이제는 중국이 한국의 수출산업을 추격해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선 한중일 3국의 수출시장 점유율 추이를 보면 중국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급증하기 시작한 1993년을 정점으로 일본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했으며, 우리나라는 시장점유율이 완만히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예컨대 1993년부터 2014년까지 수출시장 점유율이 일본은 9.6%→3.6%로 하락한 가운데, 한국은 2.2%→3.0%로 변했고 중국은 2.4% →12.4%로 급격히 상승했다.
 
현재의 한국 수출업계 상황이 1990년대 초 일본과 비슷하다는 분석은 우선 수출품목 구성에서 유사한 측면이 지적된다. 여기에 과거 일본이 한국과 중국의 추격을 받아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것처럼 이제는 한국이 중국의 추격을 받아 부진해지고 있는 모습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일본은 90년대 초 기계 및 운수장비, 석유화학, 철강 등의 부문에서 높은 시장점유율을 차지했지만 90년대 말부터는 한국과 중국의 추격으로 점유율이 크게 하락했다. 그런데 2013년의 경우 한국이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계 및 운수장비의 시장점유율이 특별히 높은 가운데 석유화학, 철강, 반도체 등도 양호한 실적을 보이고 있지만 최근 중국의 추격에 부진해지는 모양새다.
 
이러한 결론은 1993년부터 2013년까지의 통계를 기준으로 ‘수출잠재력지수’를 이용한 분석에서 뚜렷한 경향성으로 나타나는데 구체적으로 한국의 잠재력(경쟁력)이 높은 부문에서 일본의 점유율은 다른 부문에 비해 14% 정도 더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90년대 초 레코드플레이어 품목에서 한국의 잠재력이 크게 높았는데, 일본의 전체 시장점유율이 30% 하락하는 동안, 이 부문의 시장점유율은 더욱 크게 77%가 하락했다. 마찬가지로 2010년 이후 한국의 시장점유율 역시 상대적으로 많이 하락하고 있지만 특히 중국의 잠재력이 높은 부문은 다른 부문에 비해 21% 정도 추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통계분석 결과를 기계적으로 적용할 경우, 중국의 잠재력이 높은 TV 및 라디오 방송기기와 통신기기 부품에서 2017년 우리의 시장점유율은 30% 정도 하락할 것으로 추정되며 이를 토대로 우리가 추정할 수 있는 점은 다음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최근 우리 경제가 수출품목의 구성과 후발 국가의 추격이라는 측면에서 장기적인 수출부진이 시작되었던 1990년대 초 일본과 유사한 상황으로 2000년대 들어 우리나라에서도 똑같이 후발국의 추격이 나타나고 있다.
 
둘째, 중국의 수출잠재력이 높은 품목에서 한국의 점유율이 상대적으로 하락하였으며, 그 영향은 최근 들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향후 주요 수출품목에서 우리나라의 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향후 중국의 추격이 우리나라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가 일본을 추격해 가는 속도는 점차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셋째, 우리 경제의 산업구조도 빠르게 변화할 수밖에 없음을 감안하여, 이에 탄력적이고도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경제구조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최근 KDI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인적자원 배분기능 효율성이 점차 저하되고 있고 좀비 기업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따른 구조조정 지연은 정상기업의 고용 증가율과 투자율을 하락시키고 있다.
 
즉 우리 사회가 보유하고 있는 노동 및 자본 등의 한정된 생산자원이 비교우위가 없는 산업에서 비교우위를 가질 수 있는 산업으로 신속히 이동하지 못할 경우, 경제전반의 생산성이 저하되고 산업 간 양극화가 심화될 우려가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