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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돈 “국민들, 제3지대 정당에 대한 욕구 있다”
“여당은 친박·비박, 야당은 친노·비노 마치 조선시대 4색 당쟁과 같아”
“새정치연합, 부동층표 가져오려면 정책·노선부터 재검토해야”
2015-06-29 14:44:05 2015-06-29 14:44:05
지난 28일 뉴스토마토 본사에서 만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을 지낸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의 말은 거침이 없었다. 그는 40분내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는 것은 물론 양당의 내분에 대해서도 열변을 토하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 교수는 이번 국회법 개정안의 위헌 논란에 대해서는 박 대통령과 생각을 달리했다. 그는 “아마 법과 대학 교수에게 전화를 걸어서 물어보면 십중팔구는 위헌이 아니라고 볼 것”이라며 “국회가 행정부 통제자로서의 감시는 당연히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국정감사 때 행정부에 자료 제출하게 하고 질의하는 일을 위헌이라고 해야 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것과 관련해 “유 원내대표가 청와대의 뜻을 버티는데는 한계가 있지만 당장 그렇다고 해도 청와대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지금 이른바 친박계 최고위원들이 당을 보이콧하게 되면 김무성 체제가 흔들리게 된다”며 “그렇게 되면 여당이 야당과 비슷한 양상으로 자멸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 교수는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최근 새정치연합 혁신위원회의 활동에 대해 “김상곤 혁신위가 아무 약발이 없다”며 “(혁신위는) 부동층 표를 가져오려면 공천 문제를 갖고 싸울 것이 아니라 정당의 정책과 노선 등 이런 문제부터 재검토해야 된다”고 주문했다.
 
이와 더불어 이 교수는 현 정치권에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그는 “국민들에게 제3지형 정당에 대한 욕구가 상당히 있다고 본다. 양극화된 정치 세력에게 다수의 국민들이 지쳐가는 것 같다”며 “(국민들은)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 변화에 부응하는 쪽이 국민의 마음을 얻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5일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앞으로 당청관계가 어떻게 될 것이라고 보나.
 
지금 계속 유승민 원내대표 보고 물러나라고 친박(박근혜) 쪽에서 압력을 넣고 있지 않나. 몇몇 의원들이 그렇게 하는 것은 제가 볼 때 대통령 심증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렇다고 해서 유 원내대표가 청와대의 뜻을 버티는데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 한계가 있지만 당장 그렇다고 해도 청와대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지금 새정치민주연합처럼 이른바 친박계 최고위원들이 당을 보이콧하게 되면 김무성 체제가 흔들리게 된다. 그렇게 되면 여당이 야당과 비슷한 양상으로 자멸할 수 있다. 이로 인해 김무성 대표의 구상도 틀어지게 될 것이다.
 
요지는 정의화 국회의장부터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유승민 원내대표까지 박 대통령이 다 불신하는 사람들이 선출됐다는 점이다. 새누리당 의원들 구성에서 친박이라고 할 수 있는 의원들이 원래 소수였는가. 지난 총선에서 비례대표 의원들은 대부분 친박으로 봐야 되고 친이(이명박)계 의원들은 많이 나갔다. 결국에는 범 친박이었던 의원들이 비박으로 갔다는 것 아닌가. 집권세력이 당내에서 민심을 잃었다. 단적으로 이야기해서 집권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자기 당도 이끌어가지 못하면서 어떻게 야당과 국정의 동반자 관계를 형성하고 국가를 이끌어갈 수 있겠는가.
 
-역대 대통령 같은 경우도 임기 말에 갈수록 탈당하는 사례가 많았는데 이번에도 박 대통령의 탈당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번에 박 대통령이 탈당한다면 과거 탈당과는 다르다. 과거 탈당은 대통령들이 자기를 밟고 가라는 식이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이 탈당한다면 이것은 그야말로 대책 없는 탈당이다. 탈당하고 나와서 친박 의원들이 같이 동반 탈당해서 정당을 만든다? 그 정당이 되겠나. 나는 그래서 우리나라가 4색 당쟁에 시달리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여야가 다 갈라지지 않았나. 조선 역사를 보면 4색 당쟁에서 결국 둘만 남았는데 어느 쪽이 쓰러질지, 여당에서는 친박이 쓰러질지 비박이 쓰러질지, 야당에서는 친노가 쓰러질지 비노가 쓰러질지, 뭔가 하나가 결국 쓰러질 것 아닌가. 그 때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현재 많다. 왜냐하면 여야에 완전히 질려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3지대 정당에 대한 욕구가 국민들에게 상당히 있다고 본다.
 
-국회법 개정안 거부는 대통령 논리가 맞는 것인가 아니면 국회 쪽 논리가 맞는 것인가.
 
아마 법과 대학 교수 전화를 걸어서 물어보면 십중팔구는 위헌이 아니라고 볼 것이다. 성격상 강제하는 것이 아니지 않나. 국회가 행정부 통제자로서 감시는 당연히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국정감사 때 행정부에 대해서 자료제출하게 하고 질의하고 이런 것을 위헌이라고 해야 되나. 완전히 궤변이다. 박 대통령의 덕목이라는 것이 신뢰와 원칙인데 박 대통령 자신이 과거에 했던 이전의 발언과 입장이 현재와는 너무 다르다. 그런 면에서 박 대통령은 신뢰를 잃어버렸다고 할 수 있다.
 
-새정치연합 혁신위원회 활동에 대해서는 어떻게 지켜보고 있나.
 
김상곤 혁신위가 아무 약발이 없다. 최근에 나온 혁신안으로는 호남인들에게 별로 안 먹힌다고 본다. 그리고 새정치연합 혁신위가 하는 것을 보면 지금 부동층으로 형성된 유권자 표를 거의 가져오지 못하고 있지 않나. 부동층 표를 가져오려면 공천을 갖고 싸울 것이 아니라 정당의 정책, 노선 이런 것부터 재검토해야 된다.
 
-최근에도 새정치연합에 대해 우측 노선으로 가라고 말씀했는데 이것은 왜 그렇게 해야 된다고 보나.
 
기본적으로 새정치연합은 부유층에 대한 법인세 인상을 통해 복지를 확충하자고 하면 선거에서 100% 실패한다고 본다. 세금 늘리겠다고 하는 정당이 선거에서 이긴 적이 없다. 변화하는 시대에 맞는 경제 패러다임을 제시해야지, 만날 부자증세해서 무상복지하자는 것이 솔직히 말해서 창피한 일 아닌가. 저는 야당이 일단 그것부터 폐기해야 된다고 본다. 과연 어느 정도 규모의 정부가 좋은 것인지, 정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논의를 해야 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위한 고민도 있어야 된다고 본다. 만날 똑같은 이야기를 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
 
-다가오는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이 교수에 대한 영입 이야기는 없나.
 
누가 무슨 영입을 하나. 나는 모르겠다. 요새 원고를 써 달라, 인터뷰를 해달라고 하니까 피할 수는 없어 그렇게 살고 있다. 화제를 바꿔 이야기하면 다만 그런 것 있는 것 같다. 양극화된 정치 세력에게 다수의 국민들은 지쳐가는 것 같다. 국민들이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 변화에 부응하는 쪽이 국민의 마음을 얻을 것이라고 본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을 지낸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가 28일 뉴스토마토 본사에서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박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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