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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메르스' 공포 확산되는데…복지부, 전국 어린이집 방치
예방·위생법·대응지침 공문 한장 안보내…일선현장·학부모 '혼란'
2015-06-02 16:50:57 2015-06-02 17:04:33
◇보건복지부가 어린이집에 공문을 전달하는 '어린이집지원시스템'에서 '메르스'를 검색한 결과, 단 한 건도 발견되지 않고 있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공포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보건복지부가 일선 어린이집에 관련 주의 사항을 일체 전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가 유치원과 각급 학교에 주의 지침을 전달해 피해가 확산되지 않도록 조치한 것과 뚜렷히 대비된다. 메르스 주무부처인 복지부가 오히려 주의 환기를 소홀히 해 전국 어린이집 영·유아 4만3000여명을 메르스에 무방비로 방치했다는 지적이다.
  
2일 정부(복지부 산하 한국보건복지정보개발원)가 운영하는 '어린이집지원시스템'에 접속하면 메르스 관련한 복지부의 공문이 최근 한 달 간 단 한 건도 검색되지 않는다. 지난달 20일 확진 판정을 받은 첫 감염자가 나온 지 2주가량 지났지만, 아무런 주의사항이 어린이집에 하달되지 않고 있다. 이 시스템은 어린이집이 복지부 등의 공문을 열람하고 일선 현장에 반영하는 온라인 사이트다.
 
이로 인해 어린이집에 다니는 영·유아 4만3000여명의 학부모들은 불안에 떤 채 등원 여부를 어린이집에 개별 문의하고, 어린이집은 정부로부터 아무런 주의사항을 전달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대로 된 답변조차 못하고 있다.
 
반면 교육부는 메르스와 관련해 주의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온라인 시스템을 통해 각 유치원에 공지했다. 또 '학생 감염병 대책반'을 구성해 대응할 방침이다. 교육부는 어린이집을 제외한 전 교육기관의 주무부처다.
 
경기북부지역의 한 어린이집 원장은 "유치원에는 교육부 공문이 왔다고 하는데, 돌이 갓 지난 아기들도 있는 어린이집에는 복지부의 공문이 내려오지 않아 답답하고 불안하다"며 "세월호 참사 때도 한 달이나 지나서야 공문이 내려왔다. 개인 스스로라도 몸을 지킬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다른 어린이집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경기남부지역 한 어린이집 원장은 "메르스 관련 아무런 지시가 없어 자체적으로 주의하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지역의 한 직장 어린이집 원장도 "수족구가 유행할 때는 예방·위생법은 물론 학부모에게 가정통신문을 보내라는 구체적인 공지가 있었는데 이번에는 지시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규모가 큰 곳은 상주 의료진이 이상 징후가 발견됐을 때 대처할 수 있으나, 작은 곳은 학부모와 상의해 귀가시키는 수밖에 없다"며 "아이를 돌볼 때 주의사항이나 행동 요령이라도 알려주면 좋겠다"고 했다. 
 
학부모들은 "메르스는 잠복기가 있다는데 퍼지기 전에 서둘러 대비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하소연하고 있으나, 어린이집은 "외부 활동을 자제하고 자체 소독을 하겠으나, 휴원을 어린이집 임의로 할 수 없다"고 설명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에 반해 일선 초등학교는 학교장의 재량으로 휴업 등 사후 조치에 나서고 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현재까지 발송된 메르스 관련 공문 27건 중 어린이집 별도로 나간 것은 없다"며 "앞으로 준비하겠다"고 해명했다. 
 
한편, 이날 현재까지 메르스로 인한 사망자는 2명, 감염자는 25명으로 집계됐다. 의료계에서 우려했던 3차 감염자까지 발생한 가운데, 복지부가 여론의 질타로 허둥대는 사이 전국의 어린이집은 사각지대로 남겨졌다.
 
김동훈 기자 donggoo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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