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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거리 유커 붐비는데…밀리오레는 '썰렁'
3년 전부터 매출 꺾여…임대료만 나가 생계 막막
중국인 관광객 중심 상권 변화 못따라가
2015-05-29 08:15:44 2015-05-29 08:15:44
(사진=뉴스토마토)
 
"보시다시피 빈 매장이 많아요. 옷을 사러 오는 쇼핑객들의 발길이 끊긴지 오래입니다. 하루에 만원도 못 버는 곳도 있어요."
 
서울 명동 밀리오레 내 한 의류 매장 사장의 푸념이다. 쇼핑의 중심지인 명동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밀리오레 쇼핑몰에는 물건을 사러 온 손님들이 거의 없었다. 중국인 관광객(유커)들의 쇼핑지로 각광받고 있는 명동에서 이곳은 외딴섬이다.
 
명동의 쇼핑 1번지에서 이제는 미운오리새끼로 전락한 밀리오레를 28일 찾았다. 이날 오전 11시 명동 바깥 거리에는 쇼핑객들로 북적이고 있는 반면 밀리오레는 한산한 모습이다. 어디에서도 과거의 영광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이곳에서 10년 넘게 여성의류 매장을 운영 중인 A씨는 "상황이 많이 안 좋다. 내국인들의 발길이 줄어든 지는 오래고 3년 전까지만 해도 그나마 일본 관광객들이 많았었는데 이마저도 끊긴 상태"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이어 "몇 년 동안 장사가 안 되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데 수년 동안 생계였던 이곳을 떠나기가 쉽지 않다"면서 "중국인 관광객이 많다고는 하지만, 우리 옷은 사지 않는다. 솔직히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명동 밀리오레의 한 매장 사진 (사진=뉴스토마토)
 
실제로 2~3년 전부터 경기가 꺾이자 대부분의 상인들은 의류 매장을 철수했다. 그러나 수 십년을 바쳐온 일에 대한 애정을 떨치지 못했거나 마땅한 생계를 찾지 못한 일부 상인들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상인 D씨는 "명동은 세가 비싸다. 밀리오레 측에서 임대료를 많이 낮춰줬는데도 수입 자체가 없으니 비용만 나가고 있다"면서 "이런 추세가 3년 정도 지속됐는데 버티다가 보증금마저 다 까먹고 나가는 상인들도 있다"고 푸념했다.
 
호황기 시절, 상인들이 간단히 끼니를 해결하던 매점도 없어진지 오래다. 그는 "예전에는 아르바이트생도 여러 명 고용하고 밥 먹을 시간도 없었다"고 회상하며 "토스트와 커피를 배달해주던 매점도 3년 전 없어졌다"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2000년 6월에 오픈한 밀리오레 명동점은 당초 지하층부터 지상 7층까지 의류 매장이 들어섰었다. 당시 명동 지역을 서울을 대표하는 상권으로 탄생시켰다는 평가를 받으며 '패션=명동'이라는 말을 인식시켰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저렴한 SPA 브랜드를 비롯해 인터넷 쇼핑몰, 홈쇼핑, 등 다양한 패션 채널들이 늘면서 매출이 급속도로 줄었다. 최근 명동에 중국인 관광객들이 늘긴 했지만, 거리에 인기 패션 브랜드들이 즐비한데다 화장품 시장 위주로 활기를 띄고 있다.
 
현재 밀리오레는 지상 1층과 2층만이 쇼핑몰로 운영되고 있다. 지하층은 폐쇄된 상태이며, 나머지 층에는 올 초 '르와지르(LOISIR) 호텔 서울 명동' 호텔로 탈바꿈한 상태다. 서울 명동이 해당 건물을 리모델링해 지상 3~17층을 호텔로 운영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상인들은 호텔이 들어서면 외국인 쇼핑객들을 끌어올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했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한 매장 관계자는 "호텔이 들어서고 1~2개월 정도만 반짝 물건을 사는 관광객들이 늘었을 뿐"이라며 "쇼핑 공간이 2층밖에 없어 볼거리가 부족한 탓도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하층이 폐쇄된 점도 아쉽다는 의견이다. 밀리오레 내 또 다른 매장의 B씨는 "그나마 4호선 명동역 5·6번 출구와 지하 쇼핑몰이 연결된 부분이 손님을 끌어올 수 있는 수단이었는데, 지하가 폐쇄돼 그 점을 못 살린 점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밀리오레와 상인들이 변화하는 패션 시장에 소극적으로 대처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인 관광객이 새로운 타깃으로 떠오른 만큼 이에 맞춰 쇼핑몰 측이나 상인들의 자정 노력이 필요했다"면서 "밀리오레의 브랜드력을 높이는 등 시대적 트랜드 변화 맞춘 투자가 부재했다"고 지적했다.
 
유지승 기자 raintr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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