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메랑이 된 강남구 서명운동
입력 : 2015-05-27 06:00:00 수정 : 2015-05-27 06:00:00
김현우 뉴스토마토 지역/교육팀장
"구청장이 자기 구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의무다. 신연희 강남구청장이 서울시에 공공기여금 사용 문제를 항의하는 것은 잘못된 행동은 아니다." 국제교류복합지구 논란을 취재하던 중 강남구의회 관계자가 한 말이다.
 
신 구청장과 정치적으로 반대되는 입장이고 악연도 많은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의 말이 더 깊은 인상을 줬다. 그의 말 대로 신 구청장은 임무에 충실하고 있지만 여론은 악화되고 있다. 한국전력부지 기여금 사용문제 때문이다.
 
강남구 코엑스 옆 한전 부지는 지난해 현대차에 매각됐다. 현대차는 이곳에 115층 사옥과 호텔 등을 지을 계획이다. 부지 감정평가액의 40%를 공공기여금으로 내는 것이 조건이다. 공공기여금의 규모는 1조5000억~2조원 규모로 예상되고 있다.
 
이 천문학적인 자금이 서울시와 강남구 사이에 갈등 원인이 되고 있다. 서울시는 공공기여금을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개보수와 올림픽 대로·탄천대로 일부 지하화에 사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강남구는 강남구에 먼저 사용하고 남는 돈을 송파구에 사용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신 구청장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대결’을 선택했다. 서울시 ‘갑질 행정’으로 강남구가 피해를 보고 있다고 홍보전을 폈다. 68만명 반대 서명과 '소송불사' 등 강공책으로 서울시를 위협했다. 서울시와 강남구의 갈등은 여론의 주목을 받았으며 신 구청장의 주장에 일부 동조하는 의견들도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신 구청장이 무리수를 뒀다. 서명 숫자를 늘리기 위해 공무원을 동원한 것이다. 아파트, 지하철역 앞에서 시민들에게 서명을 억지로 받았다. 관내 어린이집 교사들에게 학부모 서명을 받으라는 지시도 내렸다. 이 계획은 비밀회의를 거쳐 극비리에 진행됐으나 문건이 유출되면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결국 신 구청장의 무리수는 부메랑이 되어 자신과 강남구를 겨냥하고 있다. 공공기여금 사용에 대한 주장의 정당성은 땅에 떨어졌다. 오히려 신 구청장과 강남구는 지역 이기주의를 대표하는 상징이 됐다. 반면, 종합운동장 개발은 서울시 전체를 위한 박 시장의 정책으로 부각되고 있다. 신 구청장이 서울시와 대결을 하는 대신 대화와 타협으로 강남구 이익을 대변했다면 어떠했을까?
 
당장 성에 안 찰지는 몰라도 길게 놓고 보면 서울시에 내밀 수 있는 카드가 얼마든지 있다. 공공기여금 일부를 종합운동장 개보수에 사용하는 대신 서울시에 지원 사업을 요구할 수도 있는 일이다. 최소한 강남구가 서울시나 인접 구들로 부터 지역이기주의라는 비난은 피했을 것이다. 협력의 대상을 대결상대로 보고 오직 돌격만 하는 신 구청장의 리더십이 아쉽다.
 
김현우 기자 Dreamofan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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