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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권리금 보호법…상인 부담 늘수도
2015-05-11 14:08:42 2015-05-11 14:08:42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의 12일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시장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상가 권리금을 법제화해 세입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겠다는 취지지만 벌써부터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며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일부 개정 법률안, 이른바 상가권리금보호법에 따르면 임대인이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를 방해하는 것을 금지하고 이를 어길 시 임차인으로 하여금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즉, 임대인이 임대차 계약이 끝나기 3개월 전부터 계약 종료 시점 사이에 ▲새로운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수수하는 행위 ▲기존 임차인이 새로운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막는 경우 ▲새로운 임차인에게 현저히 높은 임대료와 보증금을 요구하는 행위 ▲'정당한' 이유 없이 새로운 임차인과의 계약을 거절하는 행위를 할 경우 임차인은 계약 기간 종료 후 3년 안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악용의 여지가 큰 허점투성이 법안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모호한 법 조항으로 인해 법적 소송이 잦아지고, 임차인에 대한 '방해 행위'의 입증을 임차인이 해야 하는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문제가 되는 조항은 임대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새로운 임차인과의 계약을 거절하는 행위다. 이를 바꿔 말하면 '정당한 이유가 있을 때'에는 새로운 임차인과의 계약을 거절할 수 있다는 말이다.
 
▲새로운 임차인이 보증금 또는 임대료를 지급할 자력이 없는 경우 ▲새로운 임차인이 임차인으로서 의무를 위반할 우려가 있거나, 그밖에 임대차를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는 경우 ▲임대인이 상가건물을 1년 6개월 이상 영리목적으로 제공하지 않는 경우 ▲임대인이 선택한 새로운 임차인이 기존 임차인과 권리금 계약을 체결하고 그 권리금을 지급한 경우가 이유가 있을 때에 해당한다.
 
바로 이 '정당한 이유라'는 모호한 표현 때문에 법적 다툼과 일관성 없는 판례가 쏟아질 것이라는 게 업계 전반의 중론이다. 무엇보다도 이 모든 소송에 대한 비용 부담은 손해배상을 청구한 원고인 임차인에게 족쇄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또, 임대인의 '방해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자체가 유명무실할 수 있다는 우려다. 손해배상 액수 규정에서 이미 국토교통부가 산정하는 권리금과 새로운 임차인이 지급하기로 한 권리금 중 낮은 금액을 넘을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어 기존 임차인이 아무리 높은 권리금을 지불했다 한 들 그대로 보호받을 수 없는 것은 물론, 두 금액 중 낮은 금액보다 현저히 낮은 금액을 손해배상액으로 지급하더라도 임차인이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명분이 없다.
 
게다가 임대인의 방해 행위를 임차인이 입증하도록 책임을 떠넘겨 권리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임차인을 보호하기는커녕 1년여에 달하는 소송으로 인한 시간적인 손실과 변호사 선임 비용 등을 추가로 짊어져야 할 수 있다. 이대로라면 소액의 권리금을 보호받으려다 고액의 법적 비용을 날리는 셈이 된다. 영세상인 일수록 더더욱 소송은 꿈도 못 꿀 일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은 권리금을 제대로 받고 싶으면 법대로 하되, 비용은 많이 내라는 식"이라며 "사실상 악용의 여지가 많으며 이 같은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설치하려던 분쟁조정위원회 관련 내용이 개정안에 빠져 있다는 게 가장 큰 맹점"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아직 입점도 하지 않은 신규 임차인이 임차인으로서 의무를 위반할 우려만 있어도 임대인이 계약을 거절할 수 있다는 추상적인 규정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손해배상 청구 시 기존 임차인이 신규 임차인과의 권리금 계약서를 증거로 제시해야 하는데 권리금 계약서라는 것은 추후 수정도 가능하기 때문에 증거로 쓰기 애매하고 임대인에게 권리금이 얼마인지 노출함으로써 오는 피해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권리금이 법제화되면 표면화된 권리금에 부담을 느낀 일부 임대인들이 임대료를 인상시킬 수 있다는 부작용이 있지만 임차인에게도 권리금 회수가 보장되는 기회를 제공하고 시장에서 통용되고 있는 권리금이 법의 테두리 안에 들어왔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방서후 기자 zooc60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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