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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통법, 쟁점은 다시 분리공시로
2015-04-20 16:21:25 2015-04-20 16:21:25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출고가 인하 효과를 내지 못하면서 ‘분리공시’ 도입을 재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선거철을 앞둔 정치권의 통신비 인하 카드와 맞물린 가운데, 분리공시를 포함한 법 개정안은 이미 도마 위에 올라와 있는 상태다.
 
‘분리공시’는 보조금을 구성하는 제조사 ‘장려금’과 이통사 ‘지원금’을 구분하는 것으로, 지난해 단통법 시행을 앞두고 사실상 삼성전자(005930)를 제외한 전 업계와 정부부처가 찬성한 제도다. 그러나 법 시행 일주일 전 규제개혁위원회(규개위) 권고로 시행령에서 제외되면서 단통법은 ‘알맹이 없는 법’이라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후 시장의 이목은 이통사가 내놓는 공시지원금으로 옮겨갔다.
 
그러나 법 시행 6개월 동안 단통법이 출고가와 통신비 인하 효과를 충분히 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분리공시 필요성이 재거론되고 있다. 국회는 이미 분리공시제를 포함한 단통법 개정안들을 잇달아 발의했다. 지난 17일 열린 ‘단통법 시행 6개월 평가 토론회’에서 우상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4월 국회에서 야당은 단말기값 인하와 통신비 절감을 위한 제도적 개선방안을 집중적으로 제안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발의된 개정안의 핵심은 분리공시를 시행령이 아닌 법률에 명시하겠다는 것이다. 국회 야당측 관계자는 “6개월이 지나며 단통법의 효과성은 이미 검증됐다”며 “정부 입장엔 아직 변화가 없지만 국회 차원에선 더이상 미룰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야당은 분리공시를 주요 당론으로 채택했고, 당초 단통법을 대표발의하며 개정에 반대했던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이 미방위 간사직에서 물러난 만큼 의제설정에 무리가 덜할 것”이라며 “오는 22일 법안심사소위와 27일 전체회의에서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분리공시가 다시 화두로 떠오르는 것은 제조사 마케팅비가 공개될 경우 출고가 인하를 유도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제조사가 지원하는 장려금 규모를 알게 되면 위약금이 발생하는 보조금 혜택이 아니라 애초에 출고가를 낮춰달라는 요구로 이어질 수 있다.
 
단통법의 취지를 살리려면 지원금 상향이 아닌 출고가 인하를 통해 전체 소비자 혜택을 키워야 한다. 그러나 정부가 최근 추진한 ‘지원금 상한액 상향(33만원)’과 ‘분리요금제 할인율 상향(20%)’도 결국 이통사 지원금만 겨냥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즉 지원금 상향에 앞서 제품 가격 자체를 떨어뜨리는 것이 우선이므로, 분리공시와 같은 출고가 인하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시민단체와 국회 등의 강경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분리공시 재도입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일각에선 갤럭시S6 지원금 확대와 SK텔레콤(017670)의 영업정지 연기 등에 삼성전자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추측하며, 삼성전자가 반대하는 분리공시 논의가 다시 탄력받기는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표심을 공략한 정치권의 제스처 정도로 그치지 않겠냐는 것이다.
 
정부 역시 법 개정안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앞서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은 미방위 업무보고에서 “분리공시 도입 등 법 개정안 논의는 이르다”고 말했다.
 
◇지난 4월17일 열린 단통법 시행 6개월 평가 토론회(사진=뉴스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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