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제5기 헌법재판소 재판부가 출범한 지난 2년 동안 162건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리는 등 국민의 기본권 보호에는 적극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사건 등 민주적 다양성에 대한 보장에 대해서는 다소 미흡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12일 헌재에 따르면 5기 재판부가 구성된 뒤 현재까지 총 3635건의 결정을 내렸으며 이 가운데 4.45%에 달하는 162건에 대해 위헌성 결정이 내려진 것으로 나타났다.
162건 중 에는 단순 위헌 55건, 헌법불합치 18건, 한정위헌 3건 등이 포함되어 있다. 특히 형사 재판 중인 피고인이 법원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가 기각된 뒤 직접 헌재에 헌법소원을 청구한 위헌심사형 헌법소원 심판 86건이 인용된 것은 주목할 만 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가운데 중요 사건으로는 미결수용자의 종교집회 제한 사건 '위헌', 시각장애인에 대한 배타적 안마사 자격인정 사건 '합헌', 근로자 파견사업자 형사처벌사건 '합헌' 등 사회적 약자의 인권 보호를 위한 결정이 꼽히고 있다.
또 지난 2년간 결정이 내려진 총 3635건의 사건을 유형별로 분석해 보면 헌법소원심판이 2588건, 위헌법률심판 42건, 권한쟁의 심판 4건, 정당해산심판 1건 등으로, 헌재는 하루 평균 5건씩 사건을 해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5기 헌재 재판부의 그동안의 결정 중에는 민주적 가치 정립 및 시대변화를 반영한 주목할 만한 결정도 있었다.
헌재는 사상 초유의 정당해산심판사건에 대한 '인용' 결정과 국가보위에 관한 특별조치법 사건 '위헌' 결정, 국회의원 지역선거구 인구편차 기준을 현실에 맞춰 제시한 선거구 획정 사건 '헌법불합치', 야간시위 금지사건 '한정위헌' 등을 그의 예로 들었다.
세대교체 등에 따른 달라진 국민 의식과 시대 변화를 반영하는 결정도 주목을 받았다.
네 번의 '합헌' 결정이 내려졌던 간통죄 위헌법률심판사건은 달라진 성(性)의식에 대한 국민적 성숙함을 반영해 다섯 번째 선고에서 '위헌' 결정이 내려졌다. 또 일명 장발장법 사건 '위헌'결정 역시 우리 사회의 포용력을 반영하는 시대에 부합하는 결정으로 헌재는 꼽고 있다.
PC방 금연구역 지정 사건에 대한 '합헌' 결정 역시 흡연자 보다는 금연자 중심으로 바뀌고 있는 사회분위기를 반영한 결정으로 보인다.
장기미제 사건이 크게 감소한 것도 5기 헌재 재판부 활동의 주목할 만한 점이다. 헌재에 따르면 사건 접수 후 180일이 경과된 장기미제사건이 종전 602건에서 499건으로 크게 줄었고 전체적인 미제사건도 전체적인 미제사건도 재판부 출범 전 899건에 비해 281건으로 13.1% 감소했다.
최근 눈에 띄게 활성화 된 국제적 위상제고와 헌재의 국내 소통 노력도 5기 재판부의 성과로 꼽힌다.
그 대표적인 예로 헌재는 지난해 10월 세계헌법재판회의 제3차 총회에서 '아시아 인권재판소'설립을 제안해 베니스위원회를 비롯한 세계 각국으로부터 지지와 기대를 모았으며, 박한철 헌재소장이 지난해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에서 강연한 '위안부 문제는 인류 보편적 가치인 인권 문제'는 한일 관계에 대한 역사적 문제 제기는 물론 여성 인권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이끌어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세계헌법재판회의 3차 총회에서 베니스위원회 헌법재판공동위원회 위원장에 아시아인 최초로 강일원 헌법재판관이 선출 된 것도 크게 달라진 우리나라 헌재의 국제적 위상 제고의 한 예로 평가된다.
5기 헌법재판부의 활동 가운데는 헌재와 국민의 실질적 생활 관계는 다소 괴리되어 있다는 인식을 불식시키는 제도의 실행도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헌재의 '찾아가는 민원서비스 확대'로 이강국 전 헌재소장을 비롯한 전·현직 헌재 재판관 및 연구관들의 활동이 두드러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공(功) 보다는 과(過)라는 평가를 받는 결정도 없지 않다. 통합진보당 해산심판의 경우 국내 헌정사상 처음 있는 사건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예가 적어 국제적인 관심이 집중된 사건이었으나 1년여만에 결정을 내림으로써 다소 신중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헌재는 해산심판 결정문에서 '내란 관련 모임'에 참석한 것으로 돼 있는 윤원석 <민중의 소리> 대표와 신창현 전 진보당 인천시당 위원장의 이름을 삭제하는 등 오류를 보이면서 자존심에 흠을 냈다.
또 사실상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이 대법원에 계류 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서둘러 결론을 내린 점에 대해서는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헌재가 통합진보당의 위헌성을 인정하는데 결정적인 근거로 제시한 'RO'의 실체는 대법원 판결에서는 실체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나 뒷말이 많았다.
2012년 7월에는 KSS해운(044450)이 "법의 전면 개정으로 효력이 없어진 구 조세감면규제법 부칙23조를 근거로 과세 처분한 것은 헌법상 조세법률주의 원칙에 반한다"며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한정위헌 결을 내리면서 대법원 판결에 대해 사실상 위헌결정을 내리면서 헌재와 대법원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돌기도 했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사진제공=헌법재판소)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