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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그리스, 10단계 개혁안 공개..독일 반대 뚫을까
금융권, 긍정적으로 화답..그리스 증시 8% '껑충'
독일, 기존 채무협정 강조..11일 긴급 회담 성과 불투명
2015-02-11 11:26:39 2015-02-11 11:31:52
[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그리스가 긴축정책을 포함한 10단계 개혁안을 공개하면서 국제 채권단과의 채무 협상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리스 증시와 채권 시장도 '그렉시트(Grexit)' 우려를 털어내며 호전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독일이 기존에 맺은 채무 협상을 변경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하루 앞으로 다가온 유로존 긴급회의에서 큰 성과를 거둘 수 없을 것이란 의견이 빗발치고 있다.
 
◇그리스, 10단계 개혁안 공개..승부수 던져 
 
로이터통신은 10일(현지시간) 그리스 정부가 브뤼셀에서 열리는 유로존 재무장관 긴급회의를 앞두고 10단계로 구성된 개혁안을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10단계 개혁안을 들여다보면, 그리스가 구제금융을 받는 조건으로 시행해 온 긴축 조치 등의 기존 합의사항에서 70%를 수용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독일과 유럽중앙은행(ECB), 유럽연합(EU), 국제통화기금(IMF) 등 트로이카의 요구대로 긴축을 수용하겠다는 것이다. 자금을 얻기 위해 긴축을 전면 반대하던 기존의 입장을 철회했다는 분석이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동료 의원들의 박수를 받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그렇다고 그리스 정부가 성장을 아예 포기한 건 아니다. 개혁안에는 기초재정수지 흑자규모 목표치를 국내총생산(GDP)의 3%에서 1.49%로 낮춰달라는 요구도 있다.
 
재정수지는 지출이 수입보다 많으면 줄어들기 마련인데, 긴축으로 허리띠를 조여 재정건전성을 강화하더라도 최저임금을 인상하거나 연금을 확충하는 데는 돈을 쓰겠다는 것이다.
 
ECB가 지닌 그리스 국채를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에 연동한 국채와 기한이 없는 영국채권으로 바꾸는 방안도 개혁안에 포함됐다.
 
이건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이 이전부터 주장해 온 타협안인데, 부채 절반을 탕감해 달라던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의 주장과 비교하면 많이 순화된 요구다.
 
이와 더불어 바루파키스 재무장관은 오는 11일 유로존 긴급 회담에서 '가교 프로그램(브릿지론)'을 제안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그리스의 당국자에 따르면 그리스 정부는 100억유로에 달하는 단기 자금을 요청할 계획이다.
 
80억유로의 단기 국채를 추가로 발행하고 그리스 국채를 담보로 ECB에 19억유로를 빌린다는 복안이다.
 
이것만 성사되면 그리스 정부는 곧 만기가 도래하는 채무를 갚을 수 있고 8월 말까지 구제금융 조건을 본인들이 유리한 쪽으로 수정할 여유를 확보할 수도 있다. 그리스 정부는 오는 28일로 다가온 구제금융 만기일을 6개월 미룰 계획이다.
 
야니스 바루파키스는 이날 이탈리아 통신 RAI와의 인터뷰에서 "그리스가 회원국 지위를 버리면 유로존은 붕괴될 것"이라며 긴급 회의 전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렉시트 우려 '완화'..아테네 증시 8% 급등 
 
그리스 정부가 구제금융을 일부 수용한 협상안에 금융 시장이 긍정적으로 화답했다.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뜻하는 '그렉시트' 우려감이 누그러진 덕분이다.
 
아트 호건 운더리치 증권 수석 시장 전략가는 "시장이 그리스에서 펼쳐지는 드라마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며 그리스가 제안한 협상안이 이번 회의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리스 아테네 증시는 이날 은행주의 활약에 힘입어 8% 넘게 급등했다. 이는 유럽 18개 증시 중 가장 큰 상승 폭이다. 특히, 그리스국립은행과 피레우스은행, 유로은행은 각각 15% 가까이 솟구쳤다.
 
◇그리스 증시 추이 (자료=인베스팅닷컴)
 
상승세를 이어가던 그리스 국채 금리도 하락세로 전환됐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0.85% 하락한 10.46%를 기록했고 3년물과 5년물 금리도 동반 하락했다.
 
뉴욕 증시도 그리스 10단계 개혁안 소식을 호재로 받아들였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일보다 0.79% 오른 1만7868.76에 거래를 마쳤다.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1%가 넘는 상승세를 기록했다.
 
10단계 개혁안이 통과되면 그리스 정부는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하지 않아도 된다. IMF에 꾼 채무 30억유로와 ECB에 빌린 돈 67억유로를 기한 내에 다 갚을 수 있기 때문이다.
 
IMF 채무 만기일은 오는 6월이다. ECB 만기일은 오는 7월20일에 35억유로, 8월20일 32억유로로 각각 잡혀있다.
 
한편, 그리스 메가TV가 여론조사기관 GPO를 통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73%가 그리스 정부와 EU가 타협점을 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독일, 기존 협상안 '강조'..긴급 회의 무산될 가능성 높아   
 
이처럼 그리스 채무 협상을 둘러싼 불안감이 누그러지긴 했지만, 당분간 그리스와 독일의 시각차가 좁혀지지 않을 것이란 회의론 또한 만만치 않았다.
 
실제로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담장에서 "유로그룹 긴급 회의를 통해 그리스에 시간을 더 주거나 새로운 합의를 논의할 계획이 없다"고 일축했다.
 
이어 그는 "그리스가 현재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원하지 않는다면, 협상은 없다"며 "다른 채권단도 새로운 안을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리스 전 정부가 맺은 채무 협정대로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100% 시행하라는 뜻이다.
 
피에르 모스코비치 EU 경제부분 위원장도 "그리스의 부채 위기에 관한 논의는 종전의 구제금융 프로그램의 틀 내에서 이루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독일과 유럽 당국의 강경한 입장을 감안해 오는 11일에 열리는 긴급 협상에서 큰 진전을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게리 젠킨스 LNG 캐피털 수석 스트래티지스트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유로존 전체 경제 정책을 고려해 그리스 정부의 요청을 수락하지 않을 것"이라며 "기존의 정책을 180도 바꾸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스 내부에서도 10단계 개혁안이 통과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파노스 카메노스 그리스 국방장관은 "협상이 타결되길 원하지만, 안되면 '플랜B'로 갈 수밖에 없다"며 "미국이나 러시아, 중국에 지원을 요청해야 할 것"이라고 털어놨다.
 
이에 그리스 정부 대변인은 "EU와의 관계는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며 "누구도 그리스 외교정책의 방향을 바꿀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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