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원석기자] "파라벤을 유방암 발병과 연관시키기에는 무리가 있다."
치약, 샴푸, 크림, 로션 등 생활용품을 사용하면 유방암 발병률을 높일까. 이에 대해 한 의료전문가가 부정적인 의견을 개진했다. 다만 정부 차원에서 심층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최근 치약, 샴푸 등에 함유된 발암물질 파라벤이 유방암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논문이 나오면서 논란이 뜨겁다. 유방암 환자의 유방조직에서 파라벤이 검출됐다는 게 논문의 요지다.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에 노출된 기간이 길수록 유방암 발생률이 높아지는데, 파라벤이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구조를 보여 유방암 발병과 상관관계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국내 의료진의 의견은 다르다. 정승필 고려대 안암병원 유방내분비외과 교수(사진)는 "제한규정을 준수한 제품이라면 피부를 통해 흡수되는 양이 매우 소량이기 때문에 유방암과 연관 짓기에는 무리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파라벤은 에스트로겐에 비해 수용체에 결합하는 능력이 만 배에서 백만 배가량 약하기 때문에 유방 조직에서 파라벤이 암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고농도의 파라벤이 존재해야 한다.
치약, 샴푸 등 생활용품에 포함된 파라벤이 소량이기 때문에 유방암 발병과 직접적인 인과를 찾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국내를 비롯해 유럽, 미국의 단일 파라벤 기준은 0.4%다. 혼합해 사용할 경우 0.8%까지 첨가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으며, 3세 이하의 어린이에게는 파라벤이 들어간 제품을 사용하지 않도록 권하고 있다.
정 교수는 "유방암의 발생에는 수많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라며 "80여년간 특별한 문제 없이 광범위하게 사용돼온 물질을 유방암과 직접적으로 연결시켜 위험물질로 두기에는 어폐가 있다"라고 밝혔다.
다만 "파라벤이 유방암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지 밝혀지지 않았다"라며 "따라서 의사뿐 아니라 과학자, 정부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꾸준히 진행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1930년대 미국에서 개발된 파라벤은 세균성장을 억제하고 보존기간을 늘리기 위해 사용되며, 화장품뿐 아니라 식품, 의약품에도 널리 쓰인다. 메틸, 에틸, 프로필, 부틸파라벤 4종이 주로 사용되며, 이 중 메틸파라벤은 블루베리, 당근, 올리브 등의 천연성분에서도 발효돼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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