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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긍정의 여신' 신아영 "원래는 '뽀미언니'가 꿈이었다"
2014-11-15 09:00:00 2014-11-15 09:00:00
◇신아영 (사진제공=tvN)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흐흐흐흐흐흐.' 1시간 30분 정도 되는 인터뷰 시간 동안 50번은 웃은 거 같다. 기자가 딱히 웃기려고 하지 않았다. 그냥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면서 기분 좋은 웃음을 쉼 없이 던졌다. 웃다가 엎어지고 뒤로 넘어지고 그의 리액션은 과감했다. 그 웃음이 가식이라고 느껴지지도 않았다. 끊임없이 웃는 모습에 기자도 기분이 좋아졌다. SBS SPORTS 소속으로 tvN <더지니어스3:블랙가넷>(이하 <지니어스>)에 출연 중인 신아영 아나운서에 대한 얘기다.
 
미국 하버드 대학교 출신으로 뛰어난 스펙을 가진 그가 <지니어스>에서 보이는 면모는 '꽃병풍'이다. 차유람과 최정문, 재경 등 예쁜 여성 출연자가 게임 내에서 별다른 활약이 없을 때 붙여지는 별명이다. '꽃병풍'이면 존재감이 없었던 것이 일반적이지만 그는 예능감을 엄청나게 발휘하고 있다. 기존의 '꽃병풍'과는 다른 존재감이다. 그렇게 <지니어스>에서 매력이 터지고 있는 신아영을 지난 11일 빼빼로를 주고 받는 날 만났다.
 
"제가 준비했어요"라며 빼빼로를 건네는 신아영의 얼굴에는 활짝 미소가 묻어 있었다. 웃음이 굉장히 자연스러워 보였다. 얘기를 나누면서 '어찌 이리 잘 웃을 수가 있을까?'라는 의문도 품어봤다. 인터뷰가 끝날 때쯤 그 웃음의 비결을 알게 됐다. 온 몸에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치고 있었기 때문임을.
 
최근 3년 동안 만난 취재원 중 가장 긍정적인 마인드의 소유자였다. '긍정의 여신'이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신아영의 속마음을 들어봤다.
 
◇신아영 (사진제공=tvN)
 
◇"1화 데스매치의 충격..나를 달라지게 했어"
 
기자는 개인적으로 <지니어스>의 광팬이다. 시즌1부터 시즌3까지 모든 편을 빼놓지 않고 봤다. 매 회를 두 번 이상 봐 왔다. <지니어스>에 대한 나름의 분석 능력이 있다고 자부한다.
 
그런 의미에서 시즌3의 1화를 보고 신아영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다. 놀라운 승부욕을 보인 신아영의 퍼포먼스를 보고 '제2의 조유영'을 예상했다. 승리에 대한 몰입 때문에 지나치게 많은 비난을 받은 조유영의 모습이 1화 신아영에게서 엿보였다. "주의깊게 봐야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하지만 2화부터 신아영은 철저히 '꽃병풍'으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게임을 굉장히 소극적으로 했다. 분명 특출난 능력이 있어보이는데 자신을 숨기는 듯 했다. 기대가 아쉬움으로 변했다.
 
신아영은 이에 대해 "데스매치가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특히 1화 촬영이 끝나고 2화 촬영을 앞둔 시기까지 그의 머릿속은 '혼란의 카오스'였다고 한다.
 
"엄청 많은 생각을 했어요. <지니어스>가 사회의 축소판이라 불리잖아요. '난 얼마나 많은 사람들 앞에서 호구처럼 살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나마 <지니어스>는 즉각즉각 피드백이 오는데, 사회는 그렇지 않잖아요. 얼마나 많은 뒤통수를 맞고 살았을까라는 생각도 들고, 인간에 대한 불신도 들었어요. 저는 사람 정말 잘 믿거든요. 사기 당하기 딱 좋은 케이스에요. 누군가 나의 등에 칼을 꽂아도 저는 모를 것 같았어요. 그 1주일이 정말 힘들었어요. 격동의 1주일. 하하"
 
1화 데스매치 때 신아영은 달랐다. 눈빛이 날카롭게 변해 있었다. 스포츠나 프로게임 결승전에서 누가 이길지는 눈빛을 보면 알게 되는데, 1화 데스매치에서의 신아영은 승자의 눈빛을 하고 있었다.
 
"저는 승부욕도 별로 없거든요."
 
의외였다. 분명히 그런 눈빛을 지닌 승부사였는데, 예상을 벗어난 말이었다.
 
"그 때는 승부욕이라기 보다는 1차 목표가 '1화 탈락은 피하자'였는데, 떨어질 상황이 된 거잖아요. 게다가 제가 주리를 지목한 거잖아요. 저는 동정도 얻을 수 없는 상황이 된 거예요. 꼭 이겨야만 했어요. 아마 제가 지목을 당했다면 전 승부욕이 발동하지 않았을 거예요."
 
그 이후부터 자연스럽게 '꽃병풍'이 됐다. 데스매치에 가고 싶지 않다는 욕구가 강했다. 그래서 묻어가려고 했다. 그리고 <지니어스>에서 예능의 꽃이 됐다.
 
◇신아영 (사진제공=tvN)
 
◇"만약 장동민이 날 좋아한다고 하면? 전 좋아요"
 
"누가 나를 이렇게 욕한 적이 없었어요. 욕을 먹으면 기분이 나빠야 하는데, (장동민) 오빠의 욕은 기분이 좋아져요. 하하하하."
 
<지니어스> 시즌3의 2화에서 신아영이 한 말이다. 다소 샤프한 인상에 도도함이 얼굴에서 묻어나오는 그에게서 나온 말이라 더 웃음이 났다.
 
최근 각종 매체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신아영이다. 한 인터뷰에서는 "장동민과 <우리 결혼했어요>를 찍고 싶다"고도 했다. 장동민과 어떤 관계냐고 직접적으로 물어봤다.
 
"정말 멋있어요. 좋은 분이에요. 같이 있으면 엄청 웃기고. 강한 사람이에요. 자극을 받으면 꼭 이기려고 하고, 절대 포기하지 않는 남성미가 있어요. 반대로 저는 포기가 빠르거든요. 굉장히 성향이 다르죠. 그런데 같이 있으면 정말 즐거워요."
 
<지니어스>에서 장동민은 유독 신아영에게 가혹하다. "조용히 해"라는 말을 과격하게 한다. 마치 한 대 쥐어박을 것 같은 액션을 취하기도 한다. 이를 본 신아영은 세상 떠나가라는 듯 웃음을 짓는다.
 
"평소에도 욕을 많이 해요. '정신병자 닥쳐' 이런 말을 해요. 그런데 웃겨요. 욕으로 분위기를 풀어줘요. 나에게 유익할 것 같은 욕이에요. 하하."
 
최근에 <우리 결혼했어요>에 출연하고 싶다라고도 말을 했고, 장동민의 얘기를 꺼내니 신나보였다. 호감이 있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그런 생각은 안 들던데요"라며 한 발짝 뒤로 빼는 그였다. 왜인지 진심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요하게 물었다. "만약 장동민이 아영씨를 굉장히 좋아한다고 하면 받아줄 의향이 있나?"
 
잠깐 기자의 눈을 쳐다보면서 고민한 신아영은 이내 입을 뗐다. "전 좋아요. 매력있으니까." 이 말을 할 때 살짝 윙크 비슷한 눈짓이 있었다. 난생 처음으로 장동민이 부러웠던 순간이다.
 
◇신아영 (사진제공=tvN)
 
◇"난 내가 도도한 줄 알았어요"
 
아나운서라고 하면 약간의 선입견이 있다. 공부도 잘했으면서 예쁘고 늘씬한 여성에서 오는 선입견일테다. '차도녀'의 느낌이 강했다. 하지만 신아영을 만나고 나서는 선입견이 깨졌다. "안 그런 사람도 있구나."
 
<지니어스>의 모습을 실제에서 보니 더 그런 확신이 생겼다.
 
"전 제가 조신하고 도도한 줄 알았어요. 리액션이 그 정도로 큰 줄 몰랐어요. 흥분을 좀 잘하기는 했어요. 사실 저 자신을 밝다고만 생각했죠. 그렇게까지 오버하는 애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주변에서도 신아영의 웃음을 두고 왈가왈부한다고 한다. <지니어스>의 스태프 한 명은 "왜 얼굴을 막 쓰냐"고 농담조의 핀잔을 주기도 한단다. 너무 가리지 않고 웃는다는 의미다. 예쁘게 좀 웃으라고 말이다.
 
"PD님께서 머리를 쓰라고 데려왔는데, 뜻밖의 예능을 하고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팬들도 엄청 기대했는데 실망스럽다고도 웃으면서 얘기해요. 동민 오빠는 '남자 잘 만나야겠다'고 하더라고요. 엄청 고생할 거라고요. 전 제가 눈치도 엄청 빠르고 약삭빠른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닌가 봐요. 하하."
 
기존의 도도한 이미지는 섹시함에서 발현되는 것 같기도 했다. 특히 5화에서 신아영이 입고 나왔던 옷은 섹시함을 넘어섰다. 글래머 스타일의 체형인 그가 딱 붙는 옷을 입고 나왔을 때 남자 시청자들은 엄청난 성원을 보냈다.
 
일각에서는 "전 회에 하연주가 섹시하게 입고 나왔는데, 거기에 자극을 받은 신아영이 더 강한 의상을 입고 나왔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런 얘기들이 많았는데 절대 아니에요. 당시에 분장팀이 옷을 몇 벌 준비했었는데 원래 입으려고 했던 옷이 좀 작았는데, 넘어질 뻔 하다가 골반쪽을 완전히 찢어먹었어요. 그래서 입은 옷이 그 옷이에요. 너무 짧고 너무 파였었어요. 위를 가리면 아래가 보이고 아래를 가리면 위가 내려가고, 고통이었어요. 처음에는 가렸는데 나중에 찍다보니까 카메라 있다는 것을 까먹고 '칠렐레 팔렐레'처럼 다니다가 다 드러났죠. 연주랑 라이벌을 느끼다뇨. 연주가 훨씬 더 예쁜 걸요."
 
◇신아영 (사진제공=tvN)
 
◇"하버드 나오면 무슨 일을 해야 될까요?"
 
하버드 출신이라는 점에서 신아영은 남다른 사연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그는 현실에 순응하며 공부를 열심히만 해왔던 평범한 학생에 불과했다. 미국식 수능이라 불리는 SAT에 도전한 것도 '사칙연산'에 약했던 자신의 단점 때문이었다.
 
"수학을 푸는데 공식은 만들 수 있는데 계산에서 계속 틀리는 거예요. 그런데 SAT는 계산기를 쓸 수 있잖아요. 그래서 SAT를 봤어요."
 
시험 점수가 나쁘지 않았다. 그래서 하버드에 도전하고 본인의 표현으로는 엉겁결에 입학했다. "왜 하버드가 나를 선택했는지 모르겠어요."
 
4년 간 치열하게 공부한 끝에 힘들다는 졸업까지 무사히 했다. 그리고 그는 SBS SPORTS에 입사했다.
 
어째서 이 일을 시작하게 된거냐고 물어봤다.
 
"역사학과를 나왔는데, 과와 연관된 직업은 갖고 싶지 않았어요. 내가 무엇을 해야될까에 대한 고민을 하다가 의미를 찾기 위해 1년 동안 도미니카로 의료봉사를 갔어요. 그동안 현실에 순응해서 살아온 저였거든요. 가서 해보니 애들이 정말 좋은 거예요. 애들 앞에서 놀아주는 게 정말 즐거웠어요. 그래서 '뽀미 언니'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뽀미 언니'는 누가 하는가 알아보니 아나운서더라고요. 그래서 준비했어요. 그러다가 SBS SPORTS에서 공채가 떴어요. 저 영국 프리미어리그 리버풀 팬이거든요. 정말 즐겁게 일하고 있어요."
 
즐겁다고 했지만, 궁금증도 남았다. "하버드가 아깝지 않아요?"라고 물었다. 그는 계약직이다.
 
"그러면 하버드 나온 사람은 무슨 일을 해야 되는데요?"
 
말문이 막혔지만 돌직구를 던져봤다. 계약직이고 경쟁이 치열하지 않나. 만약 다른 후배들이 치고 올라오면 그 자리에서 밀려날텐데, 정규직이 아니라서 방어막이 없지 않은가.
 
"그러면 제가 더 경쟁력을 갖추면 되잖아요. 만약 회사에서 나오게 되면 다른 능력을 더 키워서 새로운 일을 하면 되고요."
 
괜히 걱정한다고 던진 말이 그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건 아닐까하는 미안함도 들었다.
 
"돈 중요하지 않아요. 스포츠 아나운서는 일하는 거 같지 않거든요. 어차피 저는 축구도 야구도 볼 사람인데 일한답시고 공짜로 보잖아요. 게다가 스포츠선수들하고 직접적으로 얘기할 수 있잖아요. 얼마나 큰 축복이에요. 이렇게 행복한데 돈이 무슨 의미인가요?"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은 발걸음이 가벼웠다. 인터뷰를 복기하던 중에 피식피식 웃음도 났다. 가식 없이 훌륭한 마인드를 지닌,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신아영 덕분에 기분이 한 없이 좋아졌다. '긍정의 여신'이라는 수식어를 인정할 수밖에 없게 한 1시간 30분은 잊지 못할 시간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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