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지난해 대학수학능력평가 세계지리 8번 문제는 정답이 없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한 문제 차이로 대학 합격의 당락이 좌우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오답자들에게 대학 갈 길이 열린 셈이다.
다만 이 문제를 틀려서 대학에 떨어졌다는 점을 증명하기 쉽지 않다. 대학을 간다손 해도 그 동안 흐른 세월은 누구도 못 돌린다.
일단 당사자들은 이 판결이 확정되면 수능시험 점수를 조정받은 뒤 불합격한 대학을 상대로 입학을 허가하라는 소송을 낼 수 있다.
불합격한 곳이 국립대학이면 불합격취소 행정소송을, 사립대학이면 불합격 무효확인이나 합격자 지위확인 민사소송을 사건이다.
이번에 소송에 참가하지 않은 세계지리 8번 문항 오답자들도 원칙적으로는 함께 등급조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행정소송법은 처분을 취소하는 확정판결은 제3자에게도 효력이 미친다고 정하고 있다.
오답자들이 합격을 주장한다고 해서, 기존에 정답이 없는 해당 문제를 맞춰 대학을 간 사람의 합격이 취소되는 것은 아니다. 오답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기존 합격자의 신뢰이익을 침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세계지리 8번 문항을 틀린 탓에 불합격했다는 점을 당사자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합격의 당락이 오직 수능점수로만 갈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신부터 면접까지 수많은 변수를 제치고 오로지 한 문제가 틀려 대학입시에 떨어진 사실을 입증하기란 녹록치 않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분석이다.
해당 대학이 '명백하게' 이러한 이유로 떨어진 학생들을 재입학시켜야 할 의무가 있는지도 법리적으로 따질 쟁점이다. 국가의 실수를 대학이 만회해야 하는지의 문제다.
대학입학 소송과 별도로 이번 사태를 초래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낼 수 있다. 거액은 아니지만 위자료가 인정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가장 큰 문제는 시간이다. 이런 터에 당사자의 진정한 권리구제는 요원해 보인다. 이 판결이 상고심으로 올라가면 대법원에서 확정되기를 기다려야 한다.
판결이 확정돼도 불합격한 대학교를 상대로 따로 소송을 진행해야 한다. 당사자들이 갓대학에 들어갈 나이대인 점을 고려하면 면학시기는 훌쩍 지날 것이다. 이 판결의 효력을 기다리는 나머지 오답자들도 마찬가지다.
법무법인 세광의 오영중 변호사는 "판결이 확정되면 학생지위를 확인하는 가처분 신청을 낼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입학심사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교육부가 책임지고 전향적인 지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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