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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택, 10여곳과 매각 논의중..반응은 '싸늘'
2014-09-24 14:35:40 2014-09-24 15:33:29
[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팬택이 매각 공고를 내며 새 주인 찾기에 나섰지만 업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이동통신사들과의 갈등 끝에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돌입, 팬택의 자생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 상황에서 매각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보는 시선은 극히 소수다.
 
24일 매각 주간사인 삼정회계법인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팬택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기업 및 투자자는 모두 10여곳 이상. 삼정회계법인은 해당 기업들과 인수의향서(LOI) 제출을 놓고 의사를 타진 중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적극적인 투자 의지를 나타낸 곳은 없다.
 
삼정회계법인 관계자는 "이제 시작한 만큼 아직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기업은 없으며 현재 10개 이상의 기업들과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마이크로맥스 등) 익히 알려진 기업들도 있고 생소한 기업들도 있다. 국내 기업들도 관심을 나타내고 있지만 삼성전자, LG전자로부터는 특별한 얘기가 없다"고 말했다.
 
팬택 내부적으로는 이보다 더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 현재 삼정회계법인이 접촉 중인 기업들 중에서 실질적으로 인수 의사를 타진할 만한 수준의 기업은 전무하다는 것. 이에 따라 일부 임직원들은 매각이 불발된 이후 법정관리 상황에서 협력사에 지급해야 하는 전자채권 560억원이 탕감되는 것을 이상적인 시나리오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간 팬택 내부에서는 국내 기업에게 인수되는 시나리오를 가장 이상적인 방안으로 언급했지만 현 상황에서는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가능한 한 모든 선택지를 열어놨다. 일단 국내 업체들 중에는 팬택을 인수할 만한 적임자가 사실상 없다. 한때 삼성전자와 SK텔레콤, CJ 등이 물망에 오르기도 했지만 이들 중 삼정회계법인에게 이렇다 할 관심을 표한 곳은 없다.  
 
가장 유력한 후보로 알려진 인도의 휴대폰, 태블릿PC 제조사 마이크로맥스 역시 과거에 지분투자 의향을 밝힌 바 있지만 직접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해졌다. 자국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치열한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마이크로맥스는 최근 구글과 함께 '안드로이드원'을 출시하며 중저가 스마트폰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관건은 팬택이 보유한 기술력과 브랜드 파워가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어필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팬택은 지난해 말 기준 4886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고, 1만4488건 특허를 출원 중이지만 해외 특허의 경우 807건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특허권 이외 실용신안(상품의 형태. 구조 또는 조합에 대한 권리)를 다 포함한 숫자다.
 
또 하이엔드 스마트폰 시장의 정체와 후발주자들의 추격 등으로 스마트폰 사양이 사실상 평준화되는 추세여서 팬택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력이 높은 가치를 인정받기도 어려워 보인다. 일부에서는 팬택의 스마트폰 개발 능력보다는 통신 모듈, 장비 관련 기술에 욕심을 내는 투자자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제조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든 국외든 현재 팬택이 시장에서 매력적인 매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기술력 측면에서 팬택을 넘어서는 기업도 많고 M&A가 필요하더라도 미국 업체가 주된 타깃이다. 일부 기업들은 스마트폰보다는 팬택이 보유한 WCMA 통신모듈 기술력이나 LTE 관련 부품 개발력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991년 당시 맥슨전자 영업사원 출신이던 박병엽 전 부회장이 직원 6명과 자본금 4000만원으로 설립한 팬택은 현대큐리텔과 SK텔레텍을 인수하는 등 승승장구하며 벤처업계의 신화로 불렸지만 이후 2007∼2011년 자금악화 등으로 첫 워크아웃을, 올해 3월 이후 2차 워크아웃을 진행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어왔다.
 
올해 3월 2차 워크아웃이 시작됐고 6월에는 팬택 채권단이 이통사 출자전환을 추진했다. 이후 이통사가 팬택에 채무상환 2년 유예를 결정하며 숨통이 트이는 듯 했으나 200억원의 전자채권 만기가 도래하자 결국 이사회에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팬택이 매각될 경우 삼성전자, LG전자 등 3개사가 경쟁을 벌이던 스마트폰 제조업계의 판도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더불어 중국이나 인도 기업 등 해외 기업에 매각될 경우 기술 유출 우려도 제기된다.
 
◇서울 삼암동 팬택 사옥.(사진=팬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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