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협회 막다른 골목..동맹휴업 외 선택지 없어
정부 6개월 유예 입장 변화 없어..주유소협회 "24일 동맹휴업 강행"
2014-06-12 13:40:26 2014-06-12 16:00:27
◇전국 3000여개 주유소가 당초 12일로 예정된 동맹휴업을 24일로 유보했다. 정부가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는 가운데 마땅한 선택지는 없어 보인다. ⓒNews1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12일로 예고됐던 3000여곳의 전국 주유소 동맹휴업이 24일로 유보됐다. 막판 마라톤협상에서 정부가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동맹휴업 외에 마땅한 선택지는 없어 보인다. 휴업이라는 마지막 카드마저 소진되면 정부와의 싸움에서 일방적으로 밀릴 수도 있다. 막다른 골목에 처했다는 분석이다.
 
주유소협회는 지난 9일 동맹휴업 결의를 통해 "정부나 석유관리원의 동맹휴업 관련 문의에는 비협조 전략으로 대응할 것"이라면서도 "12일 동맹휴업 이후 정부의 동향에 따라 2차 동맹휴업 실시를 염두에 두고 준비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표면적으로는 전면전 선포지만, 속내는 정부와의 협상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함으로 풀이됐다. 동맹휴업 카드를 적절히 이용해 정부로부터  수정안을 받아 챙길 심산이었지만 정부는 쉽게 넘어오지 않았다. 당초 예상과 달리 동맹휴업에 참여하는 회원들 분포가 지방에 국한되고, 그 숫자 또한 많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오히려 정부의 강공기조는 세졌다.
 
◇주유소협회 "산업부, 주간보고제 시행 고수..협상 결렬"
 
주유소협회는 11일 오후부터 동맹휴업이 예고됐던 12일 새벽 4시까지 10시간이 넘게 산업부와 마라톤협상을 진행했다. 주유소협회는 협상 막판 기존 정부 안대로 7월1일 자로 주간보고제를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사실상의 최종 양보안이었다.
 
대신 협회가 2년간 직접 회원사들로부터 보고를 받아 석유관리원에 넘겨주는 종전 방식을 유지해 줄 것을 요청했다. 반면 정부는 7월1일 자로 시행하되 6개월간 과태료 부과를 유예해 주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 양측은 타결점을 찾지 못했다.
 
주유소협회는 앞서 쟁점이 되고 있는 석유제품 거래상황기록부 주간보고제 시행을 2년 유예에서 1년 유예로 물러서며 양보안을 제시했지만 정부는 제자리였다. 동맹휴업이라는 카드의 효력도 미미했다. 이미 협상의 주도권은 정부로 넘어간 뒤였다.
 
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석유제품 거래상황기록부 주간보고제 시행을 1년만이라도 유예해 달라고 요청하며 당초 2년 유예에서 한발 물러섰다. 그러나 산업부가 끝까지 입장에서 변화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 협상을 중단하게 된 것"이라면서 협상 결렬의 책임을 정부에 떠넘겼다.  
 
◇'동맹휴업' 주유소협회에 '양날의 검'
 
양측이 마라톤협상을 벌였음에도 합의점 도출에 실패한 것은 기존 안을 고수하겠다는 산업부의 입장도 워낙 강경했지만, 주유소협회의 전략 부재도 한몫 했다는 평가다.
 
산업부는 지난 9일 주유소협회가 동맹휴업을 예고한 직후 곧바로 휴업을 강행할 경우 주유소협회의 설립 허가를 취소하고 참여 주유소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강경대응을 선언하며 칼을 빼들었다.
 
협상의 지렛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던 동맹휴업 카드가 역으로 주유소협회의 발목을 잡는 구실을 제공하게 됐다. 때문에 업계 안팎에서는 동맹휴업 당일 주유소들의 참여율이 크게 저조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처벌을 우려한 주유소들이 실제로 휴업에는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본 것이다.
 
주유소협회는 정부와의 최종 협상이 결렬되자 24일 동맹휴업을 재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주유소협회가 휴업에 나설 경우 득보다 실이 많은 상황이어서 실행에 옮겨질 지는 미지수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정부가 지난 3일에 이어 동맹휴업 당일 새벽까지 협상에 나섰으나 입장에 변화가 없다는 점이 주유소협회로서는 가장 뼈아프다. 반면 주유소협회는 기존 입장에서 계속해서 물러서며 다급함만 드러냈다. 협상 테이블의 주도권은 정부로 기울어졌다.
 
잦은 휴업 선언으로 국민들에게 혼선을 주고 있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이날 동맹휴업 보류로 시민들이 겪을 불편은 일단 해소됐다. 하지만 동맹휴업 일자만 고쳐지면서 여론의 피로도는 높아졌다. 여론이 등을 돌리면서 대정부 협상력은 더욱 낮아졌다. 협회 내 이견과 눈치보기도 짙어졌다. 진퇴양난이다.
 
◇주유소업계 "24일 동맹휴업 강행"..참여율은 '미지수'
 
주유소협회는 동맹휴업 강행 외에는 선택지가 없어 보인다. 거듭 양보안을 제시했지만 정부가 한걸음도 물러서지 않으면서 동맹휴업을 거둬들일 명분 또한 없다. 생존의 명운도 걸려 있다. 오는 7월1일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 시행규칙 개정안 시행으로 주유소협회의 입지가 뿌리째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주유소, 대리점 등 석유사업자가 석유제품의 입·출하 내역을 기존의 주유소협회가 아닌 석유관리원에 월 단위에서 주간으로 바꿔 입력해야 한다. 주유소협회 측은 영세 주유소의 업무 부담 가중을 이유로 거듭 반대 의사를 밝혀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역할 축소를 우려한 조치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일선 주유소들은 보고체계가 변경되면 주유소협회에 굳이 가입하지 않아도 된다. 회원사들을 통해 재정과 영향력을 행사해 온 주유소협회로서는 존폐의 기로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
 
정부의 강경 방침에 막다른 골목에 내몰린 주유소협회가 동맹휴업 카드를 고수함에 따라 오는 24일 집단휴업에 어느 정도의 참여율을 보일 지 관심이 집중된다. 초라한 참여율이 확인될 경우 주유소협회는 2차, 3차 등 추가 휴업조차 추진하기 어렵게 된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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