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현 (사진제공=tvN)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방송 내내 폭발적인 반응이었다. 방송이 있었던 토요일 밤 각종 게시판은 tvN '더지니어스2' 중계 현장으로 바뀌었고, 일요일은 물론 심지어 일주일 내내 '더지니어스2' 관련 단어가 포털을 뒤엎었다. 시청률 30%가 넘는 SBS '별에서 온 그대' 보다도 뜨거웠다. 1~2%대의 시청률이라는 게 이 프로그램의 아이러니다.
각종 음모와 계략이 넘치는 '더지니어스2'는 말그대로 반전이 넘쳤다. 탈락자 한 명 한 명에 스토리가 있었고, 예상을 빗나갔다. 출연자 중에서도 반전이 다양했다. 이다혜를 꺾은 조유영, 지니어스 1인자 홍진호를 꺾은 은지원, 늘 즐거운 뒤통수를 치는 이상민이 그랬다. 그중 가장 큰 반전을 보인 인물은 유정현이었다.
정치인 출신으로 방송으로 복귀한 것에 대해 처음에는 대중의 거부감이 컸다. 가장 떨어졌으면 하는 1순위였다. 하지만 종영이 다가오자 가장 큰 호감을 얻었다. '이미지 세탁'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였다. 게다가 '병풍'이었던 별명이 후반부 '피닉현'으로 바뀔 정도로 승부사 이미지를 드러냈다. 반전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런 유정현을 지난 12일 만났다. 정치인 출신이어서인지 자연스럽게 악수를 건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참 이상한 프로그램이야. 감정이입이 돼"라면서 너털웃음을 짓는 그다.
"난 거짓말을 못해"라고 말한 유정현과 3시간 가량의 인터뷰가 끝난 뒤 받은 느낌은 말 그대로였다. 어떤 질문이든 5분 이상의 진솔한 대답을 이어갔고, 꺼림찍한 질문에도 속시원히 속을 내보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방송이 끝나고 많은 호감을 얻은 것 같아요. 사실 거부감이 컸던 것도 사실인데. 호감을 얻었다는 것을 실감하시나요.
▲아직 엄청 호감으로 변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냥 나를 몰랐던 사람들이 방송을 계기로 꽤 안 것 같아요. 젊은 친구들. 특히 중고등학생들이 그래요. 그 친구들은 내가 TV 나올 때 안 봤을테니까. 이제는 학생들이 알아봐요. 싸인도 꽤 해줬고. 하하.
-3등을 했는데 아쉽지는 않나요. 한 번만 더 이겼으면 결승이었는데.
▲3등에 대한 아쉬움은 없어요. 6000만원 정도의 상금이 꼭 필요했던 것도 아니고. 있으면 좋겠지만. 하하.
'더지니어스2' 덕분에 2013년 겨울을 정말 행복하게 보냈어요. 그것만으로도 만족해요. 정종연 PD에게 정말 고마워요. 나보다 어린 친구들이과 함께 게임을 했던 것 자체가 정말 좋았어요.
하다가 열받은 적도 있지만 그래도 재밌었어. 또 하나가 뭐냐면 대학교 때 내기 볼링이나 당구를 하잖아요. 내가 그런 것에 승부욕이 강했어요. 그런게 내 내면에 있는데, 살면서 그런 승부욕을 펼칠 만한 기회가 널려 있지는 않잖아요. 그 프로그램을 통해 내 안에 잠자고 있던 승부욕이 드러나서 기뻤어요.
-열받은적이 있다고 하셨는데, JTBC '썰전'에서 김구라씨가 "정현이 형이 공천에서 떨어졌을 때보다 더 열받았었다고 말했다"고 밝힌적이 있어요. 무슨 상황이었고, 누구 때문이었나요.
▲임요환 때문이에요. 슈퍼주니어 나왔을 때. 그 때 나랑 요환이랑 파란 큐브를 갖고 있어서 윈윈 할 수 있었어요. 근데 내가 먼저 뒤통수를 쳤지. 근데 사람이 그렇잖아. 뒤통수를 치면 같이 뒤통수를 치고 반응을 보잖아요. 팔을 치면 팔을 치고, 명치를 살짝 찌르거나 아무튼 당한 만큼의 상응하는 대응을 하잖아.
이건 뭐 그래도 내가 형인데. 뒤통수 쳤다고 짱돌로 내리찍는 격이니. 난 그 때 진짜 그렇게 느꼈어요. 그 때는 정말 열받았어. 나중에 끝나고 '왜 그랬냐'고 물어보니까, 요환이가 '형이 저 말리게 할 줄 알았어요'라고 하더라고. 걔 입장에서는 그럴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긴 해요.
그런데 나중에 방송 보니까 이상민과 불멸의 징표를 가지고 딜을 했었더라고요. 그게 뭐 될거라고 생각하고 한 건 아니겠지만. 아무튼 그걸 보고 더 씁쓸했었어요.
◇유정현-임요환 (사진제공=tvN)
-임요환에 대한 불만이 느껴지네요. 그런데 결국 임요환한테 데스매치에서 패배하면서 탈락했단 말이죠. 기분이 더욱 나빴을 것 같은데요.
▲그 때만 그랬던거죠. 지금은 전혀 감정 없어요. 그리고 내가 홍철이, 유영이, 지원이를 이기고 올라갔는데 마음이 개운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어요. 그런데 요환이한테 지고는 마음이 편안했어요.
'왜 그랬나' 생각해 보니까 완전히 원사이드하게 진 거잖아요. 조금이라도 여지가 있었으면 생각이 많이 났겠지. 그런데 두 손 두 발 다들었잖아요.
세 명을 이길 때는 좀 달랐어요. 홍철이는 상민이가 하도 그 얘기를 많이 해서 이긴 거고, 유영이나 지원이는 정석적으로 이겼어요. 집중력이 좋다고도 하는데 그것보다는 정석적인 방법이 통한 거예요.
요환이와 할 때는 약간 꼼수를 부렸어요. 원래 같으면 8을 맨 마지막에 내야 하는데 0을 맨 뒤로 미뤘거든. 그거 하나 바꿨는데 그냥 진 거지. 요환이가 상대를 압박하는 능력이 탁월해요. 지고나서 '질 만한 사람한테 졌다'고 생각했어요. 대단한 장점이 있는 사람한테 졌다고 생각하니까 마음이 편하더라고요.
-임요환 때문에 여러 번 열받아 하는 걸 느꼈어요. 임요환에 대해 더 하고 싶은 말은 없나요.
▲사실 요환이 때문에 열받는 사람들이 생겨요. '왜 그런가' 생각해보니까 요환이는 사이버 세상에서 황제였잖아. 그걸 현실에서 교묘하게 사용을 하니까 사람들이 벙찌는거야. 그런식으로 판을 뒤흔들고 자기 것으로 가져가는 능력이 있어요.
나도 똑같이 당한 거고, 지금은 정말 좋아하는 동생이에요. 하하.
-방송을 하면서 이런 느낌으로 화가 났던 경험이 있나요. 방송 경력이 상당한데도 이번이 처음이었을 것 같은데요.
▲맞아요. 예능이라는 거에 감정이입을 하는 게 상상이 안됐어. 그럴만한 프로그램도 없고. 근데 열받고 짜증나는 상황이 생겨요. 방은 네 개밖에 안됐지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몰라요. 생방송은 100% 그대로 나가는데, 녹화는 안 한지 오래돼서 그런지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더라고요. 그래서 100% 모니터를 다 했어요.
하면서 느낀 건데, 과연 이 프로그램이 모든 걸 걸고 할 정도로 가치가 있나는 생각을 했어요. 6000만원이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되는 돈이고. 방송을 하는 사람이면 이미지나 평판을 생각해야 되는데 그만큼 모든 걸 드러내면서 할 만한 가치가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모든 걸 걸게돼. 희한해요.
사람들이 자기 포장을 다 하잖아요. 여자를 좋아해도 안 좋아하는 척 좀 숨기고, 마약을 하더라도 안 하는 척 하고 살잖아. 대부분이. 그런데 '지니어스'만 오면 인간성이 다 드러나요.
주변에서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이 그러더라고요. 본성이 다 드러난다고. '너는 적극적으로 나서는 스타일이 아니다'라고요. 옳은 방향으로 끌려고 노력은 하는데 앞장서지는 않는다고 하더라고. 그런게 다 드러나는 거야. 이 방송은 희한해.
-논란이 정말 심했어요. 특히 이두희가 떨어졌을 때는 폐지운동이 일어날 정도로 심각했죠. 전무후무할 정도의 논란이었는데 유일무이하게 논란을 피해간 인물이 유정현씨죠. 당시 어떤 느낌이 들었어요? '한편으로 다행스럽다'는 생각도 했을 것 같기도 하고.
▲물론 다행이다라는 생각도 들었고, '나는 정직했어'라는 생각도 들어서 위안이 되기도 했죠. 그런데 너무 불편했어요. 빨리 논란이 사라지기를 바랐어요. 특히 이두희 때는 정말 심해서. 어휴.
그 때 나도 두희 옆에서 심하게 얘기했어요. 욕도 하고. 그런데 편집했더라고. 지원이한테 심하게도 얘기했어요. 그 때 좀 멘탈도 흔들리고 그랬죠. 그렇다고 내가 고자질 할 수도 없는 상황이고.
이게 인간의 추악한 모습이 곳곳에 나와요. 내가 살기 위해서 그런 행동을 하는게 알게 모르게 나와요. 녹화를 할 때는 그게 옳고 그른지 판단이 잘 안서요. 내가 두희 입장이었으면, 일일이 다 세워놓고 몸 수색했을거야. 근데 두희는 그렇게 못했겠죠.
상민이가 마지막에 조언을 했는데 나는 정말 멋있다고 생각했거든. 인생 선배로서 해줄 수 있는 좋은 말이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PD한테 '나도 말 많이 했는데 좀 넣어주지'라고 했는데 PD가 '그랬으면 형도 같이 욕 먹었어요'라고 하더라고. 허허.
-만약 시즌3에서 섭외 제안이 오면 할 것 같나요. 할 이유가 없어보이기도 하고.
▲안 한다고는 말 못하겠지만, 정말 고민을 많이 할 것 같아요. 앞서도 말했듯이 얼굴이 알려진 사람이 하기엔 리스크가 너무 큰 방송이에요.
내가 해서 더 득이 있을까라는 생각고 들고. 고민을 정말 많이 할 것 같아요.
-가족들이 뭐라고 했어요. 좋은 말을 많이 해줬을 것 같은데.
▲애들이 '아빠 멋있다'고 해줬어. 큰 애가 딸인데 11살이야. 그것만으로도 행복한거지. 아이들에게 그래도 '멋있는 아빠'로 비춰질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아서 기뻐요.
재밌는 게 애들이 여자 참가자 눈빛을 보고 무서워했어요. 누구라고 할 것없이 모두 다 무서워했어요. 막 얼굴 가리고 그랬어. 위기에 처한 여자들의 눈빛이 남자랑 달라요. 무서워. 나도 느꼈는데 애들도 느끼더라고.
포커나 이런 곳에서 보면 여자들이 성공한 사람이 많지 않잖아요. 그게 위기에 닥쳤을 때 남자보다 얼굴에 노출되는 게 강해서 그런게 아닌가 싶어요. 이번에 하나 배운 것도 그거에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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