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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어스2'가 유정현에게 남긴 의미
2014-02-16 15:45:08 2014-02-16 15:48:48
◇유정현 (사진제공=tvN)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지니어스2'의 캐스팅이 공개됐을 때 시청자들에 있어 가장 먼저 탈락했으면 하는 인물 1순위는 유정현이었다.
 
'지니어스2'의 프로그램의 타켓 시청층인 2030에 있어 그가 소속한 새누리당에 대한 거부감이 심했고, 19대 총선에서 떨어진 뒤 다시 방송가로 돌아오는 모습이 방송인으로서 회귀가 아닌, 다음 정치를 위한 발판으로 삼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정치인으로서 이미지를 세탁하기 위해 출연한 듯 보였다.
 
앞서 유정현이 tvN '택시'에 출연해 평범하게 자신의 얘기를 꺼내놨을 때도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는 악성댓글이 심하게 달렸다. 지난해 12월 기자시사회에서도 유정현의 첫 번째 탈락을 바라는 취재진도 적지 않았다. 호감 보다는 반감이 심했다.
 
또 방송 초반 유정현은 존재감 없는 모습으로 일명 '병풍'이라는 별명을 듣는 등 강한 상대라는 인식을 받지 못했다. 이 때문에 가장 연장자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많이 희화화됐다.
 
첫 화 '먹이사슬'부터 유정현은 게임의 룰을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으로 13명의 출연자들 사이에서 약한 상대로 생각됐다. 있는 듯 없는 듯 존재감도 약했다. 게임의 판을 주도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롤브레이커라는 부제와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후 노홍철과 조유영, 은지원을 데스매치에서 꺾으며 최고의 승부사로 인정받았다. 그 과정에서 반감은 호감이 됐다.
 
유정현은 위험부담이 큰 작전보다는 매사 자신이 승리할 수 있는 가장 높은 가능성의 수를 택해 세 사람을 차례로 꺾어나갔다. 방송 초반 보였던 어리숙한 모습은 사라지고 뛰어난 집중력을 보인 유정현만 남았다.
 
뿐 만 아니라 '지니어스2'의 노홍철, 조유영, 은지원을 비롯한 소위 연예인 연합이 뚜렷하게 드러나면서 시청자들의 비판을 강하게 받을 때도 유정현은 비난을 피해간 유일한 방송인이었다. 최고 연장자로서 어른스러운 행동으로 어린 출연자들이 실수를 한 것에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특히 6회에서 조유영과 은지원이 이두희의 신분증을 훔쳤을 때 "그건 왜 가지고 왔냐"라면서 지적한 부분은 인상적이었다. 매회 자신의 승리보다는 신의를 우선시하는 태도로서 자신이 피해를 보더라도 정도에 어긋나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TOP3에 유정현을 비롯해 이상민과 임요환이 남았을 때, 유정현과 이상민의 결승을 보고 싶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방송 시작 전 있었던 거부감은 적잖이 사라졌다. 더불어서 호감도는 상승했다.
 
그리고 지난 15일 방송분에서 유정현은 탈락했다. 메인매치에서는 리벤지 팀과 합을 짠 이상민이 기지로 패배했다. 이 때문에 임요환과 데스매치에 가게 됐다.
 
이날 데스매치는 지난 9회에서 유정현이 조유영을 꺾은 흑과 백이었다. 유정현의 패턴을 읽어낸 임요환은 초반부터 강한 패를 꺼내들며 유정현의 예상을 비틀었다. 위험부담이 큰 임요환의 작전이 유정현에게 들어맞은 것이다. 결국 '피닉현'이라는 별명을 얻은 유정현은 11화에서 탈락의 쓴잔을 마셨다.
 
패배한 뒤 인터뷰에서 유정현은 "정도를 걷고 내 중심이 흔들리지 않는다면 나이가 들었을 때 인생을 돌아보면서 '아 그래 이정도면 나도 성실하게 잘 살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든다"며 "40대 후반에 계신 분들이 내가 열심히 했던 모습을 보고 작은 희망을 얻는다면 큰 만족이다"고 소감을 전했다.
 
방송이 끝난 뒤 각종 게시판에는 유정현에 대한 칭찬글이 이어지고 있다. "'지니어스2'를 통해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모든 출연자 중 매너가 가장 좋았다"는 글이 가장 많았다. 호감이 상승했음을 분명히 알 수 있는 글이 적지 않았다.
 
비록 결승을 문턱에 두고 탈락했지만 정치인으로서 이미지를 벗고 다시 방송인으로서의 이미지를 되찾았다. 이것만으로도 유정현에게 '지니어스2'는 상당한 값이 있는 프로그램이 되지 않을까. 다른 방송에서의 유정현의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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