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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공기업 노조 강경대응 '강對강'
2014-02-17 17:26:47 2014-02-17 17:31:00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박근혜 대통령과 공기업 노조 사이의 대립각이 점점 더 첨예해지고 있다. 서로간 양보 없는 '강對강' 반목 속에 정치권과 노동계까지 합류할 모양새를 보이고 있어 공공기관 정상화가 딴 길로 새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0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와 14일 법무부, 안전행정부 등의 신년 업무보고에서 공공기관 정상화를 반대하는 공기업 노조의 행동을 강력히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정상화에 대한 공공기관 노조의 저항은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고 개혁을 방해하는 행위에는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며 "공공기관 노사가 과도한 복지혜택을 누리는 관행은 이번에 철저히 뿌리 뽑고 경영평가와 연계한 기관장 평가와 인사조치 등 건전경영 장치를 정착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1월14일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법무부와 안전행정부 등의 신년 업무보고를 주관하고 있다.(사진=청와대)
 
박 대통령이 공공기관 노조에 연일 강경발언을 쏟는 것은 지난해 경험한 KTX 민영화 논란과 코레일 노조의 철도파업에 대한 학습효과로 풀이된다. 본격적인 공공기관 혁신을 앞두고 노조에 휘둘리기보다 노조의 투쟁 명분과 기회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것.
 
실제로 정부는 새해부터 공공기관 정상화를 강조한 후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주요 부처마다 산하 공기업 개혁에 혈안이지만 노조는 오히려 "공기업 과다부채와 방만경영의 배후인 정부가 공기업만 악의 축으로 몰고 있다"며 비난하는 상황이다.
 
이미 한국마사회와 한전기술(052690), 한국가스안전공사 등 부채중점 관리기관으로 지정된 38개 공공기관 노조는 "공공기관의 전문성과 독립성, 공공성을 해치는 공공기관 정상화에 반대한다"며 정부의 공공기관별 노사협의와 경영평가 거부를 선언한 상태다.
 
특히 한국남동발전 등 한국전력(015760)의 5개 발전사는 지난달 전국발전정책연대를 결성한데 이어 최근에는 민주노총 등에 가입할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비슷한 처지의 공기업 노사와 범노조 대치구도를 만드는 게 정부 투쟁에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다.
 
◇한국전력 전경(사진=뉴스토마토)
 
이에 민주노총 관계자는 "정부의 공공기관 정상화는 노동자의 고용을 불안하게 하고 노동자 착취구조를 강화할 뿐"이라며 "정부는 경영 회생을 위한 근본대책을 세우기보다는 단순히 인력과 예산규모에 대한 인위적 구조조정만을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치권 역시 이 문제로 갑론을박하고 있다.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이 최근 "공공기관 노조가 공복의식을 잊은 채 연대투쟁을 결의하고 개혁에 저항하는 것은 철밥통 지키기"라고 주장하자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공공기관 부채의 1차 책임은 국책사업 실패에 있다"며 "정부가 먼저 반성하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공공기관 노조가 정부의 정상화(?)를 반대하고 박 대통령도 노조에 대한 강경대응할 방침을 세워 마찰이 갈데까지 간 마당에 공기업 노조가 민주노총 등에 가입해 연대투쟁을 강행할 경우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란 분석이다.
 
한국행정학회 관계자는 "정부와 공공기관 노조의 대립은 공기업 개혁의 취지를 퇴색시키고 방향도 흐리게 한다"며 "공공기관혁신특별위원회 등을 구성해 정부와 노조가 서로 한발 양보한 상태에서 각자 합의한 방향으로 정상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공공부문 노동조합 대책위원회 관계자 역시 "정부의 획일적인 지침과 억압으로 만들어진 공공기관 억지대책과 졸속개혁은 제2의 부실과 방만경영을 불러올 것"이라며 "올바른 공공기관 개혁은 '불통과 배제'가 아닌 '소통과 참여'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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