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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감 고조..삼성전자 고삐 죈다
2014-01-23 17:44:16 2014-01-23 17:48:07
[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올해 재계 화두는 단연 위기다. 삼성전자도 마찬가지다. 새해부터 이건희 회장이 임직원들에게 '달라져야 한다'며 변화를 요구한 이유다.
 
이 회장이 내부 단속에 나선 것은 삼성전자의 주력사업인 휴대폰 분야가 성장 한계점에 이르렀다는 냉철한 진단과 함께 대내외 경영 환경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가 정체를 보일 경우 삼성그룹 전체로 도미노가 일 수도 있다.
 
내부 자각이 이어지는 가운데 외신들도 삼성전자에 대해 극히 불투명한 전망을 내놓기 시작했다. CNN머니는 지난 21일(현지시간) "삼성이 지난해 스마트폰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지만 점유율 확대에는 실패했다"며 "주력제품인 갤럭시S4마저 실망스러웠다"고 혹평했다.
 
같은날 뉴욕타임스도 "패스트 팔로어로서의 이미지와 한계를 뛰어넘어야 한다"며 "구글에 대한 의존성도 해소해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뉴욕타임스 지적은 삼성전자가 직면한 한계와 과제에 대한 주문이자 시장의 경고로 받아들여졌다. 
  
◇삼성전자(사진=뉴스토마토)
 
이 같은 우려는 삼성전자 실적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 사상 처음으로 '마의 벽'으로 여겨지던 영업이익 10조원을 돌파했으나 단 1분기 만에 꼬꾸라졌다. 4분기 영업이익 잠정치인 8조3000억원도 놀라운 성적이지만 그간 보여준 고속성장 탓에 시장의 기대감은 한껏 커졌다.
 
특히 4분기가 가전, IT제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 연간 최대 성수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시장은 어닝쇼크로 받아들였다.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6%, 직전 분기였던 3분기 대비해서는 18.3% 급전직하했다.
 
이는 그간 고속성장을 담보했던 하이엔드급 스마트폰 시장이 정체에 빠지면서 일견 예견됐다. 중저가 스마트폰에 대한 신흥국의 수요가 여전하다고는 하나 이는 프리미엄급의 고수익에는 비견되지 못한다. 동시에 무선사업부에 대한 지나친 편중성을 극복하지 못하면서 스마트폰 실적 하나에 희비가 엇갈리는 구조로 비화됐다.
 
지난해 4분기의 경우 갤럭시 시리즈의 신제품 효과가 감소한 가운데 웨어러블 기기인 갤럭시기어가 시장에서 뭇매를 맞으며 판매량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아울러 원·달러 환율 변동성 확대와 특별 상여금 지급 등 일회성 비용, 엔화 약세로 인한 가격 경쟁력 약화, 마케팅·연구개발(R&D) 비용 증가 등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삼성전자 내부적으로도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이건희 회장은 신년사에서 "5년 전, 10년 전의 비즈니스 모델과 전략, 하드웨어적인 프로세스와 문화를 과감하게 버리고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는 사고방식과 제도, 관행도 떨쳐내자"고 신경영에 버금가는 변화를 주문했다.
 
이 회장은 또 "신경영 20년간 글로벌 1등이 된 사업도 있고, 제자리 걸음인 사업도 있다"며 "선두 사업은 끊임없이 추격을 받고 있고, 부진한 사업은 시간이 없다. 다시 한 번 바꿔야 한다"며 압박 강도를 높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지난 20일 신임 임원들과의 만찬에서 "불확실성 속에서 어려운 경영환경이 예상된다"며 "다시 한 번 변하자"며 이 회장의 한계 돌파론에 힘을 실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해 삼성전자는 자체 결의대회를 통해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시장과 기술의 한계 돌파'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디바이스솔루션(DS) ▲소비자가전(CE) ▲무선사업부(IM) ▲전사 등 사업부 별로 의지를 다지고 있다.
 
부문별로 결의대회가 이뤄진 것은 사상 처음이다. 그만큼 절박감이 크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새로운 먹거리 창출과 수익성 개선 등을 고려하고 있다"며 "과거에 여러 어려움을 잘 이겨냈듯이 이번에도 슬기롭게 극복할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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