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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넘긴 창원시 새 야구장 분쟁, 예상가능한 시나리오는
2014-01-11 16:30:59 2014-01-11 16:34:54
 
◇창원시가 진해구 여좌동에 지으려는 야구장의 조감도, (이미지제공=창원시)
 
[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계사년(癸巳年)을 떠나보내고 갑오년(甲午年)을 맞은 지도 열흘 넘게 지났다. 
 
하지만 해가 지나도 창원시 새 야구장 신축에 대한 문제는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미궁 속으로 깊게 빠져들고 있고, 창원시와 야구계 모두 문제해결에 전념하기 보다는 6.4 지방선거 핑계로 공을 떠넘기려 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건설계는 2016년 3월에 완공될 예정이던 약속은 지켜지기 어렵다고 여긴다. 시공만 해도 2년이 걸릴 상황에서 설계와 시운전까지 포함한다면 일정 이행은 어림도 없다고 말한다. 설계와 시공을 병행하는 패스트트랙(Fast Track) 스타일의 공사가 되어도 2년은 상당히 빠듯하다.
 
야구장 공사의 추진 여부와 향후 일정이 사실상 지방선거 결과의 부산물로 전락한 상황에서, 창원지역 정계는 '최악의 상황'을 일찌감치 예상하는 모습이다.  
 
그렇다면 KBO(한국야구위원회)로 대표되는 한국야구계와 창원시의 약속, NC다이노스(야구단 출범 전에는 엔씨소프트)와 창원시의 약속이 이행되지 않으면 법적으로 어떠한 상황에 처할까. 
 
이와 관련해 뉴스토마토는 기업과 기관 분쟁 해결에 오랜 경험이 있는 조우성 CDRI 소장에게 그동안의 협약서를 기반으로 향후 예상결과에 대한 자문을 구했다.
 
베스트셀러 '내 얘기를 들어줄 한 사람이 있다면'으로 유명한 조 소장은 과거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파트너 변호사로서 14년동안 많은 분쟁을 경험했던 변호사로, 언론중재위원회 심의의원·서울지법 분쟁조정위원의 경력이 있고 수년간 협상 강의를 진행해온 전문가다.
 
◇조우성 CDRI 소장(변호사). (사진제공=조우성 변호사)
 
◇"비록 MOU이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법적 구속력이 있는 계약서다"
 
조 소장은 창원시와 야구계, 창원시와 NC간에 오간 MOU의 성격 진단이 사전에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통 '의향서'나 '양해각서' 등의 명칭으로 불리는 MOU는 계약을 정식으로 체결하기 전에 서로의 의사를 먼저 확인하는 문서로서, 서로 이해한 내용(Understanding)을 메모한 것(Memorandum)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Memorandum of Understanding'의 약자다.
 
하지만 조 소장은 제목은 MOU인데 내용은 계약서 내용처럼 작성된 경우 한국 법원은 구체적인 내용에 중점을 둬서 사실상 계약서 내용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조 소장은 "현실에서 'MOU는 단지 서로 잘 해보자는 의지를 담은 것에 불과한 서면이지 그 자체로 구속력은 없지 않느냐"는 항변을 하려는 사람이 많다"며 "그런데 우리(한국) 법원은 '조항 내용에 구체적인 권리와 의무 등의 명칭을 사용했고 손해배상책임까지 규정하고 있으며 또한 법적구속력 배제조항도 없다면 이는 계약의 성격을 갖는 것으로 쌍방을 구속한다고 여겨야 한다'고 법리적 해석을 마쳤다"고 말했다.
 
이같은 전제 하에 조 소장은 창원시-KBO간 업무협약서, 창원시-㈜엔씨소프트간 업무협약서 모두 MOU를 넘어 '정식 계약서와 같게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조 소장은 "'창원시와 KBO 간 업무협약서'를 살펴보면, 제3조(협약내용), 제5조(보안) 및 제6조(권리 의무의 준수)에 제반 사항에 대한 권리·의무 등을 규정할 뿐만 아니라, '법적 구속력 배제조항'도 없기에, 법적 구속력 있는 계약서로 봐야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창원시와 ㈜엔씨소프트 간 업무협약서' 역시 제3조(협약내용), 제5조(보안) 및 제6조(권리 의무의 준수)를 통하여 각 당사자의 권리 및 의무에 대한 점을 규정하며, 분쟁해결에 대한 제4조에서 '천재지변 등 불가항력으로 인한 협약 미이행에 따른 법적 구속력을 배제한다'는 언급은 있지만, '당사자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협약 미이행에 따른 법적 구속력'은 명시적으로 배제하지 않는다고 표현하기에, 결론적으로는 해당 MOU도 법적 구속력이 있는 계약서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창원시가 새 야구장을 건설하려 하는 진해구 여좌동 옛 육군대학 터. (사진제공=창원시)
 
◇NC가 창원시를 떠난다면 창원시는 어떤 법적 조치가 가능할까?
 
창원시는 진해구 여좌동 소재 육군대학 터에 야구장을 건설하겠다는 의사를 고수하고 있다. 반면 야구계는 진해구에 야구장이 지어진다면 아무 경기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평행선이다. 그렇다면 만약 NC가 연고지를 창원시에서 다른 도시로 바꾸게 되면 창원시에서 취할 수 있는 법적인 대응은 어떤 방법이 있을까?
 
이에 대해 조 소장은 "NC의 입장에서는 원래 일정기간 마산구장을 잘 리모델링해 사용하고, 오는 2015년 2월에 창원에 신축 야구장이 건립되면 그 야구장을 사용하는 형태로 합의를 했는데, 막상 2014년이 되니 (구)창원이 아닌 비교적 배후인구가 적고 야구팬들이 들르기 힘든 진해에 야구장이 만들어진다는 입장이다. NC로서는 창원시가 계약을 위반한 것으로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동시에 NC는 창원과 경합하던 다른 후보지인 전주로 가게 됐다면 더 빠르게 새 구장을 사용할 수 있었을 지 모른다는 점을 주장하며 이런 사실을 창원시 역시 알았다는 점을 근거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조 소장은 "NC와 KBO가 함께 창원시를 상대로 '계약 해지' 및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창원시는 아무런 대응 방안이 없는 것일까. 그러한 것은 아니다. 조 소장은 "창원시의 입장에선 '우리가 야구장을 지어준다고 했지, 꼭 (구)창원에 지어준다고 계약을 했다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주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창원시는 그간 마산야구장을 NC가 무상으로 사용한 것과 관련해 '부당이득'을 반환하라고 소를 제기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마산야구장. (사진제공=NC다이노스)
 
◇창원시가 새 야구장을 짓지 않는다면 KBO는 어떤 법적 조치가 가능할까?
 
'연고지 이전'과 같은 극단적 경우가 아닐 지라도 신축 야구장 건설이 끝내 무산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NC가 기존 마산구장을 계속 쓰고 신축 야구장 건설 논의는 없던 것으로 하는 것이다.
 
다만 이같은 경우는 NC는 양보할 수 있을 지 몰라도 KBO를 대표로 하는 야구계 입장에서는 묵과하기 어려운 문제다. 야구 인프라 확충을 위해 노력하는 KBO에게 이같은 선례를 만드는 것은 큰 타격이기 때문이다.
 
결국 NC가 마산구장을 쓰고 창원시가 신축 창원야구장 건설을 없던 일로 한다면, KBO는 창원시와 체결한 업무협약서를 토대로 법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있다.
 
조 소장은 이에 대해 "만약 실제 법적 분쟁이 발생할 경우, KBO는 창원시와 KBO간 체결된 업무협약서를 근거로 '계약의무 불이행'의 소를 제기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창원시는 과거 KBO 측에 마산구장 리모델링과 신규야구장 건립에 대한 내용을 자세하게 포함하고 있는 '창단희망기업 지원계획'을 공문 형식으로 보낸 적이 있다. 해당 공문과 업무협약서 내용이 유기적으로 해석될 경우, 창원시는 '신규 야구장 건립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이 된다"고 말했다.
 
조 소장에 따르면 NC가 마산야구장을 계속 사용하는 조건을 수용했다 하더라도 KBO 입장에선 창원시가 여전히 계약상의 의무를 불이행한 상황이 되고, KBO는 민사소송을 통해 '계약 의무 불이행'으로 기인한 '손해 배상'을 청구하거나, '신규 야구장 건립의무'를 이행할 것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이다.
 
연고지를 이전하는 경우는 물론 이전하지 않고 그대로 마산구장을 쓰는 경우가 돼도 법적분쟁의 불씨는 남은 것이다. 그리고 NC가 아니라 KBO가 새로운 분쟁주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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