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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의료민영화 아니라는데 논란은 점점 '가열'
의협 등 "원격의료, 의료법인의 자법인 설립 등 의료민영화의 초석"
2013-12-17 15:04:37 2013-12-17 15:08:35
[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정부의 원격의료 도입안과 보건·의료 규제개선 중심의 투자활성화 대책이 발표되자 '의료민영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의료민영화가 전혀 아니다며 재차 밝히고 있지만, 의사협회 등은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들이 의료민영화로 가는 전 단계라고 거듭 주장하며 반대 여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모습이다.
 
17일 기획재정부·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 10일 동네의원이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에 한해 원격의료를 실시하는 등의 내용을 담을 원격의료 도입안을 발표했다.
 
또 지난 13일에는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의료법인의 자법인(자회사)과 법인약국 설립을 허용하고 부대사업 범위를 대폭 확대하는 내용의 제4차 투자활성화 대책을 내놨다.
 
정부는 이러한 대책들을 내놓으면서 의료민영화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제4차 투자활성화 대책 브리핑에서 "자법인으로부터 수익은 의료법인의 수익기반을 확충해 의료법인의 목적 달성에 기여하는 것"이라며 "자법인은 부대사업 수행을 위한 사업체로, 의료업은 의료법인이 수행한다는 점에서 의료 민영화나 영리병원과 전혀 무관하다"고 거듭 밝혔다.
 
하지만 보건·의료계는 정부의 발표에 안전성 입증, 비용지원 등도 논의된 적 없는 원격의료를 추진하고, 국민의료 부담을 증가시킬 것이 예상되는 의료법인의 자법인 설립 허용 등은 의료민영화의 초석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전국 동네병원·대학병원 의사, 전공의 등 2만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의료제도 바로세우기 전국의사궐기대회'를 가졌다.
 
의협 비대위는 "원격의료와 영리법원 도입을 위한 의료법 및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개·제정 작업을 중단하라"며 "정부가 외부자본의 병원 자법인(자회사) 투자를 허용하고 영리사업(부대사업) 범위를 확대한 것은 의료민영화의 시작"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노환규 대한의사협회장은 "정부가 말로는 원격의료 도입과 투자 활성화 대책 등을 통해 의료를 살려주겠다면서 실제로는 의료계의 숨통을 더 조이고 있다"며 "올바른 의료제도를 우리 의사들의 손으로 바로 세우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주장하면서 연설 도중 스스로 목에 상처를 입히는 자해소동도 벌였다.
 
◇지난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의료제도 바로세우기 전국의사궐기대회"에서 노환규 대한의사협회장이 발언하고 있다.ⓒNews1
 
의료민영화에 대한 반대 여론은 온라인에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15일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서 시작된 '의료 민영화 반대' 서명 운동은 16일 오후 3만명을 넘어섰다. 애초 1만명을 목표인원으로 제시했지만 그 목표를 훌쩍 넘긴 것이다.
 
시민단체도 속속 반대 의견을 내놓고 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자법인 허용은 병원이 환자 치료를 위한 비영리기관이라는 의료법의 기본 취지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해당 정책은 사실상 전면적 영리병원 허용, 전면적 의료민영화 정책"이라며 추진 중단을 요구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이 정책이 가시화되면 특정병원과 재벌기업 중심의 독점적인 형태로 의료계가 재편되고 의료양극화가 심화돼 환자와 국민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정부는 이 같은 의료민영화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 역시 의료민영화에 대해 민감한 반응이다. 민주당 장병완 정책위의장은 "박근혜정부가 4차 투자활성화대책에서 발표한 의료민영화 시도는 국민적 반대로 MB마저 포기한 정책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것으로 국민 건강권 포기 대국민 선언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장 의장은 이어 "의료법인 자회사를 통한 수익사업 허용은 환자 진료보다 이윤창출을 위한 수익사업에만 집중해 환자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박근혜정부가 대형병원과 부자들의 돈벌이를 위해 서민 호주머니를 털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안철수 무소속 의원도 "정부가 추진중인 원격의료와 의료 영리화 시도는 대한민국 의료 체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며 "오진 위험성과 책임소재 등에서 큰 위험이 따르고 의료법인의 영리화 시도는 정부가 국민이 아닌 대형의료 법인의 편에 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안 의원은 "의료의 영리화는 건강권에 대한 빈익빈 부익부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의료민영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반대 여론이 거세지자 청와대는 원격의료 등이 의료민영화와 무관함을 해명하고 나섰다.
 
최원영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은 16일 브리핑을 열고 "원격의료는 의료취약지 주민과 거동이 불편한 의료취약계층의 의료접근성을 높이려는 것"이라며 "원격의료는 의료영리화와 무관하며 앞으로도 정부는 의료영리화를 추진할 계획이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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