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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기초노령연금 공약 파기 후폭풍 '일파만파'
재미만 보고 '나 몰라라'..대선 개입 더불어 정권 정통성 흔드나
2013-09-23 13:13:59 2013-09-23 13:17:41
[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매월 20만원씩 지급하겠다던 박근혜 대통령의 기초노령연금 공약이 파기 논란에 휩싸였다.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책임을 지고 물러날 것으로 알려졌지만 파문은 일파만파로 번지는 분위기다.
 
최근 3자 회담 결렬로 고공행진을 벌이던 국정 지지율이 하락세로 돌아선 가운데 터진 기초연금 공약 파기 역풍은 향후 국면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朴 대통령, 기초연금 대선 공약으로 재미 '쏠쏠'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공약집 '세상을 바꾸는 약속I책임있는 변화'에서 "어르신 소득안정을 위해 기초연금"을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여기서 박 대통령은 "기초연금 도입 즉시 65세 이상 모든 어르신과 중증장애인에게 현재의 2배(약 20만원) 수준으로 인상하여 지급"한다고 '분명히' 공약했다.
 
이는 2017년까지 단계적으로 전체 노인의 80%에게 2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한 문재인 민주당 의원의 공약보다 파격적인 안이었다.
 
65세 이상의 모든 노인에게 조건 없이 매월 20만원을 즉시 지급한다는 박 대통령의 공약은 노령화 시대를 맞아 제대로 먹혀들었다는 평가다.
 
실제로 지난 대선 세대별 투표율에서 박 대통령은 50대에게 62.5%(문재인 37.4%), 60대 이상에게 72.3%(문재인 27.5%) 등 장년층과 노년층으로부터 몰표를 얻었다.
 
세대별 인구수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문 의원이 2030 및 40대에서는 박 대통령에게 크게 앞섰다는 것을 볼 때 기초연금 공약은 50대 이상 유권자 표심 결집에 일익을 담당했다고 할 수 있다.
 
◇선거 끝나니 '나 몰라라?'..당선되자 후퇴 거듭
 
그렇지만 박 대통령의 당선에 혁혁한 공을 세운 기초노령연금 공약은 인수위 시절부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즉시 지급"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임기 시작 전부터 후퇴를 거듭했기 때문이다.
 
사퇴설이 무성한 진영 장관이 부위원장이었던 인수위는 국민연금 가입 여부와 기간 및 소득수준에 따라 기초연금 지급액에 차등을 두는 방안을 내놔 뭇매를 맞았다.
 
정부가 26일 발표할 최종안도 기초연금 수혜자를 소득 하위 70%로 축소하고, 지급액 또한 국민연금 수령액과 소득수준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의 대표적 복지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기초연금이 당초 약속한 것보다 큰 폭으로 후퇴한 셈이다.
 
기초연금 좌초를 신호탄으로 경제민주화 등 대선 공약들 역시 줄줄이 엎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감지된다.
 
정부가 대선에서 쏠쏠한 재미를 봤던 공약을 스스로 파기하는 뻔뻔함을 보이자 일각에서는 "20만원에 노인표를 사겠다 해놓고 나 몰라라 하는 꼴"이라는 비아냥도 들린다.
 
◇기초노령연금 후폭풍, 정기국회 쟁점 전망
 
기초노령연금 공약 파기 후폭풍은 향후 정국의 뇌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원내투쟁 강도 강화를 천명한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공약 파기 문제는 장관이 책임질 문제가 아니라 대통령이 책임져야 할 문제"라고 별렀다.
 
전 원내대표는 23일 "대선 공약은 국민과의 약속"이라면서 "정 공약 번복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대통령이 사과하고 설득해야 마땅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제 와서 약속을 뒤집겠다는 것은 선거가 끝났으니 사냥개를 버리겠다는 토사구팽적 태도에 불과할 것"이라면서 "이와 같은 공약 번복, 공약 먹튀 행각은 결코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국민적 저항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에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이날 "대통령께서 공약을 지킬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이 지금 이 방법"이라는 말로 후퇴한 기초노령연금 정부안을 옹호했다.
 
홍 사무총장은 C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께서 앞으로 5년이라는 긴 세월이 남아 있기 때문에 그 기간 동안 (대선 공약을) 지킬 수 있도록 저희가 성원도 하고 국회에서 열심히 일도 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박 대통령의 사과나 유감 표명 계획을 묻는 질문엔 "거기까지 모르겠다. 대통령께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말씀을 하실 것"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기초연금 논란은 오는 26일 정부의 최종안이 발표된 뒤 10월에는 국회로 넘어올 예정이다.
 
민주당이 원내외 병행투쟁 방침을 재확인함으로써 정기국회 정상화가 관측되는 만큼 여야는 이에 대한 첨예한 공방을 벌일 전망이다.
 
◇대선 공약 파기, 정권 정통성 시비로까지 이어지나
 
기초연금 후퇴 논란이 올해 내내 정국을 달군 대선 개입 사태와 더불어 박근혜 정부의 정통성 시비로까지 직결될 것인지도 관건이다.
 
헌정사 최초의 국정원 국정조사를 통해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정부의 원세훈 국정원과 새누리당 사이에 관권선거 의혹이 강하게 제기됐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도 북풍(北風)을 위해 사전에 유출됐으며, 박 대통령이 임명한 남재준 국정원에 의해 국면전환용으로 공개된 것이라는 의심이 다분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대선 공약 파기 논란이 더해지면서 박 대통령은 임기 첫 1년 내내 정통성 시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취임 이후 갖은 악재 속에서도 60%를 웃돌던 박 대통령에 대한 여론조사 지지율이 채동욱 검찰총장 사퇴 파문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기초연금을 둘러싼 정국의 향후 전개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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