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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부광약품, 먹거리 투자처가 실적 악화 '부메랑'?
5년 만에 매출 최대 기록에도…영업적자 및 41억원 당기순손실
콘테라파마 등 자회사 악재 여파…R&D 비용 증가에 파생상품 손실까지
오픈이노베이션 일환으로 시작한 벤처 투자, 실적 악화 요인으로
2023-03-23 07:00:00 2023-03-23 07:00:00
이 기사는 2023년 03월 21일 17:03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박수현 기자] 창립 이후 첫 적자를 나타낸 부광약품(003000)이 영업손실보다 훨씬 큰 규모의 순손실을 기록해 눈길을 끌고 있다. 자회사 콘테라파마의 투자 라운딩 과정에서 재무적투자자(FI)와 체결한 파생상품계약 평가손실이 커졌기 때문이다. 아울러 지분을 보유 중인 금융자산의 주식 가치 하락에 따른 투자손실 등이 순손실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 일각에서는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투자한 자산이 부광약품의 실적 악화를 초래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부광약품 본사. (사진=네이버 지도)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부광약품은 지난해 41억7013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전년(27억96080만원) 대비 49.1% 확대된 것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6억2188만원에서 -2억3064만원으로 적자전환하며 창립 이후 첫 손실을 나타냈다. 반면 매출액은 전년(1824억9122만원)보다 14.6% 증가한 1909억936만원으로 2018년 이후 5년 만에 최고치를 달성했다.
 
부광약품은 매출 증가에도 수익성이 악화된 가장 큰 요인으로 자회사 콘테라파마의 R&D 비용 증가를 꼽았다. 핵심 파이프라인이 글로벌 임상2상을 진행 중인데, 이와 관련한 자금 소모가 커졌다는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임상2상을 진행 중인 자회사 콘테라파마에 투입되는 R&D 비용이 크게 증가했다”라며 “그래서 별도재무제표 기준으로는 흑자인데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적자를 기록했다”라고 설명했다.
 
 
 
아픈손가락 된 자회사 콘테라파마…파생상품평가손실만 '56억원' 
 
순손실이 영업손실 규모를 상회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는 영업외수익에서 적자 폭이 컸다는 것을 뜻한다. 순손실이 급증한 요인 또한 자회사 콘테라파마의 영향이 컸다. 콘테라파마의 투자 라운딩 과정에서 FI와 체결한 파생상품계약의 손실 폭이 커진 것이다.
 
콘테라파마는 2010년 설립된 덴마크 소재의 중추신경계(CNS) 전문 바이오벤처다. 부광약품은 2014년 신약 역량 개발 강화를 위해 콘테라파마에 약 34억원을 투자해 지분 100%를 확보했다. 이후 2020년 추가 펀딩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부광약품은 재무적투자자(FI)인 메디치인베스트먼트가 조성한 '메디치2020-1 사모투자합자회사'에 지분 일부를 매각하고 100억원을 투자했다.
 
당시 부광약품은 메디치2020-1 사모투자합자회사와 주주 간 계약도 체결했다. 정해진 기한 내에 콘테라파마가 기업공개(IPO)를 완주하지 못할 경우 콘테라파마의 주식 15만9380주를 부광약품에 매도할 수 있도록 하는 풋옵션 계약이다. 부광약품은 해당 계약과 관련해 지난해 56억1000만원의 파생상품평가손실을 인식했다. 이는 전체 파생상품평가손실(59억1829만원) 가운데 94.8%를 차지하는 규모다. 이는 고스란히 순손실로 반영됐다.
 
미래성장동력 확보 위해 시작한 벤처 투자…실적 악화 요인
 
순손실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은 콘테라파마뿐만이 아니다. 부광약품이 지분을 보유한 금융자산의 주식 가치가 하락하며 금융자산 평가손실이 나타났다. 실제로 부광약품의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당기손익-공정가치금융자산평가손익’으로 -20억5715만원이 잡혔다.
 
당기손익 금융자산은 지분증권 등에 대한 공정가치(주가) 변동을 손익에 반영하는 금융자산이다. 부광약품은 오픈이노베이션의 일환으로 미국과 이스라엘 등 해외 바이오벤처 투자를 지속해 오고 있다. 단순 지분 투자를 넘어 전략적투자자(SI) 형태로 경영에도 참여하고 있다.
 
부광약품이 지난해 말 기준 보유 중인 '당기손익-공정가치금융자산'은 △에이서테라퓨틱스·사이토사이트바이오파마 등 2개의 지분상품과 △메디카제일호사모펀드·TVM 라이프 사이언스 벤처스Ⅶ·TVM 라이프 사이언스 이노베이션Ⅱ·KDB 오픈이노베이션 제2호 등 4개의 수익증권, △프로텍트테라퓨틱스·사이토사이트바이오파마 등 2개의 채무증권이다.
 
 
 
콘테라파마 IPO 완주가 '관건'…부광약품 "상장 준비 중"
 
이에 부광약품이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시작한 벤처 투자가 되려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장부금액이 가장 큰 콘테라파마가 걸림돌로 지목된다.
 
콘테라파마가 주력하고 있는 핵심 파이프라인은 파킨슨병 환자의 이상운동증 치료제인 ‘JM-010’이다. 현재 유럽과 미국 등에서 임상2상을 진행 중이다. 다만 매출 기반이 없는 신약개발기업 특성상 현재까지는 부광약품의 실적을 악화시키거나 자금을 빨아들이는 역할만 하고 있다. 콘테라파마의 최근 3년(2020~2022년) 총포괄손익은 -208억4944만원이다. 같은 기간 부광약품이 R&D로 지출한 비용은 별도기준으로 556억4418만원이지만, 연결기준으로는 793억625만원에 이른다.
 
부광약품은 콘테라파마를 증시에 상장시켜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겠다는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콘테라파마의 IPO를 진행할 계획인데, 한국거래소의 상장심사 관련 가이드라인이 일부 변경돼 이에 맞춰 준비작업을 하고 있다”라며 “아직 세부적인 기한을 잡아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수현 기자 psh557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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