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 대안인가)③협동조합으로 `제2새마을운동`..답답한 발상
"정부가 끼면 될 일도 안 된다는데"..왜곡되는 사회적경제 육성책
2013-07-19 13:46:27 2013-07-19 18:13:05
[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지난 1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협동조합 활성화 3차 포럼. 이날 포럼에는 무려 8명의 의원이 공동주최자로 이름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사회적경제의 구체적 양상이 협동조합으로 수렴되는 흐름 속에 정치권도 그만큼 높은 관심을 표하고 있는 것. 실제 민주통합당은 ‘협동조합 활성화 포럼’을 통해, 새누리당은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을 통해 협동조합을 위시한 사회적경제의 가능성을 타진 중이다.
 
김기준 민주통합당 의원은 11일 포럼에서 “협동조합이 많이 설립되고 있지만 제대로 발전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도 필요한 시점”이라며 “관과 민의 차이를 좁히는 게 오늘 과제”라고 말했다.
 
이날 포럼은 협동조합 활성화를 위해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기 위해 열렸지만 실상 지난해 말 급하게 만든 협동조합기본법을 어떻게 고치느냐 논의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강완구 기획재정부 협동조합 정책과장은 “기존 제도나 정책을 고려하지 못하고 만든 점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에선 토론자로 나선 현장의 전문가들이 ‘관의 지원’ 방식을 놓고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정치권의 뜨거운 관심과 이와 대조되는 성긴 법률안, 무엇보다 관 주도의 육성책에 대한 갑론을박은 국내 현실에서 사회적경제가 처한 현주소를 정확히 웅변하는 풍경이다.
 
사진제공: 김기준 민주통합당 의원실
사진제공: 이이재 새누리당 의원실
 
 
 
 
 
 
 
 
 
 
 
 
 
국내에선 사회적기업육성법이 2007년, 협동조합기본법이 2012년 각기 제정됐다.
 
‘뜻밖’이란 평가가 나올 만큼 시민사회 요구를 정부가 재빠르게 수용한 모양새지만 정부가 지나치게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은 올해 청년 사회적기업 팀 320개, 사회적기업가 1600명을 육성하겠다는 세부적 목표치를 제시했다.
 
지자체에선 서울시가 열성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는 올해 300여개의 “서울형 사회적기업”을 육성하겠다면서 밝혔다.
 
정부 차원의 이런 대책이 참여정부, 이명박정부 등 정치색을 뛰어넘어 마련됐다는 점도 흥미롭다.
 
압권은 박근혜정부 인수위원회의 발표 내용으로, 당시 안상훈 고용복지분과 인수위원은 “협동조합 등 공동체 기반의 조직을 바탕으로 경제활성화를 유도하는 두 번째 새마을운동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련의 흐름은 정부가 사회적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요컨대 정부 입장에선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을 늘려 자연스레 고용문제를 해결하고 복지서비스를 넓힐 수 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실제 기획재정부는 올해 정책 방안 가운데 하나로 협동조합을 활용해 기존 일자리, 복지 정책을 개선하겠다는 계획을 마련한 상태다.
 
향후 5년 동안 8000~1만개 신규 협동조합 설립으로 취업자 4~5만 명이 늘 것이라는 구체적 수치도 갖고 있다.
 
‘이윤’ 보다 ‘윤리’를 앞세운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의 경우, 해고가 드물다는 장점이 뚜렷한 게 사실이지만 애초 사회적경제의 지향 가치를 출발점에 두고 있는 시민사회와 분명 온도차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사진제공: 기획재정부
 
더 큰 문제는 정부나 지자체 지원을 요하는 게 이들 기업의 냉정한 현실임을 감안할 때 정부가 이런 식의 접근법을 보일 경우 자주, 자립이란 사회적경제 원칙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심한 경우 ‘정부 지원’을 노리고 기업이나 조합을 설립하는 경우가 늘다 보면 사회적경제 시스템 자체가 부실해지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변철환 '함께일하는재단' 책임연구원은 11일 포럼에서 "현재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이 뜨겁긴 하지만 본질을 제대로 알고 그것을 반영해서 법제화 해야 했는데 그게 부족했다"며 "협동조합에 대한 특혜가 아니라 협동조합의 특질을 반영한 법령 개정이 필요하고 정부 지원도 그에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적기업 등록을 준비 중인 프리랜서 PD 김지언씨는 “사회적기업을 일반 영리기업처럼 바라보고 단순한 숫자 늘리기 식으로 접근하는 건 안 된다”면서 양 보다 질을 늘리는 데 초점을 둔 지원이 현장에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성윤 문화사회연구소 연구원은 “현장에선 ‘나라가 끼면 될 것도 안 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면서 “재정지원을 받기 위해 평가지표에 맞춰 일하는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사회적경제의 핵심가치를 상기할 때 그런 걸 점수화 한다는 게 가능한지 의문”이라는 시각도 보였다.
 
자료제공: 새사연
'사회적경제가 신자유주의 대안인가, 아닌가' 하는 담론차원의 논쟁을 차지하고 본다면 이 체제가 자리 잡기 위해선 ‘캐나다 모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캐나다 퀘백주는 지난 2006년 ‘’샹티에 선언‘을 통해 주정부 차원에서 각종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 설립을 지원하고 당면한 경제위기를 극복했다.
 
당시 주정부가 채택한 선언문은 “지속가능하고 질 높은 고용을 보장하는 것을 우선으로 한다”는 내용 등으로 핵심은 ’인프라, 거버넌스 구축‘에 있었다.
 
이 모델을 지지하는 쪽에선 사회적경제 역사가 사실상 일천한 한국의 경우 자생형 모델을 기다리기보다, 정부가 척박한 환경을 먼저 다듬어준 다음 그 위에서 차곡차곡 성과를 쌓아나가는 게 필요하다는 조언을 내놓는다.
 
사회적경제에 대한 정확한 정의나 방향이 확립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섣부른 접근 보다는 긴 호흡의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변철환 연구원은 “생태계 구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협동조합은 상법상 일반회사와 다른 상호성, 비영리 공익지향성 등이 있는 만큼 그런 자생력은 그것대로 보호하면서 인프라를 재대로 깔아주는 것, 그게 협동조합 설립 초기 정부가 할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