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사람들이 헷갈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난 16일 '사회적경제 비판'을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김성윤 문화사회연구소 연구원은 사회적경제가 앞세우는 가치가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신뢰, 협동, 호혜, 자족 이처럼 좋은 말이 위험할 수 있다니?
김 연구원에 따르면 사회적경제는 자본주의 입장에서 제 자신의 '위기를 관리' 하는 차원으로 전파되는 중이다. 그는 사회적경제가 부상한 시점을 주목하라고 강조했다.
사회적경제가 국내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게 2007년, 2008년으로 당시는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와 심화되는 양극화 문제로 사회불안이 가중된 시점이다.
김 연구원은 "그 유명한 빈곤퇴치전략에 핵심적으로 들어가는 내용이 사회적경제"라며 "실제 국제통화기금이나 세계은행의 국제 개발 패키지가 탈규제 등 전형적 신자유주의 논리에서 앞으론 사회적자본도 챙겨야 한다는 것으로 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회적경제는 그 자체로 순수한 의미에서 태동했어도, 이른바 '포스트 워싱턴 컨센서스'에 딱 맞는 논리를 제공한다는 비판이 그래서 나온다.
자료제공: 사회적경제센터
요컨대 김 연구원의 주장은 사회적경제를 키워드로 자본주의가 그 스스로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처럼 세계적 차원에서 이뤄지는 ‘전략’과 ‘압력’에 비해 국내는 낭만적 사고에 젖어있다는 비판도 그는 덧붙였다.
사회적경제는 신자유주의적 경제체제에 대한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실상 양면을 같이 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사회적경제 말고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하는가? 김 연구원은 '어떻게 하자'는 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정확히 모르는 채 사회적경제가 '과잉소비' 되고 있는 현실이 우려스럽다고 했다.
그는 "사회적경제를 자본주의 대안이라고 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차라리 자본주의 경제를 보완해주고 있다고 말하는 게 솔직하다"는 말로 꼬집기도 했다.
물론 이는 담론 차원의 지적이다. 사회적경제를 비판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신자유주의 대안으로 이를 띄우는 행위 자체가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진 자본주의 사회를 개조하는 것을 보다 어렵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자본주의는 이미 고장 난 체제인데 사회적경제로 부분 수정, 보완하면 생명을 연장하게 된다는 우려다.
자료제공: 세미나네트워크 '새움'
하지만 담론 차원이 아닌, 현실 차원에서도 사회적경제는 착근하는 게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연구원은 "몬드라곤처럼 신화화된 몇몇 조직을 빼면 대다수 노동자 협동조합은 크게 성장하지 못한 게 현실"이라며 "사회적경제가 이처럼 제기된 문제에 대해 제대로 해답을 내놓지 못하면 단순 경제조직으로 명맥만 유지할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에 따르면 협동조합은 비조합원이나 다른 조직에 대해 배타적 경향을 보이는 데다 내부는 관료제적 위계질서에 빠지기 쉽다.
또 규모 자체가 영리기업에 비해 작고 자금 조달 능력도 떨어지기 때문에 협동조합이 추구하는 생산양식이 전체 사회로 확산되는 게 쉽지 않다.
역사상 사회적경제가 성공한 사례를 찾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그는 말했다.
실제 협동조합이 노동자 지위에 존엄을 부여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영면에서 실효를 거둘 수 있는지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협동조합연구소와 희망제작소가 지난달 펴낸 '2013년 서울시 협동조합 실태조사 보고서’는 시사하는 내용이 적지 않다.
조사 결과 기업가로서 손색이 없는 것으로 평가된 협동조합은 53개 응답기관 가운데 3곳으로 전체의 6%에 그쳤다.
반대로 '기업가로서 마인드나 역량이 전혀 보이지 않는 곳으로 분류된 곳'이 12개로 전체 23%, 약간의 가능성이 보이긴 하지만 대체로 기업가적 역량과 마인드가 매우 부족한 협동조합이 20개고 38%에 달했다,
이번 조사에 응한 협동조합의 평균 출자금은 2091만183원이었지만 전자상거래협동조합 등 특이치 몇 개를 제외하자 평균값이 550만원으로 낮아졌다.
현실적으로 기업을 운영하기엔 출자금이 충분치 않다는 게 확인된 셈이다.
김성윤 문화사회연구소 연구원 (사진제공: 참세상)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펴낸 '2012년 사회적 기업 실태조사 보고서'는 일자리의 안정성과 질에 대해 회의적 지표를 나타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39.6%(1961명 중 777명)가 50~100만 원 미만의 임금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100~150만원 미만을 받고 일하는 사람도 전체 34.2%로 나타났다.
전체 경제에서 사회적경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0.04%에 그친다는 지적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진보와 보수, 여당과 야당 등 정치색과 이념을 뛰어넘어 사회적경제가 급격히 부상한 건 사실이지만 결과적으로 거품이 끼어 있다는 지적은 저런 수치가 웅변한다.
때문에 사회적경제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정확히 아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한다.
김성윤 연구원은 "이른바 성장이나 발전에 대한 담론을 생각해봐야 한다"며 "근대화가 돼야 발전한다, 탈규제 돼야 발전한다는 논리가 지난 수십년간 세상을 지배해왔고 이젠 그게 사회적자본, 사회적경제가 발전해야 한다는 것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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