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외눈박이 대통령
2013-07-16 15:44:48 2013-07-16 15:48:01
[뉴스토마토 정경진기자] 사람 눈이 두개인 것은 하나는 자신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다른 하나는 타인의 시선으로 봐서 사물을 제대로 봐야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
 
내 입장에서는 옳은 일 같지만 한발짝 떨어져서 보면 달리 보일 수 있으니 매사에 공정함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최근 정치권은 '막말 논쟁'이 한창이다.
 
홍익표 민주당 의원이 원내대변인 자격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을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사람'이라는 의미인 '귀태(鬼胎)'에 비유한 발언이 정가에 파문을 일으켰다.
 
이해찬 민주당 전 대표는 박 대통령을 향해 "박정희가 누구이고 누구한테 죽었나. 이제 국정원과 단절하고 공정한 나라를 만들어달라. 그래야 당신의 정통성이 유지된다"면서 거친 말을 쏟아냈다.
 
좀처럼 속내를 잘 내비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박 대통령이지만 자신과 부친을 폄하하는 정치적 공세에는 참을성을 잃은 듯 하다.
 
박 대통령은 15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잘못된 말로 국민통합과 화합을 저해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고, 서로 상생하고 품격 높은 정치 시대를 열기를 바란다"면서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였다. 자신과 부친을 공격하는 야당 인사의 정치적 발언에 경고성 코멘트를 날리고 입을 다물어버렸다.
 
박 대통령은 거기서 말을 끝내지 말았어야 했다.
 
지난 2004년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의원들이 모여 만든 '환생경제'라는 연극에서는 당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노가리' '육시럴 놈'이라는 노골적인 욕설을 사용해 논란이 됐다. 박 대통령도 그 연극을 보며 박장대소했다.
 
야당의 정치적 공세가 품위를 잃은 것이라는 비판을 하려면 여당과 스스로의 과거 행적에 대한 반성부터 해야 했다. 그래야 품격높은 정치를 하라는 야당을 향한 비판에 정당성이 생긴다.
 
더욱이 박 대통령은 새정부 출범 후 계속되고 있는 정치 현안에 대해 남의 집 일인 듯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국정원 정치개입 사건은 자신과 무관하다면서 실현 가능성이 없는 국정원 스스로의 개혁만 주문했다. 국정원 국정조사를 물타기하려는 여당의 의도가 의심되는 서해북방한계선(NLL) 논란과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은 멀찌감치 떨어져 있다.
 
박 대통령은 정권 초기 국정운영을 마미상태로 만든 장·차관 후보자들의 잇단 낙마사태에도 침묵하며 마지막 순간까지 인사실패를 시인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을 수행해 미국 방문했던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초유의 성추행 사건으로 경질돼 국민들의 여론이 들끓었을 때도 청와대는 조용하기만 했다.
 
요즘 주말마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성토하는 촛불집회에 1만명이 넘는 국민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지만, 박 대통령은 국민을 달래는 말 한마디 없다. 단지 박 대통령은 자신과 부친을 향한 비판에만 목소리를 내고 있다.
 
남의 비판은 참지 못하면서 스스로의 허물은 보지 못하는 여권과 박 대통령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공정하거나 정당해 보이지 않는다. 한쪽 눈을 잃은 외눈박이 대통령이 온 국민들까지 외눈박이로 만들지나 않을까 우려스러운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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