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희주기자] 명품 업계의 패밀리 세일 인기가 과열 현상을 보이면서 일반 소비자 사이에서 초대장이 현금 거래되는 등 부작용을 낳고 있다. 해외 브랜드 구입에서나 보이던 구매대행까지 등장했다.
패밀리 세일은 직원 또는 직원 가족, VIP 고객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비공개 세일 행사로 이월 상품을 40~80% 할인 판매한다. 백화점 정기 명품 세일보다 할인률이 높아 명품족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기도 하다.
하지만 명품 회사 직원만들 대상으로 초대권을 배부하기 때문에 패밀리 세일에 참여하려는 일반인 사이에서는 초대권을 돈을 주고 구입하려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결국 패밀리 세일 초대장이 비공식적으로 현금화되고 있는 것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디올, 베네피트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루이비통모엣헤네시(LVMH) 그룹이 지난 16~17일 시행한 패밀리 세일의 초대장은 일부 중고 거래 커뮤니티에서 최고 4만원에 거래됐다.
랑콤, 비오템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로레알 그룹의 지난 10일 패밀리 세일 초대장은 평균 1만~2만원 선에 거래됐다.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초대받고도 참석하지 못하는 사람이 초대권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무료로 양도하기도 했으나 희소가치가 높은 만큼 경쟁이 치열해 구매대행을 자처하는 소비자도 있다.
모 커뮤니티에서는 초대장을 받은 사람이 최대한 많은 제품을 사서 가입 회원에게 되파는 거래 행태도 볼 수 있다.
한 소비자는 커뮤니티 게시판에 자신에게 초대권을 팔기만 하면 거리에 상관없이 회사를 조퇴하고 받으러 가겠다는 글을 게시하기도 했다.
◇LVMH그룹에서 실시하는 패밀리 세일 초대장이 커뮤니티에서 거래되고 있다.
LVMH 관계자는 "초대장이 인터넷상에서 거래되고 있는 줄은 전혀 몰랐다"며 "본래의 취지에 맞게 행사를 이어가고 있는 것뿐 일반인 소비자들을 일부러 배제하려는 의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평소에도 할인 혜택이 적용되지 않는 직원들을 위해 마련한 비정기적 행사"라며 "앞으로도 일반인에게 공개할 예정은 없다"고 전했다.
녹색소비자연대 관계자는 "패밀리 세일이 선택받은 자만을 위한 행사라는 점에서 일반 소비자들이 '특권의식'에 대한 반감을 가질 수 있다"며 "모든 소비자에게 차별 없이 오픈하는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소비자들은 제품을 싼 값에 구입하는 것도 좋지만 암거래까지 해서 그 행사에 참석하거나 맹목적으로 행사를 쫓아다니는 소비 행태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명품만을 맹신하는 소비 태도가 패밀리 세일 등의 불합리한 구조를 양산해 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LVMH그룹의 패밀리 세일에서는 60~80% 할인된 가격에 제품을 구매할 수 있고 1인당 200만원 한도 내에서 한 아이템 당 10개로 구매가 제한됐다.
발렌티노 역시 지난 16~17일 청담동 미쏘니 매장에서 패밀리 세일을 열고 가방 잡화 및 의류를 50~90% 할인된 가격에 판매했다.
로레알은 직원과 직원 가족들을 대상으로 1년에 두 차례씩 매년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50~70% 할인 혜택이 제공되며 200만원 한도 내에서 구매할 수 있다.
이들 행사는 실물 초대장을 소지한 사람만 입장 가능하며 행사장 주변에 경호원이 배치되는 등 엄격하게 관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 불황 속 재고가 늘면서 재고를 현금화하고 단기 매출을 올리기 위해 일반인에게도 공개하는 패밀리 세일 행사도 늘고 있다"며 "그러나 충동 구매의 가능성이 높은 만큼 소비자 변심의 가능성이 높아 일반인에게 공개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중에게 공개할 경우 사재기를 통해 물건을 되파는 장사꾼들도 무분별하게 참여하게 돼 일부러 내부 행사로 마련했다"며 "브랜드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도 대중에게는 80~90%라는 파격적인 할인 조건을 내걸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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