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27일 우리나라의 국가 신용등급을 'A1'에서 'Aa3'로 한단계 상향조정했다. 무디스가 우리나라에 부여한 국가신용등급 중 역대 최고등급이다.
지난 4월 무디스가 우리나라의 신용등급 전망치를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상향한데이어 불과 4개월여만에 실제 등급상향이 이뤄진 것이다.
일반적으로 등급전망 조정 이후 실제 등급조정까지 6~12개월까지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등급조정은 상당히 신속한 조치다.
은성수 기획재정부 국제금융정책국장은 이날 무디스의 등급조정 발표직후 기자들과 만나 등급상향에 기뻐하면서도 "점심을 먹으러 가다가 갑자기 연락을 받았다"며 갑작스런 낭보에 당혹스러움도 나타냈다.
정부 입장에서는 무디스보다 앞서 지난해 11월에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전망을 상향조정한 신용평가사 피치(Fitch)가 우리나라 등급을 조정해줘야하는 상황이지만, 무디스가 보다 앞서 나간 것이다.
◇노는물이 달라졌다?..싱글A에서 더블A로의 업그레이드
무디스의 이번 등급조정은 단순히 1단계의 등급조정 이상의 평가를 받고 있다. 국제신용평가들이 부여하는 21단계의 국가신용등급 기준에서 한단계 상향된 것이 아니라 싱글A 단계에서 더블A 단계로 레벨이 업그레이드 됐다는 것이다.
무디스의 Aa3등급에는 이번에 상향된 우리나라 외에 중국과 일본, 대반, 사우디아라비아, 벨기에, 칠레 등이 포함돼 있다. 우리 입장에서 일본과 어께를 나란히 하게 됐다는 점은 선진국과 경쟁을 넘어 선진국 대열에 포함됐다는 평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은성수 국제금융정책국장도 "무디스의 등급기준에서 보면 노는 물이 달라졌다고 할 정도로 우리 경제에 의미 있는 등급상향"이라며 "무디스가 한국경제의 펀더멘털을 긍정적으로 보고, 명실상부하게 경제선진국으로 평가한 것으로 받아들인다"고 잔뜩 고무된 말투로 설명했다.
이번 신용등급 상향이 유럽재정위기로 대부분의 국가에서 신용등급이나 신용등급전망이 하향조정되고 있는 가운데 이뤄졌다는 점도 의미를 부여받고 있다.
무디스는 우리의 양호한 재정건전성, 경제활력 및 경쟁력, 은행부문의 대외취약성 감소, 북한문제의 안정적인 관리 등을 등급상향의 이유로 꼽았다.
우리나라가 수출경쟁력을 바탕으로 유럽위기 등 외부충격에 견조하게 대응했고, 노동시장도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이며, 그동안 문제로 지적됐던 국내 은행들의 단기외채비중도 정부의 거시건전성 조치로 조정됐고, 예대율도 감소해 대외취약성이 완화됐다고 평가했다.
특히 북한문제의 경우 김정일 사망과 김정은 체체의 전환이후 북한 체제가 안정적으로 자리잡혀가고 있다는 점이 반영됐다.
은 국장은 "신용등급 자문사인 골드만삭스는 한국정부의 위기 정책대응능력이 다른 어느선진국보다 높다는 점을 잘 어필하라고 하더라"며 "무디스도 우리나라의 문제인식과 빠른 정책대응을 높게 평가했다. 글로벌 위기 이후 주요국의 신용등급이 강등되고 잇는 과정에서 우리의 등급이 상향된 것은 고무적"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신평사도 상향조정할까?
정부는 무디스의 등급 상향조정이 다른 국제신용평가사의 등급조정에도 영향을 미칠수 밖에 없다고 예상했다.
피치와 S&P도 지난 7월 중 우리나라를 방문해 신용등급에 대한 연례협의를 마쳐 3~4개월 이내에 우리나라에 대한 등급조정이 가능하다.
피치는 우리나라에 대해 A+등급을 부여하고 있지만, S&P는 A등급으로 한단계 더 낮은 평가를 하고 있다. 이번에 무디스의 평가가 한단계 상향되면서 동일한 국가에 대한 무디스와 S&P의 평가가 2단계 이상 벌어지게 된 것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평가사별로 등급차이가 너무 크면 평가자체의 신뢰도에도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그런점에서도 다른 신평사들도 우리의 등급을 상향조정할 가능성은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무디스의 등급상향이 다른 신평사로 확대될지에 대한 걸림돌은 여전히 많다.
피치의 경우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대만, 칠레에 모두 A+등급을 부여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 대해서는 등급전망을 '긍정적'(positive)으로 하고 있는 반면, 중국에 대해서는 '안정적'(stable), 일본은 '부정적'(negative)으로 낮춰보고 있다.
정부는 피치가 중국과 일본을 제치고 우리나라만 더 높은 등급에 놓기에는 정치적인 부담을 갖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 등 지정학적 리스크를 높게 평가하는 S&P의 경우 최근 한중일간 영유권 분쟁과 그에 따른 경제적인 영향, 한미 군사훈련에 대한 북한 김정은의 도발적인 발언 등을 감안하면 등급상향이 쉽지만은 않은 실정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이번 기회를 국가 신용등급 상향의 가장 좋은 기회로 보고, 다른 신용평가사들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경제상황 설명과 설득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