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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일본판 '사랑과 영혼'..문화적 할인 아쉬워
연극 <달은 오늘도 날 내려다 본다>
2012-07-25 14:47:33 2012-07-25 14:48:32
[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팝송을 우리말로 번역했을 때 가끔 구글 번역기에 돌린 것처럼 어색한 경우가 있다. 사용하는 언어나 이상적인 인간상 등이 나라별로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아마 K팝을 외국어로 번역할 경우 외국인이 느낄 어색함과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런 사소한 차이들이 모여 '문화적 할인'이 발생한다. 순수혈통주의를 주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가마다 특유한 문화적 아우라가 존재한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소설이나 만화는 활자를 읽는 것이기 때문에 문화적 할인이 생기더라도 적당한 거리를 두고 '차이'를 음미할 수 있다. 하지만 연극이나 뮤지컬 같은 공연 장르는 얘기가 다르다. 내용전달 자체도 중요하지만 공연을 본다는 것은 결국 시각, 청각 등 여러가지 감각을 활용해 모종의 느낌을 전달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언어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배우가 누구냐, 번역가가 누구냐에 따라 질감이 확연히 달라진다. 공연의 언어라는 것은 결국 피지컬한 언어다.
 
연극 <달은 오늘도 날 내려다 본다>는 일본판 <사랑과 영혼>이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이야기 틀거리가 꽤나 비슷하다. 교통사고로 약혼녀 유카를 잃은 케이타는 자살을 결심하고, 그런 케이타를 말리기 위해 유카는 성불하지 못하고 그의 곁을 맴돈다. 결국 케이타와 유카는 영매 레이쥬를 통해 못다한 이야기를 나눈다.
 
 
 
 
 
 
 
 
 
 
 
 
 
 
 
 
 
 
 
 
 
다만 <사랑과 영혼>과 달리 이야기 속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코믹함과 애절함이 뒤섞인 전형적인 일본식 멜로 감성이다. 일본식 멜로의 경우 이야기 전개에는 다소 무리가 있지만 대신 유쾌하고, 귀엽고, 예쁘고, 잔잔한 감성으로 특유의 색감을 만들어내곤 한다.
 
그런데 극단 조은컴퍼니의 연극 <달은 오늘도 날 내려다 본다>에서는 주로 왁자지껄한 노래방 분위기가 두드러진다. 극 중간중간 경쾌한 분위기를 살리기에는 효과적이지만 이 때문에 이후 섬세한 감성을 드러내야 할 부분이 묻힌다. 강약조절이 필요한 대목이다.
 
캐릭터 해석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일본의 이상적 인간상이라 칭할 만한 여주인공 유카는 시종일관 낙천적인 모습으로만 그려진다. 유카의 매력이 발생하려면 좀더 사랑스럽고 여성적이며 섬세한 면이 드러나야 할텐데 무대 위 유카는 씩씩하기만 하다. 공연의 전체 분위기 역시 캐릭터를 돕는 방향으로 설정돼야 할 것이다.
 
번역도 아쉬운 대목이다. 극 중 "유카는 다 합니다."라는 대사가 여러번 나오는데 한글도 일본어도 아닌 어색한 대사가 관객의 몰입을 방해한다. 이는 본 공연뿐만 아니라 번역극이나 번안극에서 자주 보이는 실수이기도 하다.
 
한국과 일본 간 문화적 할인이 아쉬웠던 관객이라면 본 공연을 오리지널 일본팀 내한 특별공연과 비교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일본극단 토무의 공연이 같은 극장에서 다음달 28일부터 9월 2일까지 진행된다.
 
작 곤도 히로미츠, 연출 김제훈, 출연 장준휘, 이은주, 안종철, 강신혜, 문주희, 9월2일까지  가변극장 키작은 소나무, 티켓가격은 2만원. 문의 02-765-88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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