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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이맹희 형제, 삼성 상속재산 다툼..해결은 CJ
2012-02-19 12:31:58 2012-02-19 14:07:10
[뉴스토마토 이형진기자] 삼성그룹이 이건희 삼성전자(005930) 회장과 형 이맹희씨의 형제간 상속재산 다툼으로 때아닌 홍역을 치르고 있다.
 
특히 소송을 제기한 이씨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아버지로, 고(故) 이병철 회장의 아들들간 상속재산 다툼이 삼성과 CJ(001040)의 그룹간 대결구도로 비화되는 것 아니냐는 점에 시선들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세간의 곱지않은 시선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는 두 그룹의 최고위층이 본격적으로 나설 경우 의외로 쉽게 문제의 매듭이 풀릴 수 있다는 전망도 일부 흘러나오고 있다.
 
◇삼성, 겉으로 ‘느긋’..속으로 ‘부글’
 
지난 15일 이맹희 씨가 1차 소송금액 총 7138억원에 대한 인지대 22억4900만원을 납부한 사실이 확인되며, 소송이 본격화되자 삼성 측의 움직임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삼성의 고위관계자는 “인지대도 아직 납부하지 않았다. CJ도 나서겠다고 했으니 잘 해결되지 않겠느냐”며 낙관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소송절차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삼성 측은 “이번 소송과 관련해 할 말이 없다”는 입장을 나타내며 극도로 말을 아꼈다.
 
오너 일가의 다툼에 대해 어느 누구도 말할 수 없는 분위기가 일순간에 형성됐다는 것이 내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미 상속 문제는 법적으로 끝났다던 삼성 측이 지난해 6월 '상속재산 분할 관련 소명'이라는 문서로 상속재산 문제를 해결하려던 시도까지 알려지면서 더욱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소송은 아주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삼성 그룹”이라며 “소송 장기화까지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씨를 설득해 합의를 끌어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CJ “중재 나서겠다”..키플레이어, 이재현 회장
 
CJ그룹은 지난 12일 이 씨가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선대 회장의 차명 보유 재산을 유산 상속 비율에 맞춰 상속인들에게 지급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우리도 처음 듣는 얘기”라며 한발 물러선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씨의 소송 자체가 삼성그룹 경영권 자체를 흔들 수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면서 ‘모르겠다’다던 CJ는 ‘소 취하를 위해 설득에 나서겠다’는 입장으로 급선회, 관계자를 이씨의 거주지로 급파했다.
 
지난해 대한통운(000120) 인수전 이후 냉랭했던 사이였던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기민한 대응이다. 그러나 발빠른 CJ의 대응 자체가 해결보다는 해당 사건에 무관하다는 해명차원이라는 설명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CJ그룹의 한 관계자는 “그룹 오너의 아버지인 이씨를 설득할 수 있는 내부관계자는 거의 없다”며 “소 취하 등 해결을 위해서는 결국 이재현 회장이 직접 움직이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재현 회장이 아버지 이씨를 만나기 위해 움직였다는 정황 등은 아직 포착되지 않고 있다.
 
◇대한통운, 다툼 해결책?..삼성, CJ측 ‘보상’ 가능성↑
 
일부에서는 소송 해결의 해법을 지난해 양 그룹간 극한대결을 불러왔던 대한통운에서 찾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CJ그룹은 지난해 삼성 측이 공들여왔던 대한통운 인수전 돌연 참여에 강력 반발하다 결국 예상보다 높은 금액을 써내, CJ제일제당(097950)과 CJ GLS가 유상증자와 차입 등으로 1조2400억원 가량의 부담을 떠안았다.
 
이 같은 부담은 지난 2010년 인수한 온미디어(CJE&M)와 함께 자금흐름을 압박해 CJ그룹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측은 CJ가 이번 소송전 해결에 나서 줄 경우 합당한 보상책 마련도 적극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이 CJ를 도울 방법은 얼마든지 있는 것으로 안다”며 “소송건 취하에 이재현 회장 등이 적극 나선다면 삼성은 그룹내 물류 물량 밀어주기는 물론, 부채 해결을 위한 증자에도 적극 참여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큰 물류고객 중 하나인 삼성은 지난해 대한통운 인수 실패 이후 별도 물류회사를 정하지 않고 최대 20%나 더 비싼 비용을 치르며, 자체적으로 물류 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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