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중 6명 ‘인맥’ 통해 취직..경조사비 지출 연간 52만원
입력 : 2011-11-14 12:00:00 수정 : 2011-11-14 17:17:55
[뉴스토마토 손지연기자] # 2년 여간 언론고시를 준비해오던 김상호씨(가명·신림동)는 얼마 전 드디어 취업에 성공했다. 1년에 한,두 번 있는 언론사 공채시험에 회사를 가리지 않고 응시했지만 번번이 낙방했던 김씨다. 그러던 어느 날, 꾸준히 연락하며 지내던 학교 선배로부터 신생 방송국의 PD직을 소개받았고 시험에 응시해 드디어 합격의 영예를 안았다. 애초부터 언론업계에서 인맥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던 김씨는 2년 동안의 수험기간에도 업계의 지인이나 새로운 인맥을 맺기 위해 시험 준비와 동시에 적지 않은 공을 들였다. 명절인사나 생일축하는 직접 하지 못하더라도 꼭 전화로 챙겼고, 상대의 관심사를 파악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표현했다.
 
한국의 노동시장에서 인맥은 큰 축을 차지할 만큼 중요한 요소다. 인맥 관리를 위해 쏟는 금전적, 시간적 비용도 선진국 수준을 뛰어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14일 ‘인적 네트워크의 노동시장 효과 분석’ 보고서를 발표하고 우리나라 고용시장에서의 인맥 의존도를 추정한 결과, 대략 60% 안팎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 첫 직장 2명 중 1명 ‘인맥’ 활용..이직시는 인맥이 절대적
 
KDI가 2003년부터 2007년까지 5년 간 한국노동패널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전체 취업자 6165명 중 ‘소개나 추천’ 방식으로 입사한 경우가 61.5%, ‘공개채용’은 13.3%, ‘직접 직장에 찾아와서(수시채용 등)’가 18.5%, ‘스카우트’가 4.3%로 나타났다.
 
특히, 첫 취업의 1순위 경로라고 생각하는 공개채용 방식은 27.5%로 낮게 나타났으며 첫 취업에서 소개나 추천을 통해 입사하는 경우도 50.7%에 달해 2명 중 1명은 인맥을 통해 첫 직장을 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김영철 KDI 연구원은 “첫 취업의 경우, 공개채용이 가장 흔한 취업 경로라고 생각하지만 생각보다 공채를 통한 채용은 실제로 많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경력자가 이직을 할 경우, 공채는 10.2%에 불과했으며, 소개나 추천이 63.9%로 이직 시 인맥은 절대적일 만큼 중요한 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기업보다는 소형기업에서,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에서, 여성보다 남성의 경우, 구직활동시 인적 네트워크 활용이 더 두드러졌다.
 
◇ 선진국일수록 구직활동시 인맥 활용 낮아
 
주요 30개국의 구직경로 분포를 비교한 ISSP(International Social Survey Progam)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인맥 의존도는 다른 나라에 비해서도 상대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한국을 제외한 29개 국가의 인적 네트워크 의존도 평균치인 45.6%에 비하면 한국의 60% 안팎 수준으로 매우 높다.
 
특히, GDP 상위 10개국의 경우 33.4%인데 반해, GDP 하위 10개국의 경우에는 60.49%에 달해 경제적으로 후진 국가일수록 구직활동에서 인적 네트워크에 과하게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얼마 전 국제통화기금(IMF)의 최신 세계경제전망에서 2012년 한국의 구매력(PPP) 평가 기준 GDP는 전 세계 184개국에서 세계 12위 수준으로 전망된 바 있다.
 
이처럼 경제적으로 선진국 문턱에 있는 우리나라가 고용시장에서 구직 활동시에는 후진적인 행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 인맥관리 위한 경조사비 연간 52만원 지출
 
이에 따라 한국의 직장인들은 구직 네트워크나 일반적인 인맥 유지를 위해서도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가구원 2인 이상 가구를 대상으로 2008년 가구당 월평균 경조사비는 4만4709원으로 연간 52만4500원이다.
 
경조사비 지출은 과도한 네트워크 의존성의 한 단면을 보여주며, 사회 전체적으로 연간 약 8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규모라고 보고서는 지적하고 있다.
 
과도한 네트워크 의존성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각 국가별 여가시간 활용내역을 통해서도 확인됐는데, 한국인의 ‘동료와의 만남 및 교류’ 사용비중은 총여가시간의 15.7%로 조사대상 18개국 가운데 다섯 번째로 높은 수준으로 조사됐다.
 
또, 한 취업전문기관이 직장인 20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4.7%가 의식적으로 시간과 비용을 들여 인맥을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이 인맥관리에 사용한 시간은 일주일에 평균 7.3시간, 지출한 비용은 일주일에 평균 9만3000원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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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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