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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 북리뷰)2040세대의 선언 '진보세대가 지배한다'
유창오 지음, 폴리테이아 펴냄
2011-10-31 16:17:31 2011-10-31 16:18:56
[뉴스토마토 송종호기자] 2002년 6월. 월드컵을 응원하는 젊은 세대의 뜨거운 함성은 ‘P세대’(participation)라는 조어를 만들었다. 그 참여는 같은해 12월 미군 장갑차에 의해 목숨을 잃은 미선이 효순이를 위로하기 위한 촛불로 이어졌고, 때마침 "미국에 할 말은 하겠다"는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참여정부'를 출범시켰다.
 
특히 2004년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다수당이 되고, 민주노동당이 원내 입성을 하자 세대를 통한 균열을 전망하는 논문과 칼럼, 사설들이 봇물을 이루기도 했다.
 
당시 기자도 대학원에서 정치학을 수학하던 시절이라서 '세대정치, 세대담론'은 주요 연구주제 중에 하나로 꼽혔고, 정치학과 사회학의 주요 연구 과제는 당연 '세대담론'이었다.
 
그러나 '참여'는 참여정부 집권4년차를 넘기면서 아스라이 '추억'이 되고 말았다. 당시 집권여당은 지리멸렬하게 흩어졌다 모였다를 반복하며 2007년 대선에서 졌고, 언론은 젊은층도 보수화됐다고 결론냈다.
 
▲ <진보세대가 지배한다>(유창오 지음, 폴리테이아 펴냄)
대한민국의 역사가 완성되었다는 식의 일종의 역사적 '종말론'이 집권 세력 내부에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에서 승리한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마치 대한민국 역사가 자신들에 의해 완성되고 있다는 식의 태도를 보였다. 대한민국이 산업화와 민주화를 넘어 이제 선진화의 시대에 들어섰고, 자신들이 대한민국 역사의 종언을 이룰 최후의 인간이라는 자신감에서였다(p.18)
 
2008년 9월, 미국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 이명박 정부는 출범 8개월째에 접어들었다.(...중략...)이명박 정부는 세계경제의 변화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획하고 있던 3대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4대강 사업이다. 그리고 부자감세안도 2008년 12월 국회에서 통과돼 매년 20조원 이상의 세수 부족을 일으키고 주로 부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논란이 될 일이었다. 다음으로 국세청이 넉달간이나 태광실업을 먼지 털 듯 조사했고, 검찰이 가세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주변을 샅샅이 뒤졌다. (...중략...)3대 권력기관인 국세청, 검찰, 국정원이 동원돼 경쟁적으로 전직 대통령 망신 주기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을 소환조사하고도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사건은 200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이어졌고, 이 불행한 일을 애통해 하던 김대중 전 대통령도 그해 8월 우리 곁을 떠났다. 민심이 본격적으로 바뀌기 시작한 것은 이 무렵부터였다. (pp..24~25)
 
여의도 정가에서 잔뼈가 굵은 유창오 씨는 <진보세대가 지배한다>를 통해 "참여정부 시절 일부에서 진보가 다수파가 된 시대가 왔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의 승리는 탄핵 역풍에 의한 것이었지, 객관적인 유권자 지형의 변화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2002년 대선 승리도 2.3%포인트 차이의 박빙의 승부였다"라고 진단하며 민심이 바뀌기 시작한 2009년에 주목한다.
 
이어진 2010년 지방선거와, 2011년 4월 27일 성남 분당구을 보궐선거를 통해 심각한 수준의 세대 균열 구조가 발생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는 그 증거로 우석훈 박사의 <88만원세대>를 인용하며 20대의 경제적 처지를 분석한다. "어려서는 학원을 전전하며 협동보다는 경쟁만을 배운다. 대학에 들어가서는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며 등록금 빚이 쌓이고, 대학을 졸업해도 청년 실업의 벽에 직면한다. 취직도 하기 전에 신용 불량자로 전락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열심히 스펙을 쌓고 발이 부르트도록 뛰어다녀 어렵게 취직해도 비정규직이 반이다"
 
30대는 연애와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삼포세대라고 평가한다. 불안정한 일자리, 치솟는 집값 등 과도한 삶의 비용으로 인해 이들은 연애도, 결혼도, 출산도 기약없이 미루고 있다. 생존을 위한 삶의 비용이 너무 버거워서 가족도 사치로 전락했다.
 
이같은 분석의 결과는 2011년 10월 26일 서울시장 선거에서 증명된다. 20대 69%, 30대 76%, 40대 67%가 야권단일 후보 박원순을 선택했다. 2011년 현재, 세대는 계급이다.
 
유창오 씨는 "보수 세력은 그것을 세대 갈등으로 왜곡하지만 그 본질은 신자유주의 질서에 의한 갈등이요. 계급투쟁인 것이다. 따라서 세대 구도는 향후 정치 갈등을 압도하는 균열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지난 30년간의 신자유주의라는 세계경제 패러다임, 지난 25년간의 한국정치시스템을 바꾸는 근본적 변화와 결합돼있다는 것이다.
 
오는 2012년 2040세대가 1980년 이후의 30년간 이어져 온 세계경제의 신자유주의라는 흐름으로부터 변화를 추동하고, 1987년 이후 25년 동안 지역 구도로 점철된 정치체제를 근본에서 흔들 수 있을 것인지, 본서를 통해 천기누설을 확인해도 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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