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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정부, 역내 통화스왑 확대 서두르는 이유는?
2011-10-21 15:45:36 2011-10-21 17:58:46
[뉴스토마토 송종호기자] 정부가 지난 19일 한일 통화스왑을 확대한데 이어, 한중 통화스왑 확대가능성도 부인하지 않는 등 역내 금융안전망 구축을 위해 발빠른 대응을 하고 있다.
 
정부가 미국과의 통화스왑에 앞서 역내 국가간의 통화스왑을 서두르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경제에서 동아시아 국가의 위상을 올리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뒤따르고 있다.
 
반면 한일에 이어 한중 통화스왑 확대가 이뤄지더라도 유럽 재정위기가 진정국면에 들어서지 않는 이상 어려움은 지속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 "글로벌 경제 위상 제고" vs. "국가간 스왑으로는 미흡"
 
많은 전문가들은 2008년과 달리 우리 경제의 펀더멘탈이 좋아진만큼 통화스왑 확대가 시급하지는 않다는 평가다.
 
한일 통화스왑 확대 합의 직전까지 정부 역시 통화스왑 추진이 한국이 외환사정이 급하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어 필요없다는 입장을 표명해 왔다.
 
허진욱 삼성증권 책임연구원은 "단기외채와 외환보유고 등을 고려할 때 2008년처럼 통화스왑이 필요한 상태는 아니다"며 "미국과 통화스왑 체결을 서두를 상황은 더욱 아니다"고 밝혔다.
 
역내 통화스왑 확대 이유에 대해서는 "시장의 심리적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것"이라며 "이를 통해 아시아 국가들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경제에서 위상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번 한일 통화스왑 확대에 따라 우리 외환보유액은 사실상 4000억달러 규모로 늘어난다. 6월 말 현재 총외채가 3980억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일시에 상환요구가 들어와도 대응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반면 국가간 통화스왑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국가간 블록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금융기관 연구소의 연구원은 "영국과 미국은 100% 스왑이 이뤄진다"며 "우리나라 혼자 힘으로 미국과 100% 스왑을 하지 못할 바라면, 동아시아 국가간 블록을 형성해서 유동성을 강화하는 방법을 강구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차액결제선물환(NDF; Non-Delivable Forward)에서 우리나라를 '요리'하기 좋은 상태로 보고 있기 때문에 이런 것을 불식시킬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동아시아 블록을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단기적인 환율안정보다 심리적 안정 우선
 
통화스왑의 체감효과는 무엇보다 환율 안정이다. 하지만 한일 통화스왑에 따른 외환시장 파급 효과는 단 하루밖에 지속되지 못했다.
 
한일통화스왑 확대발표가 있던 19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3.7원 내린 1131.9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다음날인 20일에는 13.1원 상승한 1145원으로 거래를 마쳤고, 21일에도 2.4원올라 1147.40원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통화스왑은 유동성이 급격하게 부족할 때 환율을 안정시키는 데 의의가 있다"며 "현재 환율의 움직임은 시장의 수요와 공급상황에 맞게 자연스럽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지난 2008년 미국과 일본, 중국과 연이어 통화스왑을 체결하면서 시장에 영향을 미친 것은 당시 시장 심리가 공황 상태에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부도 이번 한일 통화스왑 확대가 외환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신제윤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지난 19일 이주열 한국은행 부총채와의 공동기자회견에서 "통화스왑의 외환시장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합의가 외환시장을 염두해 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전문가들은 당장의 환율 안정보다는 심리적 안정이 우선되는 점에 의미를 뒀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한일 통화스왑 확대가 당장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확대 규모가 당초 시장의 예상보다 크고 금융시장에 선제적 안전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주기에는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한일, 한중 통화스왑 확대가 이뤄지더라도 유럽 재정위기가 진정국면에 들어서지 않는 이상 어려움은 지속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허진욱 연구원은 "통화스왑은 중앙은행간의 자금해결이기 때문에 유럽지역에서 자금 회수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일반은행의 달러 자금이 해결됐다고 시장은 판단하지 않는다"며 "일반은행까지 자금해결이 이뤄졌다고 보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토마토 송종호 기자 joist189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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