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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업계 "자가폴주유소 지원정책, 효과 의문"
'유사석유' 적발률 일반정유사 5배.."기름값 인하 등 효과 제한적"
2011-10-12 10:00:00 2011-10-12 18:11:40
[뉴스토마토 윤성수기자] 정부가 기름값 안정을 위해 알뜰주유소의 모델로 내세운 자가폴주유소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다. 
 
자가폴주유소를 육성해 주유소가 정유사에 일방적으로 예속되는 구조를 완화시킴으로써 정유사 간 가격 인하 경쟁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지난 10일 지식경제부는 자가폴주유소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도를 높이기 올해 시범적으로 시행됐던 자가폴주유소 품질보증제도를 내년부터 확대 시행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유업계는 최근 유사석유의 유통을 막고 기름값을 낮추기 위해 정부가 자가폴주유소 지원책을 내놓았으나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고 비판하고 있다.
 
자가폴주유소는 일반 정유사 주유소 보다 기름값이 저렴하지만, 이 때문에 유사 석유를 파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사왔다.
 
◇ 정부 "내년 자가폴주유소 300곳 정품보증 지원"
 
지식경제부는 지난 10일 자가폴주유소 육성을 위해 내년 품질보증 지원 대상을 현재 8곳에서 300여 곳으로 확대하고 지원금액도 품질보증비용(600만원)의 80%에서 90%로 올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제도는 특정 브랜드를 내걸지 않은 자가폴 주유소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한국석유관리원의 검사를 통과한 자가폴 주유소에 정품 보증 마크를 달아주는 것이다.
 
올해 들어 현재까지 보증을 받은 업체는 8곳으로 시범적으로 도입해 운영되고 있는데, 내년에는 300곳으로 확대되고, 주유소의 한해 부담비용도 현재 120만원에서 60만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또 품질인증을 받은 자가폴주유소 시설 개선과 함께 소비자 홍보도 강화키로 했다.
 
현재 자가폴 주유소 수는 전국 주유소(1만3045개)의 6.5%인 840여곳, 판매물량 비율은 5.7% 수준이며, 일반 주유소보다 ℓ당 41원 가량(5월 기준) 저렴한 편이다.
 
지경부는 자가폴 주유소 품질 보증 지원과 함께 자가폴 주유소의 브랜드화 등 시설개선 사업을 위해 내년 77억원의 예산을 확보한 상태다.
   
이외에도 유사석유 철퇴를 위해 한국석유관리원에 준(準)수사권한을 부여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지경부는 최근 주유소 폭발사고와 관련해 석유관리원이 비밀탱크를 포함한 주유소 불법시설물을 수색·확인·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갖도록 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 자가폴 '유사석유' 단속적발률, 일반정유사 5배
 
자가폴주유소가 일반 주유소보다 유사석유 취급을 5배 정도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일 김성회 한나라당 의원이 한국석유관리원한테서 제출받은 '유사석유 단속현황'을 분석한 결과 2007년부터 현재까지 최근 5년간 자가폴주유소가 4.66%의 적발률을 보여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브랜드 주유소가 뒤를 이었는데 S-Oil(010950)이 1.61%, SK에너지와 GS칼텍스가 0.97%, 현대오일뱅크가 0.95%로 나타났다.
 
정부의 대책이 무색할만큼 브랜드를 내건 주유소보다 브랜드를 걸지않은 주유소의 유사석유 제품 판매가 많았던 것이다.
  
그만큼 품질 관리가 안되고 있다는 것으로, 무폴 주유소들이 공동브랜드로 제품을 팔아도 품질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게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김 의원은 "석유시장 경쟁촉진을 통한 기름값 안정화도 좋지만 유사석유 판매율이 높은 자가폴주유소 확대시 생겨날 수 있는 문제점들을 사전에 검토해 서민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실질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 정유업계 "기름값 인하 등 효과 제한적"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자가폴주유소의 품질보증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지만 기름값 인하 효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전국 1만3000여곳의 주유소 중 농협을 제외한 자가폴주유소는 340여곳으로 2.6%에 불과한 만큼 이들의 석유제품이 품질 검증을 받더라도 자가폴주유소가 전체 점유율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낮기 때문에 기름값이 내려가는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자가폴주유소의 유사제품 판매가 확산될 뿐만 아니라 브랜드를 확인할 수 없어 제품의 질이 저하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다시 말해 일반 주유소보다 저렴한 가격에 기름을 팔기 때문에 정부의 품질보증 검사를 편법적으로 검사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 주유소 관계자는 "자가폴주유소의 경우 어떤 석유를 쓰는지 확인이 어려워 수익성을 챙기기 위해 유사석유를 쓰는 경우가 많다"며 "정부가 일일히 유사석유를 단속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주유소간의 경쟁이 치열해 문을 닫는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기존 주유소는 신경쓰지 않고 자가폴주유소만을 육성한다는 정부의 발표도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정유업계는 또 기름값을 낮추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이 유류세 인하지만 정부는 유류세 외 다른 대책만을 내세운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내년 자가폴주유소 지원 등에 대한 예산을 늘리기로 해 정부와 업계의 갈등이 보다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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