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기업도 임금격차도 '역대 최대'
반도체발 기업 수익성 개선에도 이자도 못 내는 기업 42.9%
정규직 근로자 15.6만원 오를 때 비정규직 고작 2.4만원 상승
2026-10-21 17:06:47 ㅣ 2026-10-21 18:15:37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반도체 호황과 소비 개선 등에 힘입어 국내 경제엔 훈풍이 불었습니다. 글로벌 인공지능(AI) 수요에 따른 반도체 수출 호조 등의 영향으로 국내 기업의 실적은 개선됐고, 임금근로자의 임금도 올랐습니다. 하지만 양극화의 그늘은 더욱 짙어졌습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실적 격차가 벌어지면서 이자조차 내지 못하는 이른바 한계기업 비중은 역대 최고를 나타냈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월평균 임금 격차도 더욱 벌어져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물론 비정규직 근로자 수와 전체 임금근로자에서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중도 역대 최대를 보였습니다. 대한민국 경제 성장의 이면이자, K자 양극화의 현실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반도체발 기업 양극화 심화
 
한국은행이 21일 발표한 '2025년 연간 기업경영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비금융 영리법인기업(총 98만2767개)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매출액영업이익률은 5.2%로 전년보다 0.6%포인트 상승해 지난 2021년(5.6%)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수익성 지표는 대기업과 제조업을 중심으로 개선됐습니다. 실제 기업 규모별로 보면 대기업의 영업이익률은 전년 5.6%에서 지난해 6.7%로 1.1%포인트 상승했습니다. 반면 중소기업은 3.0%에서 2.8%로 0.2%포인트 하락했습니다. 이미주 한은 기업통계팀장은 "지난해 수익성 개선의 증가 요인은 주요 대기업의 수익성 증가에 기인했다"며 "수익성에 유가증권 평가 이익이나 배당 증가도 포함되는데, 이 역시 대기업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업종별로도 반도체와 조선업 실적이 수익성을 이끌었습니다. 반도체가 포함된 전자·영상·통신장비 업종의 영업이익률은 2024년 8.3%에서 지난해 14.0%로 5.7%포인트 상승했고, 조선·기타운수도 전년보다 5.2%포인트 상승한 11.6%로 집계됐습니다. 반면 반도체·조선을 제외한 자동차·철강 등 주력 제조업의 수익성은 악화했습니다.
 
특히 작년 한 해 동안 벌어들인 돈으로 대출 이자도 갚지 못하는 기업 비율도 역대 최대를 기록하면서 기업 간 양극화가 두드러졌습니다. 지난해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인 기업 비율은 42.9%로 전년(42.8%)보다 소폭 상승하면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이자보상비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으로, 100% 미만을 기록하면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모두 낼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이자는커녕 아예 본업에서 영업적자를 기록한 이자보상비율 0% 미만의 기업 비중 역시 34.4%로 전년(33.9%)보다 늘었습니다. 
 
임금도 'K자 양극화'
 
양극화의 그늘은 임금근로자의 임금에서도 짙어졌습니다. 이날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6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 형태별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8월 전체 임금근로자는 2252만6000명으로 전년보다 11만3000명 증가했습니다. 이 중 비정규직 근로자는 867만1000명으로 전년보다 10만3000명이나 급증했고, 정규직은 1385만5000명으로 1만명 증가했습니다. 
 
비정규직 규모는 지난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대 규모로, 3년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습니다. 전체 임금근로자 중 비정규직 비중도 전년보다 0.3%포인트 상승한 38.5%로, 역대 최대 수준입니다. 비정규직 증가세는 한시적·시간제 근로자가 늘어난 영향이 컸습니다. 실제 한시적 근로자는 603만5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8만7000명, 시간제 근로자는 438만2000명으로 15만2000명 각각 증가했습니다. 
 
특히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는 더욱 두드러졌습니다. 올해 6~8월 임금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330만5000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0만원(3.1%) 증가했습니다. 정규직은 405만2000원으로 15만6000원(4.0%) 오른 반면, 비정규직은 211만2000원으로 2만4000원(1.1%) 늘어나는데 그쳤습니다. 이들의 임금 격차는 지난해 180만8000원에서 194만원으로 약 7.3% 확대, 역대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한국 사회는 특정 산업의 호황을 맞이하면서 자산은 물론, 임금·성과급 측면에서 격차가 너무 심화하고 있다"며 "자산과 소득을 넘어 임금 양극화까지 심화하면서 노동시장 이중 구조도 극대화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임금 격차가 벌어질수록 생산성 차이가 벌어지고, 성장하지 못하는 산업에서 생산성 문제가 점점 더 두드러질 것"이라며 "양극화가 두드러질수록 사회 통합 저해로 이어질 수 있기에 실효성 있는 제도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국내 경제의 양극화가 심화된 가운데, 서울 광화문사거리에 시민들이 발길을 옮기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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