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홍규의 피지컬 AI)AI가 두려운 청소년, 그러나 그 두려움은 준비로 이어지지 않는다
제28회/ 최홍규 연구위원(EBS)·미디어학 박사
2026-10-08 14:10:32 ㅣ 2026-10-08 14:10:32
최홍규 연구위원(EBS)/ 미디어학 박사
 
AI가 무섭다고 털어놓는 학생이 있다. 그러나 무섭다고 해서 공부가 따라오는 것은 아니다.
 
어른들은 걱정이 깊어지면 학생이 스스로 알아보고, 알아본 만큼 준비도 하리라고 기대한다. 진로 시간을 떠올려 보자. 교사가 AI 때문에 사라질 직업과 새로 생길 직업의 목록을 읽어 준다. 몸을 가진 AI가 공장과 매장으로 들어오면서 목록은 더 길어졌다. 겁먹은 학생이 책상으로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어른들은 걱정이 깊어지면 학생이 스스로 알아보고, 알아본 만큼 준비도 하리라고 기대한다. 그러나 걱정이 준비로 이어지는 길이 정말 그렇게 곧을까.
 
튀르키예의 한 연구팀이 2026년 6월 발표한 논문은 이 물음에 시사점을 준다. 연구팀은 튀르키예 중부 도시의 고등학교 여섯 곳에서 고등학교 마지막 학년인 12학년 학생 354명에게 AI가 자기 진로에 어떤 영향을 줄 것 같은지 물었다. 5점 만점에서 AI가 윤리와 일자리, 사람 사이의 관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불확실성은 3.42로 가장 높았다. AI 때문에 내 진로가 흔들릴지 모른다는 걱정은 3점대 초중반이었다. 반면 AI 관련 기술을 배울 계획처럼 준비 정도를 묻는 문항은 3.05로, 조사한 영역 가운데 가장 낮았다. 다만 점수 차이는 크지 않았다.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점수의 크기보다 걱정과 준비가 나란히 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학생들이 AI를 두려워하기만 한 것도 아니다. AI가 자기 미래에 미칠 영향을 다소 긍정적으로 본 학생은 63.6퍼센트, 부정적으로 본 학생은 15퍼센트였다. 응답자의 86.2퍼센트는 학교 교육에 AI가 도입되면 자기 진로 선택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답했다. 학생들은 AI를 이미 자기 진로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연구팀은 이 점수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는지도 들여다보았다. 걱정과 준비 사이에는 약한 연결이 있었지만, AI를 아는 정도 등 다른 요인을 함께 따지자 그 연결은 나타나지 않았다. 준비와 뚜렷하게 이어진 것은 AI를 얼마나 아느냐였다. AI를 잘 알고 자주 쓴다고 답한 학생일수록 AI 기술을 배우려는 계획이 많았다. 반면 걱정과 가장 강하게 이어진 것은 불확실성이었다.
 
연구팀은 걱정은 큰데 준비가 따라오지 않는 이 어긋남을 계획 격차라고 불렀다. 한계도 있다. 한 도시에서 한 시점에 조사한 결과이고, AI를 아는 정도도 학생이 스스로 매긴 점수다. 따라서 학생이 AI를 알아서 준비에 나서는 것인지, 준비하다 보니 AI를 알게 되는 것인지는 이 결과만으로 알 수 없다. 
 
필자는 이 논문을 읽다가 건강검진 결과지를 떠올렸다. 결과지에 몸이 좋지 않을 수 있다고만 적혀 있으면 사람은 걱정만 한다. 혈압이 높으니 짠 음식을 줄이라고 적혀 있으면 그날 저녁 식탁이 달라진다. 걱정의 크기가 같아도 무엇을 해야 할지 보이면 사람은 움직이고, 보이지 않으면 멈춘다. AI가 세상을 바꾼다는 이야기는 학생에게 앞의 결과지와 같다. 걱정은 안겨 주지만, 이번 주에 할 일은 알려 주지 않는다.
 
막연한 걱정을 덜어 줄 출발점이 몸을 가진 AI일 수 있다. 화면 속 AI가 어떤 일을 대신하는지는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 물류센터에서 상자를 나르는 로봇이나 매장에서 음식을 나르는 로봇은 다르다. 그 곁에서는 로봇의 일과 사람의 일이 한 공간에서 갈린다. 학생은 그 장면을 보고 질문 하나를 떠올릴 수 있다. 저 일은 왜 로봇이 맡았고, 저 일은 왜 아직 사람이 하는가. 질문이 생기면 손에 잡히지 않던 걱정은 눈으로 보고 따져 볼 수 있는 문제가 된다. 필자는 피지컬 AI가 진로 교육에 줄 수 있는 도움이 새 직업을 소개하는 일보다 이런 질문을 만들어 주는 일에 있다고 본다. 다만 학생이 로봇이 일하는 현장을 직접 볼 기회가 많지 않다는 점은 풀어야 할 숙제다.
 
그렇다면 어른이 할 일은 걱정을 줄여 주는 것이 아니라 잘게 나누어 주는 것이다. 학생이 AI가 무섭다고 말하면 괜찮다고 달래기 전에 무엇이 가장 걱정되는지부터 물어보자. 이야기가 학생이 하고 싶은 일로 옮겨 가고, 그 일에서 AI가 맡을 부분과 사람에게 남을 부분을 가려 보는 데까지 이르면, 커다란 걱정은 알아볼 수 있는 질문 몇 개로 바뀐다. 직업이 바뀐다는 사실을 알리는 데서 멈추지 않고, 알게 된 것을 행동으로 옮기도록 돕는 데 까지가 어른의 일이다.
 
잘게 나눈 질문에는 이번 주에 해 볼 일 하나를 붙여 주자. 로봇이 일하는 매장이나 물류 현장 영상을 보고, 로봇이 한 일과 사람이 한 일을 나누어 적어 오게 하는 정도면 충분하다. AI를 알고 써 본 학생이 준비에도 나서니, 설명을 듣는 시간과 함께 직접 써 보는 시간도 두는 편이 좋겠다. 어느 쪽이 더 힘이 되는지는 현장에서 가려 볼 일이다. 진로 시간이 직업 목록을 나눠 주는 데서 끝나면, 학생의 걱정은 그대로 집으로 돌아간다.
 
AI가 무섭다는 말은 나쁜 신호가 아니다. 학생이 자기 진로를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신호일 수 있다. 문제는 그 말 다음이다. 걱정을 꺼낸 학생에게 필요한 것은 달래는 말이 아니라 이번 주에 해 볼 일 하나다. 무섭다는 말 끝에 할 일 하나를 함께 찾아 주면, 그 걱정은 준비가 된다.
 
최홍규 연구위원(EBS)/ 미디어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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