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공소청·중수청 사이 '사건 핑퐁' 우려
공소청, 제한 없이 보완·재수사 요구 가능
경찰·중수청 사이 수사 관할 혼선 우려도
2026-10-02 16:39:13 ㅣ 2026-10-02 16:39:13
[뉴스토마토 김백겸 기자] 새로운 형사소송법이 시행되면서 공소청의 보완수사 요구만을 통해 경찰 등 수사기관의 1차 수사를 보완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에 경찰과 공소청 간 이견이 생기면 사건이 양 기관을 오가면서 처리가 지연되는, 이른바 '사건 핑퐁'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나옵니다.
 
또 경찰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사이에도 수사 관할을 나누는 문제를 두고 서로 수사권을 주장하거나, 반대로 사건을 떠넘기면서 수사가 지연될 수 있습니다.
 
2일 서울 서초구 공소청 청사 모습. (사진=뉴시스)
 
2일 시행된 개정 형소법에 따르면 공소청은 경찰 등 수사기관이 송치한 사건에 대해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이때 경찰 등은 원칙적으로 1개월 안에 보완수사를 마치고 결과를 검사에게 보고하도록 했습니다. 보완수사의 기한을 정해 사건 처리가 지연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입니다.
 
그러나 보완수사의 횟수는 제한을 두지 않았습니다. 법령상 여러번 보완수사 요구가 가능하다는 겁니다. 이에 경찰과 공소청 간 사건을 반복해서 주고받는 '사건 핑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경찰이 불송치한 사건에 대해 공소청이 재수사를 요구할 경우, 처리는 더 지연될 수 있습니다. 공소청 검사의 재수사 요구 시, 경찰에게 주어지는 시간이 3개월로 더 길기 때문입니다. 경찰의 불송치 사건은 공소청 '불송치심사부'가 전담 검토합니다. 만약 재수사 이후에도 경찰이 불송치로 결론 내면 검사는 재수사를 다시 요청할 수 있습니다. 이 또한 재수사 요청의 횟수를 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경찰이 보완수사 결과를 공소청에 통보하기 전에 수사 결과와 사건 기록을 검사에 전달하고, 검사의 의견을 회신 받도록 했습니다. 단순히 사건을 주고받으면서 같은 사안에 대해 여러번 보완수사 요청이 반복되는 일을 줄이기 위한 장치입니다.
 
또 경찰 등 수사기관이 보완수사·재수사 요구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공소청 검사는 상급관서나 중수청 등 다른 수사기관을 지정해 맡길 수도 있습니다. 아울러 같은 이유로 해당 수사 담당자에 징계를 요구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러나 수사기관이 불송치로 결론 낸 사건의 재수사처럼 수사기관과 기소기관의 의견이 갈리거나, 두 기관 사이 의견을 좁히지 않으면 사건이 수사·기소 기관을 오가면서 처리가 지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또 경찰과 수사권 관할을 나눠야 하는 중수청과도 누가 수사할 것인가를 두고 '사건 핑퐁' 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고소·고발 사건 접수는 원칙적으로 경찰이 접수하는데, 중수청 수사 대상인 부패, 마약 등 중대 범죄는 중수청에도 접수할 수 있습니다. 경찰이 중수청 수사 대상 사건 고소·고발을 접수하면 중수청에 통보해야 하며, 중수청이 사건 이첩을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한 사건에 중대 범죄 혐의와 다른 혐의가 뒤섞였거나, 수사 과정에 새 혐의가 추가 포착돼 관할이 모호해지는 경우 등에는 누가 수사할지를 두고 논란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중수청법은 다른 수사기관과 중수청 수사가 중복될 경우 중수청장이 사건 이첩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이첩하지 않을 수 있다고 단서 조항을 달고 있어 이를 근거로 경찰과 중수청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개정된 형소법에는 수사기관장이 '수사권관할조정협의회'에 조정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도 추가됐습니다. 그러나 해당 조항은 내년 2월5일부터 시행될 예정으로, 3개월은 혼란이 발생해도 이를 중재할 수단이 부족한 상태입니다.
 
경찰도 이 같은 우려를 의식한 듯 '사건 핑퐁'에 대한 경계를 나타냈습니다.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지난 1일 전국 경찰 수사 지휘관 회의에서 "소위 '사건 핑퐁'으로 피해자의 권리구제가 지연되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며 "국민이 우려하는 부실·불공정 수사가 경찰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현장 지휘관들이 점검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김백겸 기자 kb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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