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 반짝 수요에 ESS 호조에도…K배터리, 확장보다 내실
폭스바겐 캐나다 공장 가동 2년 연기
중 정부, 증설 억제에 기존 설비 활용
K배터리, 북미 공장 ESS ‘케파’ 확대
2026-09-28 16:02:23 ㅣ 2026-09-28 16:53:19
[뉴스토마토 김하늬 기자] 올 상반기 전기차 판매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배터리 업계의 ‘공장 짓기 경쟁’은 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입니다. 아직 ‘캐즘’(수요 정체)을 극복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가운데 북미에서는 대형 배터리 공장의 가동 시점이 미뤄지고, 중국에서는 정부가 신규 설비 확대에 제동을 걸고 나섰습니다. 이제는 얼마나 많이 짓느냐보다 이미 확보한 생산시설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대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에너지저장장치(ESS)가 남는 생산능력을 활용할 새로운 수요처로 떠오르면서 K배터리 3사도 북미 생산기지의 활용도를 높이는 데 무게를 싣고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28일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글로벌 배터리 업계에서는 신규 투자를 늦추거나 기존 생산시설의 용도를 바꾸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폭스바겐그룹 배터리 자회사 파워코는 최근 캐나다 온타리오주 세인트토머스에 건설 중인 최대 90GWh 규모 배터리 공장의 가동 시점을 당초 2027년에서 2029년으로 2년 연기했습니다. 시장 수요와 배터리 기술 변화 등을 고려한 결정으로 공장 건설 자체는 계속합니다.
 
중국에서는 과잉설비에 정부가 직접 제동을 걸고 있습니다. 올해 1~7월 중국에서 계약된 신규 배터리 프로젝트의 생산능력은 2608.5GWh에 달합니다. 지난해 중국 전체 배터리 생산량의 약 1.5배 규모입니다. 중국 정부는 기존 생산능력과 가동률 등을 점검하며 신규 증설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북미와 중국에서 동시에 나타나는 변화는 배터리 업계의 경쟁 축이 생산능력 확대에서 기존 설비 활용으로 옮겨 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전기차 시장 ‘캐즘’이 당초 예상과 달리 길어지면서 이미 확보한 생산시설의 가동률을 끌어올리는 것이 우선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올해 1~8월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1340만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 증가하긴 했지만, 중국과 북미에선 각각 12%와 21% 판매가 감소하는 등 시장 회복은 더딘 편입니다.
 
이 과정에서 ESS가 새로운 수요처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AI 데이터센터 확대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대규모 전력을 저장하는 배터리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벤치마크미네랄인텔리전스는 북미 고정형 배터리 수요가 올해 76GWh에서 향후 5년간 125GWh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다만 이 정도 성장으로도 전기차용으로 구축된 초과 생산능력을 모두 흡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K배터리 3사도 신규 생산시설을 늘리는 것과 동시에 기존 북미 설비의 활용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연말까지 북미 5개 거점에서 ESS용 배터리를 생산해 관련 생산능력을 50GWh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삼성SDI는 GM의 지분을 인수한 미국 인디애나주 뉴칼라일 공장을 완공 후 우선 ESS 생산에 활용하고, SK온은 조지아 공장에서 생산한 ESS용 LFP 배터리 9GWh를 2027년부터 5년간 미국 네오볼타파워에 공급합니다.
 
ESS 확대가 전기차 사업 축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배터리 업체들은 신규 증설 시점을 조정하거나 기존 설비를 ESS에 활용하면서도 향후 전기차 수요 회복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실제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미국 오하이오 합작공장은 7개월간 중단했던 전기차 배터리 셀 생산을 지난달 재개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공장은 처음부터 모든 생산라인을 한꺼번에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수요에 맞춰 단계적으로 라인을 늘려가는 구조”라며 “기존 공간을 ESS용으로 활용하더라도 전기차 생산능력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향후 전기차 수요가 회복되면 생산능력을 다시 확대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