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혁의 셰프 & 디시)모던 차이니즈 '누와' 윤준원 헤드 셰프 "기본 위에 더한 새로운 장르"
여경래·박은영 셰프의 신뢰로 지킨 10년…'누와'의 중심 잡는 주방의 대들보
정통 중식에 홍콩식·한식의 발효 기법 더해…독창적 '모던 차이니즈' 장르 개척
2026-09-28 14:43:07 ㅣ 2026-09-28 14:56:39
[뉴스토마토 홍준혁 기자] '흑백 요리사', '냉장고를 부탁해' 등 요리 관련 방송 콘텐츠의 연이은 흥행으로 셰프와 레스토랑을 향한 대중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겁습니다. 유명 셰프의 음식을 맛보려면 수개월을 기다려야 하지만, 정작 레스토랑에서 셰프의 얼굴을 보기란 쉽지 않습니다. 방송 출연과 외부 행사, 식재료 발굴 등 '총괄 셰프'로서 주방 밖에서 수행해야 할 업무가 산적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유명 셰프가 부재한 주방은 과연 누구의 손으로 움직이고 있을까요? 총괄 셰프의 전적인 신뢰 속에 주방을 단단히 지키며 완성도를 책임지는 이, 바로 주방의 대들보인 '헤드 셰프'입니다. 최근 큰 화제를 모으고 있는 박은영 총괄 셰프의 첫 레스토랑 '누와'에서 주방을 지휘하는 윤준원 헤드 셰프를 만나 그의 요리 인생과 철학을 들어보았습니다.
 
레스토랑 홍보각 재직 당시 함께 일하던 스승들과의 모습, 왼쪽부터 윤준원, 박은영, 장도, 여경래 셰프, 백진영 지배인. (사진=홍보각 공식 인스타그램)
 
거장의 그늘에서 닦은 10년, 새로운 장르로의 도약
 
윤 셰프의 시작점은 정통 중식의 대가 여경래 셰프의 주방이었습니다. 윤 셰프는 조리과 재학 당시 현장 경험을 통해 실무 경력을 쌓고자 학교의 겸임 교수였던 여 셰프의 레스토랑에 지원했다고 회상했습니다. "최고의 셰프님께 배워 최고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담당 교수님과 선배들에게 추천 전화를 간곡히 부탁드렸다"며 일화를 소개한 윤 셰프는 그렇게 당대 최고의 중식 셰프 밑에서 정통 중화 요리사로서의 본격적인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박은영 셰프와의 인연 역시 여 세프의 업장에서 시작됐습니다. 1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여 셰프 밑에서 차근차근 경력을 쌓아온 두 사람은 박 셰프가 본인의 첫 매장인 누와의 헤드 셰프 자리를 윤 셰프에게 직접 제안하며 두 사람의 새로운 챕터가 시작됐습니다. 누와는 정통 중화요리를 바탕으로 박 셰프가 홍콩에서의 경험을 통해 배운 광둥식 요리에 발효 기법을 활용한 국내 제철 식재료를 더한 새로운 장르의 음식을 선보이며 국내 외식업계에 신선한 자극을 주고 있습니다.
 
주방에서 음식을 만드는 윤준원 셰프. (사진=뉴스토마토)
 
정통 중화요리를 고수했던 윤 셰프는 누와 주방을 이끌기 위해 많은 것을 새롭게 배워야만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원형 테이블에 둘러앉아 나눠 먹는 것이 아닌 개별 접시에 담겨지는 음식들, 기존의 중식에서는 사용하지 않던 다양한 식재료들, 국자가 아닌 핀셋 등을 사용하는 섬세한 플레이팅 기법 등 10년 이상을 중식 셰프로 일해온 윤 셰프이지만 누와는 기존의 중식 레스토랑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유형의 레스토랑이었습니다. 
 
윤 셰프는 "총괄 셰프와 함께 주방을 이끌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 헤드 셰프의 업무이기에 그동안 경험해 보지 못했던 새로운 것들을 배우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할애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현재 아뮤즈 부쉬(본격적인 식사 전 제공되는 한 입 거리 음식)에 사용되는 안키모(아귀 간)는 중식에서는 흔히 사용하는 재료가 아니라서 쉬는 날 일식당을 하는 친구를 찾아가 전문적인 손질법과 보관법에 대해 배워 왔다"면서 "새로운 식재료나 조리 기법에 대해 동료 셰프들과의 적극적인 교류를 통해 지식과 경험을 나눈다"고 밝혔습니다. 
 
윤 셰프는 "출퇴근 시에도 SNS나 유튜브를 통해 여러 셰프들의 플레이팅 기법이나 식재료의 새로운 조합 등을 찾아보며 누와만의 장르를 확고히 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한다"면서 팀을 이끄는 리더로서의 책임감을 내비쳤습니다.
 
요리를 플레이팅하는 윤준원 셰프. (사진=뉴스토마토)
 
"나를 믿어준 이에 대한 예의"…주방을 지키는 리더의 책임감
 
누와는 '모던 차이니즈', '퓨전 차이니즈' 등 기존 중식 레스토랑에서는 볼 수 없었던 고유의 색이 뚜렷한 음식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것이 곧 더 좋은 것을 뜻하는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산미가 강한 음식이 익숙치 않은 국내 고객 특성상 일부 음식에 대한 호불호가 뚜렷하게 나타난 것입니다. 이에 대해 윤 셰프는 "누와만의 개성이 확실하게 드러나는 도전적인 요리들은 코스 요리에 배치하고, 단품 메뉴에서는 대중적이지만 한 끗이 다른 요리들을 맛보실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습니다. 이는 색다른 조화를 익숙한 메뉴에 담아내 고객들의 심리적 저항감을 낮추고 단계별로 누와라는 장르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하는 섬세한 안내처럼 느껴졌습니다.
 
발효시킨 깻잎과 시소를 활용한 랍스타 요리. (사진=뉴스토마토)
 
윤 셰프에게 새로운 맛을 원하는 미식가와 익숙한 맛을 원하는 대중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가장 자신 있는 메뉴에 관해 묻자 예상외의 답변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가장 도전적인 메뉴를 제공하고 있는 중식 레스토랑의 헤드 셰프의 입에서 나온 메뉴는 바로 '짬뽕'이었습니다. 윤 셰프는 "제가 여 셰프님께 처음 짬뽕을 배우고 2년이 넘도록 쉬는 시간에 쉬지 않고 매일 짬뽕을 볶았다. 최고의 짬뽕을 만들기 위해 계속해서 연습하고 연구했고 여 셰프님과 박 셰프님 모두에게 인정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스승들에게 인정받은 윤 셰프의 짬뽕. (사진=뉴스토마토)
 
윤 셰프는 견고한 대들보를 중심에 둠으로써 건물이 균형감 있게 유지되는 것처럼 주방의 중심에서 정통과 현대의 균형 있는 조화를 위해 계속해서 노력한다고 전했습니다. 
 
"저를 믿어준 박 셰프님에게 혹여나 흠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가장 큽니다. 하지만 이 걱정을 연료 삼아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해서 나아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함께 손발을 맞추고 있는 수셰프 및 주방 팀원들과 호흡이 매우 좋습니다. 누와를 방문해 주시는 고객들의 만족뿐 아니라 주방과 홀에서 일하는 모든 직원 역시 누와에서의 시간이 만족스러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홍준혁 기자 jhh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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