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금융권 지방이전, 명분만으론 부족하다
2026-09-14 06:00:00 2026-09-14 06:00:00
정부는 올 4분기 수도권에 남아 있는 공공기관 350여곳을 대상으로 이전 대상을 추려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을 예정이다. '수도권 잔류 최소화'라는 원칙도 세웠다.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명분에 이견을 달기는 어렵다. 수도권에 인구와 기업, 일자리가 집중되고 지방에서는 청년 인구가 빠져나가는 현실을 방치할 수도 없을 것이다.
 
문제는 지방 이전 논의가 오랫동안 명분 싸움을 반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지역균형발전을 내걸고 이전 대상 기관과 지역의 이름이 다시 등장했다. 지방자치단체는 기관 유치전에 뛰어들고 정치권에서는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같은 국책 금융기관의 이름이 지역별로 오르내렸다. 금융권과 공직사회에서는 업무 효율 저하와 직원 이탈 등을 이유로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찬성 쪽에서는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명분을, 반대하는 쪽에서는 산업 경쟁력 훼손을 이유로 맞섰다.
 
이 같은 공방을 반복하는 동안 정작 필요한 논의는 항상 뒤로 밀려 있다. 기관 하나를 옮겼을 때 지역경제가 얼마나 성장하는지, 수도권 집중은 얼마나 완화되는지, 지역에 새로운 민간 일자리가 얼마나 만들어지는지 결론은 찾아보기 힘들다.
 
1차 공공기관 이전의 성적표부터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다.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인구와 일자리가 늘었고 지역인재 채용도 확대됐다. 효과의 지속성과 확장성도 따져봐야 한다. 산업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공공기관이 집중적으로 이전한 2010년대 중반 수도권에서 혁신도시로 인구가 유입됐지만 이후 흐름은 약화됐다. 2023년부터는 혁신도시 인구가 다시 순유출로 돌아섰다.
 
고용 증가 역시 서비스업 중심으로 나타났고 공간적 파급 효과도 혁신도시 주변에 집중되는 모습을 보였다. 기관을 옮기는 것과 지역에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드는 것이 반드시 같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금융기관 지방 이전은 더욱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 금융은 금융당국을 비롯해 기업과 투자자, 금융사 등이 정보를 실시간으로 주고받으며 자본을 움직이는 산업이다. 대표적으로 국책은행의 경우 단순히 대출을 취급하는 기관이 아니라 기업 구조조정과 산업금융, 해외투자 등을 담당하는 복합 기관 성격이 짙다. 
 
물론 그렇다고 모든 금융기관이 반드시 수도권에  남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는 어렵다. 이미 금융 중심지를 조성하고 관련 기관과 산업을 집적해 온 지역이라면 추가적인 금융기관 이전을 통해 시너지를 낼 여지가 있다.
 
지역균형발전이라는 큰 명분을 앞세워 본점부터 옮기는 방식만 고집할 필요도 없다. 본사 전체 이전과 핵심 사업부 이전, 제2본사 설치, 지역 특화 조직 확대 등 여러 방식 가운데 실제 효과가 가장 큰 방안을 고르면 된다.
 
지역균형발전은 어느 한 정권에서 끝낼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 10년, 20년을 내다봐야 한다. 그렇다면 공공기관 이전 역시 정권마다 기관 이름과 목적지를 바꿔가며 반복할 일이 아니다.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명분만으로 이전을 밀어붙여서도 안 되고, 금융산업의 특수성만을 앞세워 모든 이전 가능성을 차단해서도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정치적 구호보다 구성원들이 납득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와 비전이 필요하다. 이제 필요한 것은 명분이 아니라, 실리다.
 
이종용 금융부 선임기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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