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양균 기자] 보건복지부가 비대면진료 제도화 시행에 따른 약 배송 확대를 추진키로 하면서 찬반 갈등이 본격화할 조짐입니다. 이미 해외에서는 정착한 비대면진료 및 약 배송에 대해 우리나라는 이해당사자들이 사분오열되면서 본격적인 논의를 위한 협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약배송을 둘러싼 이견은 지난 2020년 3월2일 복지부가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상황에서 비대면진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하면서부터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당시 약 배송은 재택치료자 대상 지정 약국을 통한 의약품 전달 체계로 운영되다가, 2023년 9월1일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전환 이후에야 대상이 처음으로 특정됐습니다. 약 배송은 △섬·벽지 거주자 △거동 불편 노인·장애인 △감염병 확진 격리자 △희귀질환자 등에만 허용됐고, 이는 현재까지도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렇던 것을 복지부가 12월24일 비대면진료 제도화 이후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키로 한 겁니다.
비대면진료에 따른 약배송 제도 변화 타임라인. (그래픽=뉴스토마토)
현재 구도를 보면, 복지부와 비대면진료 서비스 제공 플랫폼 측은 찬성을, 대한약사회와 보건의료 노동·시민사회계는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는 “약 배송 확대 논의를 이끌어줄 국무조정실과 중소벤처기업부, 보건복지부에 감사드린다”며 “비대면진료 이용 국민이 필요한 약을 편리하고 안전하게 수령할 수 있도록 관련 논의를 속도감 있게 추진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의약주권 환자·소비자연대도 성명을 통해 “비대면진료와 의약품 배송 함께 제도화해 소비자의 의료·의약품 접근권 보장하라”며 “비대면진료를 허용하면서 약은 직접 받으러 오라는 반쪽짜리 제도를 거부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대한약사회는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하고 총력 투쟁을 예고했습니다. 약사회는 “약 배송을 전면 허용하는 순간, 불필요한 의료 쇼핑과 약물 남용은 걷잡을 수 없이 폭증할 것”이라며 “건강보험 재정 누수로 이어져 필수·중증의료의 기반을 흔들고 국민의 건보료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약준모)’도 13일 집회를 열고 “의료 민영화를 부추기는 비대면진료 및 약 배송 확대를 중단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의료민영화저지와무상의료실현을위한운동본부(무상의료운동본부)’도 해당 집회에 참여해 “모든 국민을 상대로 약 배송 시장을 열려는 것은 플랫폼 기업에 의료 체계 지배력을 넘겨주는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약배송 대상 제한은 글로벌 드문 사례”
이렇듯 우리나라는 약 배송에 대해 이해당사자 간 대결 국면인 반면, 해외 각국은 이미 약배송이 제도화된 지 오래입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복약 지도를 약사의 의무로 규정하되, 그 이행 방식을 대면으로 한정하지 않고 비대면 복약 지도도 함께 인정하고 있습니다. 약사의 판단과 책임에 따라 온라인으로 진행해도 안전하다고 판단할 때 비대면 복약 지도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호주 약무청은 의약품 배송을 금지하거나 별도로 허용하는 명문 규정을 두지 않고, 관련 지침에 따라 환자의 선택과 약사의 전문적 판단에 맡기는 방식으로 배송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지난 2023년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당시 한 국내 의료기관에서 비대면진료를 시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프랑스 보건부는 의약품은 불투명한 소재로 밀봉 포장하여 제삼자가 개봉할 수 없는 상태로 배송돼야 하고 배송 과정에서 의약품이 변질되지 않도록 운송인의 주의가 요구된다는 약 배송 법 조항이 존재합니다. 영국에서는 비대면진료를 받은 뒤 의약품을 배송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배송을 허용하는 별도의 법률은 두고 있지 않습니다. 약사의 책임하에 적법하게 조제된 의약품은 약 수령 방식에 대한 제한이 없고, 배송 등 약국 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의 공급과 수령이 이뤄지는 방법에 대해 규율하며 적법한 절차에 따라 조제된 의약품의 경우 이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독일은 의약품 배송을 법률로 명시적으로 허용하고 있습니다. 처방 의약품도 배송 대상에 포함됩니다. 의약품 배송은 약국 전문 배달원에 의해 직접 전달되는 방식으로 별도의 허가 없이 상시 허용되는 방식입니다.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에서 진화하는 규제: 국제 사례연구를 통해 본 법·실무·환자돌봄에 대한 통찰’(Evolving Regulations in Telemedicine Pilot Project: Insights Into Law, Practice, and Patient Care through International Case Studies·2025) 연구는 우리나라와 같이 약 배송 대상자를 취약계층 명단으로 좁게 지정하는 방식은 국제적으로 찾아보기 어렵다고 설명합니다. 미국·영국·프랑스·독일 이른바 의료 선진국의 경우, 배송 대상보다는 배송 불가 의약품을 규제하는 네거티브 규제 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양균 기자 ky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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