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 강화로 은행권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일선 대출모집인들이 극심한 영업 난항과 소득 불안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은행들이 월별 대출 한도를 보수적으로 운영하면서 모집인 채널이 열리자마자 며칠 만에 조기 마감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데요. 모집인들은 대출이 실행돼야 수수료를 받는 구조 속에서 소득 공백을 막기 위해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통한 '예약 접수' 등 사전 고객 확보에 사활을 걸고 나섰습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780조9677억원으로 8월 말보다 1조1515억원 감소했습니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감소한 것은 지난 3월 이후 6개월 만입니다.
세부적으로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621조2730억원에서 620조7558억원으로 5172억원 줄었고, 개인신용대출도 109조5718억원에서 108조9970억원으로 5748억원 감소해 주담대와 신용대출에서만 1조원 넘게 잔액이 빠졌습니다.
9월10일 기준 5대 은행 가계대출 추이표. (사진=각 사 및 제미나이 합성)
은행권의 대출 여력은 충분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금융당국이 올해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를 기존 4조3400억원에서 7조1100억원으로 늘렸지만 지난달 말까지 증가액은 6조9096억원까지 불어났습니다. 연말까지 남은 추가 대출 여력은 집단대출 등을 제외하면 약 2000억원에 불과합니다.
대출 수요가 몰리면서 모집인 채널 역시 더욱 빠르게 소진되고 있습니다. 신한은행은 지난 1일 대출모집인을 통한 가계대출 접수를 재개했지만, 이틀 만인 2일 오후 5시께 월별 한도를 모두 소진해 접수를 마감했습니다. 신한은행의 모집인 접수는 7월분이 7월8일, 8월분이 7월28일 마감되는 등 한도 소진 시점이 점차 빨라지고 있습니다.
농협은행은 지난 4일부터 대출모집인을 통한 9~11월 신규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접수를 재개했는데요. 모집인을 통한 가계대출 신규 접수 재개는 지난 5월 말 이후 약 3개월 만입니다. 하나은행도 지난 1일부터 모집인을 통한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신규 접수를 11월 실행분에 한해 다시 받고 있습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상반기에는 대출 수요가 계속 감소해 모집인 채널의 한도가 여유가 있었지만, 7월부터 대출 수요가 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면서 "8~9월 이틀 만에 마감됐는데 모집인 채널에 배정된 한도는 10월1일 다시 오픈될 예정이며, 모집인들이 오픈채팅방 등을 통해 선착순으로 대출 상담이나 접수를 받는 것은 각자의 영업활동으로 보여진다"고 말했습니다.
금새 닫히는 대출창구, 오픈카톡서 고객 선점
대출규제가 강화된 지금 은행들이 모집인 채널을 재개하더라도 한도가 빠르게 소진되면서 모집인들이 안정적으로 영업하기 어려운 환경입니다. 대출모집인은 대출이 실행돼야 수수료를 받는 구조여서 접수 중단은 곧 소득 공백으로 이어집니다. 통상 신규 대출 잔액의 0.3~0.4% 수준의 수수료가 책정되지만 모집 법인에 지급되는 몫 등을 제외하면 실제 모집인에게 돌아가는 금액은 0.2% 안팎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때문에 일부 대출모집인들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활용하고 있는데요. 카카오톡에서 '대출' 등을 검색하면 은행별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등을 상담하는 대출모집인들의 오픈채팅방이 다수 노출됩니다. 모집인들은 이곳에서 대출 가능 금액과 금리 등을 상담하고, 은행별 접수 일정에 맞춰 대출 희망 고객을 미리 받아두고 있습니다.
특히 모집인 접수가 시작되자마자 한도가 소진될 수 있는 만큼 '예약 접수' 형태의 영업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고객의 대출 조건과 필요 서류 등을 미리 확인한 뒤 은행의 접수 창구가 열리면 바로 신청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방식입니다.
한 대출모집인은 "은행마다 한도가 열리는 시점과 마감되는 시점이 달라 고객이 상담을 받고 기다리다 접수 자체를 못 하는 경우가 있다"며 "그래서 미리 상담을 해놓고 접수가 가능해지면 바로 진행할 수 있도록 준비해 두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모집인은 "대출 접수가 언제 중단될지 모르다 보니 고객을 미리 확보해 두는 게 중요해졌다"면서 "본업에서 퇴직한 뒤 5년째 대출모집인으로 일하고 있는데, 모집인 채널이 막힐 때마다 소득 공백을 감수해야 한다"고 토로했습니다.
은행 영업점이 줄고 비대면 금융이 확대되면서 대출모집인이 가계대출 영업에서 차지하는 역할은 커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가계대출 총량 관리 과정에서 모집인 채널이 우선적으로 조정되면서 접수 재개와 중단이 반복되고, 모집인들은 한도가 열리는 순간을 기다리며 고객을 선점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매월 한도를 관리하면서 계속 취급하고 있지만, 최근 한도 관리가 타이트해지면서 대출을 서둘러 접수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확산돼 모집인 채널의 한도가 빠르게 소진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모집인들이 오픈채팅방 등을 통해 고객을 모집하거나 예약을 받는 것은 각 모집인이나 모집 법인의 영업 방식에 따른 것으로, 이를 어떠한 기준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대출모집인들이 대출 상담 고객을 모집하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사진=카카오톡 화면 캡처)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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