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가격경쟁력과 생산능력을 앞세운 중국 배터리 업체들의 유럽 시장 공세가 거세지자, 유럽연합(EU)이 역내 생산·조달을 우대하는 ‘메이드 인 유럽(Made in EU)’ 정책 강화에 나섰습니다. 전기차·배터리 등 전략산업에서 중국 의존도를 대폭 낮추고 역내 공급망을 지키겠다는 취지입니다. 이미 유럽에 대규모 생산기지를 구축한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EU가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빗장’을 조일수록 반사이익을 얻을 여지가 커질 전망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10일 업계에 따르면 EU 의회는 지난 2일(현지시각) 산업가속화법(IAA) 도입과 관련한 산업계 공청회를 열었습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중국의 수출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IAA를 집행위원회 원안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부 위원들 중심으로 제기됐습니다.
IAA는 전기차·배터리 등 전략산업의 역내 생산과 조달을 우대하는, 이른바 ‘메이드 인 유럽’ 정책을 골자로 합니다. 중국 배터리의 저가 공세가 유럽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자 역내 공급망을 강화하고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취지입니다. 안나 카바지니 EU 의회 의원은 “집행위 제안을 강화할 필요성에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EU가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견제 수위를 높이는 것은 자동차·배터리 등 주요 산업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EU의 대중 무역적자는 하루 10억유로(약 1조5500억원) 규모에 달합니다. 중국산 자동차·자동차부품 수입액도 2025년 상반기 145억유로(약 23조원)에서 올 상반기 200억유로(약 31조원) 이상으로 증가했습니다. 중국산 제품의 유럽 시장 침투가 빨라지면서 EU 내부에서도 전략산업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배경입니다.
특히 전기차 전환과 맞물려 배터리 산업에서 중국 업체들의 영향력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습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CATL의 배터리 사용량은 90.5기가와트시(GWh)로 전년 동기보다 41.7% 증가했습니다. 시장점유율도 30%에서 33.6%로 상승했습니다. BYD 역시 사용량이 67.9% 증가했습니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합산 사용량은 6.3% 감소한 74.3GWh에 그쳤습니다. 합산 점유율도 37.2%에서 27.6%로 낮아졌습니다. 중국 업체들이 가격경쟁력과 생산능력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을 빠르게 확대하면서 국내 업체들의 입지가 좁아진 탓입니다.
이 때문에 EU의 역내 생산·조달 우대 정책은 국내 업체들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국내 배터리 3사는 이미 유럽에 대규모 생산기지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폴란드 브로츠와프에 연간 80~86GWh,
삼성SDI(006400)는 헝가리 괴드에 40GWh 규모의 연간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SK온도 헝가리 코마롬과 이반차에 각각 17.5GWh, 30GWh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중국 배터리 업체들에 대한 견제는 EU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미국 역시 중국 배터리와 기술을 사용하는 기업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로이터에 따르면 숀 더피 미국 교통장관은 지난 8일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에게 서한을 보내 중국 CATL·지리·BYD와의 거래 단절을 요구했습니다. 포드가 미시간 공장에서 CATL 기술을 라이선스해 배터리를 생산하고 유럽에서 지리와 협력하는 점 등을 문제 삼았습니다. 미국과 EU가 잇따라 중국 배터리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면서 글로벌 공급망 재편 가능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EU가 중국 배터리 업체들의 시장 진입 장벽을 높이고 역내 생산과 조달을 우대할 경우 이미 현지 생산기지를 확보한 국내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며 “주요 시장의 견제가 강화되는 만큼 국내 업체들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도 회복할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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