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뉴스토마토 하주화 기자] 울산·부산·경남이 국가 양자센싱 클러스터로 지정되면서 울산의 제조업에 양자기술을 접목하는 ‘양자 전환(QX)’이 본격화됩니다. 이번 사업은 양자기술 자체를 완전히 상용화하는 데 목적을 둔 것이 아니라, 이미 확보한 원천기술을 자동차·조선·석유화학·에너지 산업에서 실증해 산업화 사례와 부품시장을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울산시는 2일 울산시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전날 양자전략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동남권을 양자센싱 클러스터로 지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양자과학기술 및 양자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 이번 공모에는 전국 7개 지역이 참여했습니다. 동남권과 함께 서울은 양자컴퓨팅, 전남광주는 양자통신 분야 클러스터로 선정됐습니다.
동남권 컨소시엄은 신청 단계에서 연구개발과 기반시설 구축, 산업 실증 등을 포함한 약 2600억원 규모의 사업계획을 정부에 제출했습니다. 박순철 울산시 AI혁신산업실장은 이 자리에서 “평가와 우선순위 조정을 고려하면 동남권에 오는 국비는 1000억원 안팎이 되지 않을까 추정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여기에 울산·부산·경남이 사업별 역할에 따라 지방비를 매칭할 예정이지만 구체적인 분담액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사업 기간은 2027년부터 2030년까지 4년입니다. 브리핑에 참여한 박기복 UNIST 양자대학원장은 “4년 뒤 상용화되는 기술을 직접 개발하겠다는 목표는 아니다”며 “기술개발로 끝나지 않고 산업과의 연계성을 만들어 실제 산업화 사례를 만드는 것이 클러스터의 핵심”이라고 말했습니다.
울산시는 2일 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향후 양자기술을 지역 주력산업 현장과 접목 하는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양자센싱은 양자의 중첩과 얽힘 같은 특성을 활용해 기존 센서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미세한 변화를 측정하는 기술입니다. 자기장이나 중력, 빛의 변화 등을 정밀하게 읽어 기존에는 보이지 않던 균열이나 결함을 찾아내고, 먼 거리의 물체를 식별하거나 극소량의 유해물질을 감지하는 데 활용할 수 있습니다.
국내 연구기관들은 양자센싱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지만 이를 제품과 서비스로 연결하는 산업화 역량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이번 클러스터는 양자센서 제작부터 패키징과 시험·인증, 현장 실증, 사업화까지 이어지는 지원체계를 구축해 이 간극을 좁히는 역할을 맡습니다. 새로운 양자센서 제품을 개발하는 기업과 스타트업 육성도 사업에 포함됐습니다.
클러스터는 부산대와 UNIST를 연구개발과 기술지원을 담당하는 2개 기술거점으로 두고, 조선·해양과 항만·물류, 우주항공·방산, 모빌리티·에너지 분야에 산업 수요거점을 운영하는 구조입니다. 부산은 연구기획과 사업 총괄을 맡고, 울산은 UNIST를 중심으로 원천기술 개발과 양자소자 제작, 산업 적용을 담당합니다. 경남은 정부출연연구기관과 방산산업 기반을 활용해 시험·인증과 실증을 지원합니다.
울산이 기술거점으로 선정된 배경에는 UNIST가 구축한 양자 팹이 있습니다. 양자 팹은 양자컴퓨팅과 통신, 센싱에 필요한 반도체 형태의 소자를 제작하고 연구하는 시설입니다. UNIST는 기존 국가 지원사업을 통해 약 300억원 규모의 장비와 연구 기반을 갖춰왔습니다. 울산시는 이 같은 선행 투자가 동남권의 연구·제조 역량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강점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양자센싱은 울산의 주력산업과 직접 연결됩니다. 자동차 산업에서는 자율주행 차량의 주변 인식 정확도를 높이고 전기차 배터리 내부의 잠재적 결함을 비파괴 방식으로 찾아내는 데 활용할 수 있습니다. 배터리의 수명과 안전성을 예측해 제품 신뢰도를 높이는 것도 적용 분야입니다.
조선업에서는 자기장 센서로 선박 구조물의 미세한 결함을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양자 라이다를 활용하면 해무와 악천후에서도 주변 물체를 식별해 자율항해와 선박 자동 접안의 안전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석유화학 산업에서는 원거리에서 미량의 유해가스와 공정 이상을 감지해 사고를 예방하고 공정 효율을 높이는 기술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울산시는 양자센싱을 민선 9기 핵심 산업전략인 인공지능 전환(AX)의 보완 기술로 보고 있습니다. 양자센서가 설비와 공정에서 정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AI가 이를 분석하면 고장과 사고를 예측하고 생산공정을 최적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박 실장은 “산업 AX의 동반자이자 촉매제로 제조 QX를 울산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구현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울산=하주화 기자 j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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