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인공지능(AI)이 신약 물질을 발굴하는 단계를 뛰어넘어야 합니다. 타깃의 임상적인 타당성, 경쟁 약물, 환자 규모, 바이오마커(생체지표), 특허성, 시장 접근성 등 초기부터 고려해 성공률이 높은 약을 만들어야 합니다. AI를 접목해서 R&D 프로세스를 효율화하는 구조도 구축해야 합니다."
지난 8월24일 서울 서초구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의 인터뷰에서 표준희 AI신약연구원장은 AI 신약 개발이 단순히 일개 프로그램 도입이나, 신약이 될 만한 물질을 발견하는 문제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8월31일 표준희 AI신약연구원장이 서울 서초구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의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는 신약 개발에서 AI가 관장하는 부문이 초반부인 신약후보물질 발굴에서 개발 전주기로 옮겨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 5월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브리프 '제약·바이오 산업 내 AI 활용 및 규제 동향'에 따르면, 후기 임상 진입과 최종 임상 성공률 확보가 AI 기반 신약 개발의 핵심 과제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AI가 다루는 범위가 넓어지면서 관련 시장도 성장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모도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제약 분야 AI 시장 규모는 2025년 43억5000만달러, 2026년 61억6000만달러, 2031년 349억9000만달러로 예상됩니다.
반면에 AI가 후기 임상 단계에서 성공률을 끌어올리려면 갈 길이 멉니다.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브리프에 따르면, 임상 1상에서는 AI로 개발한 신약 물질이 기존 의약품(40~65%)보다 높은 80~90% 수준의 성공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반면 2상에서는 기존 의약품과 유사한 수준의 성공률에 그칩니다.
개발 전주기로 확대된 AI…"실패 데이터 필요"
표준희 원장은 "주로 안전성·약동학·내약성 등을 보는 1상과는 달리 2상에서는 2상에서는 실제 환자 질병을 치유할 수 있는 효능을 본다"며 "환자의 유전적인 차이, 질병이 갖는 이질성, 동반 질환, 투여 용량, 바이오마커 등 훨씬 복잡한 문제를 마주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최근에는 '임상 2상이 AI 신약 개발의 실질적 성과를 판단하는 핵심 단계가 돼야 한다'고 강조하는 논문이 있을 정도"라며 "AI가 좋은 분자뿐 아니라 좋은 임상 가설까지도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습니다.
그러면서 "인간 멀티오믹스 데이터, 실제 환자 데이터까지도 활용해서 타깃을 강하게 검증해야 한다"며 "오가노이드와 여러 모델들을 활용해서 실험계와 AI를 연결해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표 원장은 또 "'랩인더루프'가 중요하다"며 "AI가 예측해서 실험하고, 성공 데이터와 실패 데이터까지 다시 학습하고 다음 실험을 설계하는 체계"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AI 신약 개발은 개발 초기 단계가 아니라 후단으로 파이프라인이 몰리는 추세의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글로벌 제약산업 데이터 분석 기업인 사이트라인의 '제약 R&D 연례 보고서 2026'에 따르면, 2026년 1월 글로벌 의약품 파이프라인 수는 2만2940개입니다. 2025년 2만3875개보다 3.92% 줄어들었습니다. 이 중에서 전임상 파이프라인은 같은 기간 14% 줄어 1만929개가 됐습니다. 반면 임상 단계별 증가율은 △1상 2.7% △2상 9.1% △3상 8.8% 등으로 나타났습니다.
표 원장은 "현재 투자 흐름만 보고 AI 기업들이 모두 후기 단계나 검증된 타깃만으로 몰려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면서도 "AI의 주요 경쟁력은 기존 방식으로 탐색하기 힘들었던 타깃이나 화학 공간을 찾는 것이다. 새로운 타깃 혁신성을 유지하면서, 초기 단계부터 임상과 사업화까지 염두에 두는 개발 전략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했습니다.
이 밖에 표 원장은 "기존 데이터 정리, 시스템 구축, 전문 인력 확보, R&D 프로세스 개선 등 초기 비용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에는 상당한 진입 장벽"이라며 "정부가 개별 기업이 혼자 구축하기 힘든 데이터 활용 기반, 고성능 컴퓨팅, 검증 환경, 자동 실험실 같은 실증 시설 등 공공 인프라를 구축해 주면 기업들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모습. (사진=한국제약바이오협회)
그러면서 "AI의 편향을 방지하려면 실패 데이터가 필요하지만, 기업 기밀이라는 이유로 공개가 좀처럼 안 된다"며 "공동 연구 과제에서 만들어진 데이터, 경쟁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데이터들을 일정 기간 이후 표준화해서 같이 활용할 수 있으면 산업에 크게 도움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표 원장은 또 "글로벌 거대 제약사들이 AI 신약 개발에 투자하는 비용을 국내 업계가 따라갈 수는 없다"며 "국내 제약사, AI 기업, 병원, 연구기관이 가진 자원을 빠르게 연결해 실제 신약을 빠르게 만들어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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