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누나 기록 다큐 만든 감독 “가족만 책임져선 안돼”
(토마토건강)후지노 토마아키 감독 “정신질환자 가족 돌봄 가정만의 문제 아냐”
2026-08-14 13:38:13 2026-08-14 13:38:13
[뉴스토마토 김양균 기자] 만약 가족 구성원이 조현병이나 우울증, 양극성장애 등 정신질환 당사자라면? 질문을 바꿔 ‘가족이 당뇨 환자라면?’이라고 다시 묻는다면 첫 질문 무게를 확연히 느끼리라 예상합니다. 정신질환을 조절하는 여러 치료제와 의료시설이 존재하지만, 지역으로 갈수록 인프라가 적어 결국 정신질환 당사자의 돌봄은 가족 중심으로 이뤄집니다.
 
하지만 우리사회는 정신질환자를 가족 구성원으로 둔 이들이 겪는 고통과 스트레스에 여전히 무심하고, 이들을 위한 법제도 마련 필요성에도 둔감한 것이 사실입니다.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정신건강 당사자를 가족으로 둔 이들의 어려움과 가족에 의존한 정신장애인 돌봄의 방식에서 좀더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십대 정신건강 리포트’ 연속 보도를 통해 우리 미래세대의 자해·자살 등 멘탈헬스 실태와 해법을 짚은 <뉴스토마토>는 ‘가족 정신건강 리포트’를 통해 ‘가려진 가족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후지노 토마아키 감독은 다큐멘터리 ‘어떻게 해야 했을까’를 통해 가족의 비극과 침묵을 기록하며 그들이 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하려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사진=엣나인필름)
 
너무 많이 자책을 갖지 않아도 돼
 
지난달 29일 서울 동작 엣나인필름 사무실. 다큐멘터리 ‘어떻게 해야 했을까’를 연출한 후지노 토마아키 감독이 기다리던 기자들 앞에 모습을 보였습니다. 구부정하고 백발이 성성했습니다. 다큐의 한국 개봉에 맞춰 국내 관객을 만나기 위해 방한한 터였습니다. ‘어떻게 해야 했을까’는 감독이 이십여 년간 기록한 자신의 가족 이야기입니다. 1983년 스물네 살 의대생이던 누나 마사코에게 조현병 증상이 나타났지만, 부모는 정신의료기관에서 치료 대신 집에서의 돌봄을 선택하고, 누나의 증세는 점점 악화됩니다. 이 모습을 기록하던 감독은 고심 끝에 다큐로 제작을 결정했고, 우여곡절 끝에 개봉해 일본에서 상당한 반향이 일었습니다.   
 
작품 제목이기도 한 ‘어떻게 해야 했을까’라는 질문은 사실 감독 스스로 인생에 걸쳐 고민한 질문이기도 합니다. “내가 부모님의 결정을 이해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당신들이 직접 누나를 고치려고 했던 것 아니었을까. 누나의 정신과 이력이 만약에 의사나 연구자가 되었을 때 불이익을 염려했던 건 아닐까. 당신들 스스로 누나를 고쳐 그의 인생을 살게 하려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말마따나 다큐는 가족의 비극을 보여주지만, 이를 고발하거나 누군가를 비난하려는 의도는 없어 보였습니다. 가족의 침묵을 기록하며, 그들이 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하려는 과정이라고 보는 것에 가깝습니다. 같은 상황에 놓인 또 다른 누군가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출발한 기록으로써 말입니다. 
 
후지노 토마아키 감독은 원인을 알 수 없는 정신질환을 미리 예방할 수 없었다고 왜 가족이 과도한 책임을 져야 하는지 반문했다. (사진=엣나인필름)
 
누나 마사코에 대한 감독의 감정이 궁금했습니다. 감독은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누나에 대해서는 역시 미안하다는 마음이 있습니다만, 누나는 이미 세상을 떠났고 저는 종교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누나는 이제 어디에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누나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지금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전달해 더 좋은 방식을 해주기를 바란다는 내용을 전달하는 것뿐입니다.”
 
감독은 가족이 너무 많은 책임을 지지 말 것을 조언했습니다. 그는 “조현병은 원인이 규명되지 않았기 때문에 가족 누구도 발병을 막을 방법은 없다”며 “이에 관해 누구도 책임이 없다”고 했습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을 미리 예방할 수 없었다고 왜 책임을 져야 하는가. 이 묵직한 메시지가 감독을 만나고 난 이후에도 머릿속을 떠나질 않았습니다. 최준호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한양대 구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정신질환 당사자 가족이 받는 고통은 매우 다양하다”고 했습니다. 
 
“부모 자녀의 질환에 대해 죄책감과 책임감에서 벗어나기 어렵고, 형제들은 주변의 놀림 등으로 인해 가족에 대해 침묵하게 됩니다. 청소년기나 성인기에 시선이 가족으로부터 나아가 세상 밖으로 전환이 되어야 함에도 가족에 계속 머물게 되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어요. 돌봄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도 상당한 문제입니다. 결국 그 사회 공동체 모두의 문제로 해법을 찾아야 합니다.” 
 
김양균 기자 kyun@etomato.co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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